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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맛없는 오필리아의 농작물로 하찮은 복수를 결심했다.

***

검은탑 3층.

"사고가 난 곳이 또 여기야?"

가겔의 부회장 마이클 맥라렌이 사고가 난 경험치 농장을 보며 물었다.

지구에서 회사 일정을 소화하다 급하게 달려왔기에 목소리에는 짜증이 가득 담겨있었다.

"네. 보시다시피···."

부하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부하의 말처럼 주변에 피가 낭자했기에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사태를 일으킨 주범은 직격 1m의 거대한 방울토마토 머리를 가진 오염된 방울토마토였다.

놈의 입 주변에는 미쳐 삼키지 못 한 헌터들의 옷가지가 넝마처럼 걸려 있었다.

얼마 전부터 탑 3층의 경험치 농장에서 가끔 이런 돌연변이들이 태어나고 있었다.

"이게 벌써 몇 번째야?! 분명 멀리서 불만 지르라고 했잖아!"

"네. 분명 그랬는데 가끔 통제를 따르지 않는 헌터들이 있어서···."

"짜증 나는군···그래서 돌연변이가 생기는 원인은 알아냈어?"

"그게···돌연변이의 조직을 검사해 봤지만, 다른 오염된 방울토마토와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하아···알았어. 일단 다 태워버리고 앞으로 절대 가까이 못 가게 통제해."

"네! 태워라!"

마이클의 지시를 받은 부하들이 경험치 농장을 태우기 시작했다.

'제길. 요즘 경험치 농장을 확장하지 못해 이사회의 압박도 심한데···여기를 정리해야 하나?'

마이클이 활활 타오르는 경험치 농장을 정리해야 하나 생각할 때

-힘이 필요하지 않나?

마이클의 머릿속으로 끈적한 속삭임이 들렸다.

'힘 필요하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강함 힘이···.'

항상 강한 힘을 원했던 마이클은 속삭임에 거부감 없이 대답했고

-그럼 나를 찾아라.

'네가 어디 있는데?'

-내 목소리에 집중하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거부할 수 없는 목소리에 점점 이끌렸다.

화르르륵.

목소리는 불이 활활 타오르는 경험치 농장 안에서 들리고 있었다.

-와서 나를 잡아라.

"알았다···."

목소리의 말대로 경험치 농장 안으로 들어가는 마이클.

마이클은 곧 불길에 삼켜질 것 같았지만, 붉은 안개가 불길을 가르며 마이클을 마중했다.

그렇게 붉은 안개의 인도를 따라 경험치 농장 안으로 들어간 마이클.

"이건가?"

바닥에 떨어진 검은 구슬 하나를 발견했다.

-그래. 그것이 나다. 나를 주워라. 그러면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엄청난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엄청난···힘···."

마이클이 넋이 나간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구슬을 집었다.

-크하하하. 넌 이제 최강이다! 나와 함께 검은탑을 관리하는 용을 죽이고 탑을 독점하는 거다!

"최강···흐흐흐···그래···같이 용을 죽이자."

펜릴의 코어 조각을 주운 마이클의 눈동자가 빨갛게 물들었다.

그리고

꿈틀.꿈틀.

그런 마이클의 기운에 동조하듯이 오염된 방울토마토들이 모습이 전부 돌연변이의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

검은탑 99층.

세준이 저녁을 먹기 전

"얘들아, 모여 봐."

흑토끼, 꾸엥이, 아작스, 베로니카를 불러 자신의 앞에 세웠다. 흐흐흐. 이제 이제 안전하겠지?

"좋아. 노예 5호 소환!"

세준이 갈색탑 탑농부 오릭을 소환했다.

잠시 후.

"켈켈켈. 주인님, 부르셨습니까?"

붉은 피부를 가진 고블린이 손바닥을 열심히 비비며 간사한 웃음소리와 함께 나타났다.

374화. 테오 님, 저 100대만···

374화. 테오 님, 저 100대만···

고블린?

손바닥을 비비며 간사하게 웃는 오릭을 보자, 세준은 슬쩍 뒤로 물러나며 경계 태세를 취했다.

간사한 웃음소리를 들으니 '네깟 개복치 놈이 날 노예로 만들어?!'라고 갑자기 공격할 거 같은 경계심이 절로 들었다.

