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화 상림사
근주는 남궁묵 쪽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혼란스러워졌다. 이튿날부터 근주의 주둔군들은 강호인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강호의 사람들도 당연히 당하지만은 않고 병사들에게 달려들었고, 양측은 혼전을 벌였다.
강호인들은 무공이 강했으나 수만의 군대에 맞서 싸우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양측은 똑같이 피해를 입었다. 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룻밤 새 보물에 대한 소문이 강호인들뿐만 아니라 근주성의 백성들에게도 퍼졌다. 근주 근처의 백성들까지 난리 통에 뛰어들자, 순식간에 부상자가 부지기수로 늘어났다. 그야말로 온 근주성에 피바람이 불고 있었다.
이틀 동안 수차례 무공실력이 뛰어난 강호인들이 군영으로 잠입했다. 주둔군은 수적인 우세도 불구하고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해도 점거한 군영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군영 안에 보물이 있음을 확신했고, 이에 따라 더 많은 강호인이 군영으로 뛰어들었다.
산꼭대기에 있는 상림사도 더 이상 평화롭지 못했다. 조용히 속세를 벗어나 있던 상림사의 향불은 꺼진지 오래고, 칠성연환각과 수각의 사람들이 그 곳을 점거하고 있었다.
* * *
상림사 본당 안, 궁어신은 평온하게 불상 앞에 앉아 주지(住持)와 일렬로 선 승려들을 내려다보며 태연하게 말했다.
“스님, 제가 이미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더 숨겨봤자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수염과 머리가 희끗한 주지(住持)가 문밖에서 칼을 들고 서있는 강호인을 보더니, 한숨을 내쉬며 불호(*佛號: 승려의 호)를 한 번 읊고는 말했다.
“재물 때문에 강호를 도탄에 빠트리고 수많은 무고한 백성들을 죽였는데, 시주께서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시지 않습니까?”
우스갯소리를 들었다는 듯 궁어신은 피식 웃은 뒤, 조롱하듯 주지(住持)를 보며 말했다.
“장정방이 반역을 일으켜 호광의 백성들이 도탄에 빠졌는데, 어찌 스님의 자애로움이 보이지 않는단 말입니까?”
주지(住持)는 고개를 저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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