44화 장평 공주와의 첫 만남 (1)
기창원으로 돌아오자, 란 유모가 대견하다는 듯 남궁묵에게 말했다.
“큰아가씨, 이제 다 크셨네요. 예전보다 훨씬 더 결단력 있으세요. 구천에 계신 아가씨께서 아신다면 마음 푹 놓으실 겁니다.”
란 유모는 남궁묵의 이런 행동이 아버지 남궁회를 존중하지 않는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남궁회는 열한 살밖에 안 된 딸을 시골에 보낸 후, 오륙 년 동안 나 몰라라 했다. 그러니 란 유모 눈에 비친 남궁회는 아버지로서 자격이 없었다.
더군다나 정 씨 같은 사람을 집안으로 들인 데다 정강군왕부 같은 가문에 큰아가씨를 시집보내려 하니, 강하게 나가지 않으면 정 씨에게 물어뜯겨 살점 하나도 남지 않을 터였다.
남궁묵이 손에 든 장부를 훑어보며 말했다.
“전에도 어머니의 재산은 전부 유모가 관리했으니, 이번에도 유모가 수고 좀 해주세요. 모든 건 예전처럼 하시면 됩니다.”
란 유모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가씨가 돌아가신 후 그녀는 평생 큰아가씨를 지켜주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큰아가씨가 저를 신뢰하기까지 하니 당연히 기쁠 수밖에 없었다.
란 유모가 잠깐 망설이다가 입을 뗐다.
“아가씨가 큰아가씨를 위해 마련해 놓으신 혼수는 이미 충분합니다. 이보다 더 많아도 좋지 않을 듯해요. 그러니 다른 혼수는 더 준비하지 않겠습니다. 큰아가씨, 혹시 더 해야 할 일이 있으세요?”
남궁묵이 잠시 생각을 한 뒤 답을 했다.
“앞으로 매달 수익의 3할을 떼어내 그중 1할은 사씨 가문 서원으로 보내고, 나머지 2할은 선당(*善堂, 옛날 각 지방에 있던 자선 단체)을 여는 데 사용하려 해요.”
“큰아가씨, 선당을 여는 것은 분명 좋은 일입니다. 다만…… 큰아가씨가 직접 하시면 평판에 흠이 갈까 봐 걱정됩니다.”
좋은 일을 한다고 다 좋은 것이 아니었다. 큰아가씨는 아직 출가하지 않은 명문가 규수인데 사람들 앞에 얼굴을 드러내고 선당을 열면, 까딱하다가는 온갖 수단을 부려 명예를 추구하려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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