하지만

"켈켈켈. 주인님, 왜 그러십니까? 노예 5호가 뭘 불편하게 했습니까?"

세준이 경계하는 태도를 취하자, 오릭은 오히려 당황하며 더 열심히 손바닥을 비볐다. 뭐지? 나 첫인상 망한 건가?

'뭐지?'

세준이 그런 오릭을 의아하게 바라봤다. 이렇게 순순히 자신이 노예임을 받아들이는 존재는 오릭이 처음이었다.

그때

낑?!낑!

'야! 너 뭐야?! 왔으면 배를 까고 나 고고한 늑대 펜릴 님에게 인사해야 될 거 아냐!'

슬링백 안에 있던 펜릴이 신참인 오릭을 향해 용맹하게 짖었다.

그리고

'개복치 주제에 나를 지키기 위해 나서주다니···녀석 봐줬다.'

오릭을 향해 짖는 펜릴의 의도를 오해한 세준. 덕분에 펜릴은 오필리아의 군고구마 말랭이 형벌을 피할 수 있었다.

그렇게 여러 오해가 얽히고 있을 때

'이게 무슨 냄새지?!'

열심히 손바닥을 비비는 오릭의 코로 맛있는 냄새가 흘러들어왔다. 세준이 저녁으로 준비한 감자수프 냄새를 맡은 것.

꿀꺽.

오릭은 자신도 모르게 군침을 삼키며 냄새가 풍겨오는 취사장을 바라봤다. 이런 맛있는 냄새는 진짜 오랜만이었다.

갈색탑의 땅이 썩기 시작한 이후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배를 채웠었다.

그런데···이런 맛있는 냄새라니! 이건 못 참지! 한 입만 먹을 수 있으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았다.

"켈켈켈···주인님, 저 밥 좀 주세요."

그래서 더욱 간사하게 웃으며 손바닥을 비볐다. 최고의 진심을 담아서.

잠시 후.

후르릅.

"켈켈켈. 주인님은 요리의 천재가 분명합니다!"

[쏟아지는 찬사에 영혼이 충만해집니다.]

[정신력이 1 상승합니다.]

후르릅.

"켈켈켈. 제 평생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어 본 적이 없습니다!"

[쏟아지는 찬사에 영혼이 충만해집니다.]

[정신력이 1 상승합니다.]

후르릅.

"켈켈켈. 아마 아홉 탑을 다 돌아다녀도 주인님보다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는 존재는 없을 겁니다."

[쏟아지는 찬사에 영혼이 충만해집니다.]

[정신력이 1 상승합니다.]

세준의 감자수프를 마시며 연신 세준에 대한 칭찬을 쏟아내는 오릭.

간사한 웃음과 행동 때문에 경계했는데, 오릭, 너 좋은 녀석이었구나.

'내가 너무 겉만 보고 판단했어.'

음식을 먹이면 정신력 스탯을 뱉어내는 정신력 자판기였는데.

"흐흐흐. 오릭, 더 먹을래?

그래서 세준은 스스로의 실수를 반성하며 정신력 자판기···아니 오릭에게 감자수프를 더 권했다.

하지만

"켈켈켈. 주인님, 괜찮습니다. 저는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릅니다."

자신은 적게 먹고, 많이 일할 수 있는 고효율의 노예라는 걸 어필하는 눈치 없는 오릭이었다.

정신력 자판기의 용량이 너무 작았다.

그럼 종목 변경이다!

"이제 후식 먹자."

원래 식사를 배불리 먹어도 후식 배는 따로 있는 법.

"켈켈켈. 오! 이 수박이라는 과일은 진짜 달고 맛있습니다!"

[쏟아지는 찬사에 영혼이 충만해집니다.]

[정신력이 1 상승합니다.]

덕분에 세준은 오릭의 극찬을 받으며 정신력을 1 더 올릴 수 있었다.

"켈켈켈. 이제 진짜 못 먹겠습니다."

수박 2조각을 먹고 용량 초과가 된 정신력 자판기 오릭이 배를 내민 채 바닥에 누워버렸다.

그리고

끼히힛.낑!낑!

'히힛. 좋아! 인사를 받아주지!'

