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9화. 네가 감히 우리 아버지를 모욕해?
사릉고홍이 정말로 원한다면 사릉무사를 속이고 그가 지니고 있는 류선화구를 모두 빼앗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미 사릉무사가 류선화구에 속한 화필을 가지고 당염원에게 한껏 솜씨를 뽐냈다. 그러니 만약 그가 사릉무사를 속여 그것을 돌려받는다면 분명 당염원도 그 사실을 알게 될 거였다. 그는 당염원이 자신을 아들의 선물이나 빼앗는 사람이라고 오해하는 걸 원치 않았다. 비록 이 선물을 준비한 게 사릉고홍 그 자신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 물건의 사용 측면에선 사릉무사가 선봉을 차지했다.
당염원을 놀라게 해 주고 싶어 미리 알리지 않은 그의 잘못이었다.
사릉고홍은 눈앞에 있는 사릉무사를 위아래로 흘겨보았다. 먹물이 채워진 깊은 연못 같은 그의 눈동자에 달빛을 받은 파도가 일렁였다.
사릉무사는 한눈에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았다. 비록 사릉고홍에 의해 어린아이의 몸으로 봉인되었지만, 그의 온몸을 휘감고 있는 기세는 아직 변하지 않고 있었다. 고개를 들고 사릉고홍을 바라보는 사릉무사는 사악한 기색이라곤 전혀 없는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고 역시 어린아이처럼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 정말로 저보고 계속 이 모습으로 살라고요? 잘 생각해 보세요. 어머니께선 다 자란 저를 안아 주시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제가 이런 모습을 하고 있다면 저를 더 좋아하실 거라고요.”
사릉무사는 어린 시절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시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변하는 걸 좋아하는 성인이 어디 있겠는가? 무엇보다 그는 이런 모습으로 산 세월이 백 년이 넘었다. 수련을 통해 간신히 다 큰 성년의 모습을 갖출 수 있게 되었는데 사릉고홍에게 봉인되어 다시 이 꼴이 되고 만 것이다.
사릉무사는 사릉고홍을 아주 잘 알았고 사릉고홍 역시 사릉무사를 잘 알았다. 사릉고홍은 사릉무사가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있는 걸 가장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아들을 하필 이런 모습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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