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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화. 코피를 흘리다

145화. 코피를 흘리다

한편 반하를 데리고 자리를 뜬 심모는 뒤에서 진제와 숭조후세자가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어서 이 외진 곳을 벗어나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야 좀 안심이 될 것 같았던 심모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심모는 마음이 답답하고 속에서 천불이 났다. 뭐에 씌었는지 매번 외출할 때마다 누군가의 계략에 빠지게 되니 앞으로 무서워서 어디 외출을 할 수 있겠다는 말이다!

심모는 속으로 숭조후세자에게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냐고 수없이 물었고, 이 일의 화근인 훤친왕세자에게도 일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 거냐며 따져 물었다.

성문에 불이 났는데 성벽은 무사하고 오히려 근처를 지나던 심모만 성문에 깔려 죽게 생겼으니 어찌 억울하지 않겠는가!

조금 더 걸어가니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제야 안심이 된 심모는 아까 그 장터로 돌아갔다. 하지만 마음을 놓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재수 없는 일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장터에는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였던 탓에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심모의 반만 한 아이가 녹두탕을 들고 조심스럽게 걷고 있는데 누군가 그를 미는 바람에 앞으로 휘청거리게 되었고, 정말 공교롭게도 그 녹두탕을 모조리 심모한테 쏟아버렸다. 그 순간 심모는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정말 이보다 더 재수 없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깜짝 놀란 반하가 재빨리 손수건을 꺼내 심모의 옷에 묻은 녹두탕을 닦아내면서 물었다.

“아가씨, 안 데셨어요?”

조금 뜨겁기는 했지만 델 정도는 아니었다. 단지 녹두탕이 이미 옷에 다 스며든 상태여서 닦아도 소용이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까 부딪힌 그 아이는 자기가 사고를 쳤다는 걸 알고는 도망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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