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4화]
번외 9: 소닙닙(蕭囡囡) (2)
두 아이를 보며 볼록 솟은 제 배를 만진 남궁월의 온화한 눈빛이 밝게 빛났다. 그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너희 다섯째 아우는 오늘도 얌전히 잘 있었단다.”
뜻밖에 찾아온 배 속의 아이는 그녀를 고생시켰던 소엽과 달리 무척 순했다.
올해 이월, 남궁월과 소혁은 모처럼 자질구레한 일을 내던져두고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며 유람을 했었다.
그 당시 남궁월은 자신의 몸 상태 변화에 대해 아무런 자각도 못하고 있었고, 달거리가 좀 늦어졌을 때도 바깥을 돌아다니다 보니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었다.
하지만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식욕이 너무 돌아서 거의 하루에 밥을 다섯 공기씩 먹는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두 번의 삶을 살아오면서 한 번도 그렇게 많은 양을 먹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나 많이 먹는데도 살이 찌지 않았다. 마치 입에 들어간 음식들을 전부 다 배 속 아이가 먹는 것 같았다.
“어머니, 저랑 엽이도 어머니랑 같이 산책할게요.”
소욱이 사근사근하게 달콤한 말을 하면서 속으로 몰래 기뻐했다.
‘지금 아버지가 안 계셔서 다행이야. 덕분에 나랑 엽이랑 어머니 양옆에서 팔짱 끼고 산책할 수 있겠어.’
남궁월도 아이들의 마음을 거절할 수 없었기에 두 아이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동궁을 나갔다.
그런데 동궁을 나서자마자, 또 다른 길에서 화살처럼 빠르게 이쪽으로 다가오는 훤칠한 인영이 보였다.
두 아이는 서로를 쳐다보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형제는 소혁이 지금 관어백과 함께 문략각(文略閣)에서 정사를 논하는 중이라고 들어서, 소혁이 없는 틈에 남궁월과 같이 산책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었다.
‘그런데 이렇게나 빨리 돌아오실 줄이야…….’
청석판이 깔린 조그만 길 위에서 만난 네 식구는 왼쪽에 난 작은 길을 따라 어화원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황혼 무렵의 따뜻한 기운을 품은 미풍이 불어오자, 주변에 있는 나뭇가지와 꽃들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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