펜릴이 오릭의 배로 올라가, 고개를 쳐들고 누구의 서열이 더 위인지 알려줬다.

그렇게 식사가 끝나고

"켈켈켈. 근데···세준 님, 그레이브 님이 저를 얼마에 파셨습니까?"

오릭이 세준에게 물었다. 노예로 팔리기는 했지만, 자신의 가치가 얼마쯤 하는지 궁금한 오릭이었다.

그러나

"응? 그레이브 님이 너 안 팔았는데? 네가 내 농작물 심어서 노예 된 거잖아."

"······네?"

"난 한번 보라고 그레이브 님한테 전달한 건데, 네가 그걸 심어서··.·"

오릭은 팔린 적이 없었다. 그냥 운이 없었을 뿐.

그리고

'망했다!'

그 불행을 옴팡 혼자 뒤집어쓴 오릭은 세준의 대답에 절망했다.

오릭은 노예가 된 순간, 자신을 팔아버린 그레이브를 원망하며 그레이브의 욕을 한가득 쓰다 왔다.

그것도 잘 보이라고 탑 99층에. 혹시라도 갈색탑에 돌아가게 되면 바로 브레스가 날아올 거다.

"그···그렇습니까···세준 님, 근데 저를 다시 갈색탑으로 보내지는 않으실 거죠? 켈켈켈. 저는 세준 님의 노예 5호니까요."

오릭이 간사하게 웃으며 애절한 눈빛으로 세준을 바라봤지만

"아니. 그레이브 님이 나한테 사가는 강낭콩 네가 심어야 되는데?"

오릭은 다시 갈색탑에 가야 할 운명이었다.

"가서 이거 먹으면서 기다리고 있어. 오릭, 돌아가."

"아···안 되는데······."

세준이 오릭에게 남은 수박을 챙겨주며 갈색탑으로 돌려보냈다.

그렇게 오릭이 떠난 후

꾸엥!

[아빠, 안녕히 주무신다요!]

꾸엥이가 세준에게 인사하고 분홍털과 자기 위해 갔고

"애들아, 자자."

세준도 흑토끼, 아작스, 펜릴을 데리고 자러 갔다.

"그럼···."

꿀꺽.

세준이 약쑥을 먹고 기절하며 잠에 들었다. 오늘도 수명이 3개월 연장된 세준이었다.

***

데이몬 가의 대저택.

"데···데이브, 정말 우리 유렌이 '톨드와 아이들'에게서 1000억 탑코인을 받아낸 게 확실한가요?"

유렌의 엄마 하미에가 유렌의 정보를 보고한 데이브에게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네. 하미에 님, 제가 직접 확인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곳으로 오는 길에 유렌 도련님이 회색의 사기꾼 시론에게서 3000억 탑코인을 받아냈다는 소문도 들었습니다."

"오! 드디어 우리 유렌이···."

데이브의 말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하미에.

그때

"근데 유렌 도련님 곁에 위대한 검은용의 부하가 함께한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데이브가 새로운 정보를 보고했다.

"위대한 검은용의 부하요?"

"네. 황금고양이 테오 박이라고 요즘 검은탑에서 명성을 얻는 존재로 노예왕이라고도 불린다고 합니다."

"흐음. 데이브, 일단 계속해서 유렌의 뒤를 쫓아주세요. 그리고 테오 박이라는 존재에 대한 정보도 부탁드려요."

"알겠습니다. 하미에 님. 그럼 돌아가 보겠습니다!"

데이브가 나가자

"유토-! 우리 유렌이···."

하미에가 기쁜 소식을 전달하기 위해 서둘러 자신의 남편을 찾아갔다.

***

검은탑 53층.

"유렌, 여기 맞냥?!"

허탕을 쳤다고 생각한 테오가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네. 분명 이 근처가 확실한데···."

유렌이 테오와 지도를 번갈아 쳐다보며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보상에게서 산 지도에는 이곳에 분명 자신의 돈을 빌려 간 리자엔이 있다고 했는데,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냥! 안 되겠다냥! 내가 직접 찾겠다냥!"

테오가 자신의 앞발을 땅에 올리고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그리고···

'박 회장, 도와달라냥!'

간절한 마음으로 세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때

휘잉.

바람이 불며 테오의 수염을 서쪽으로 움직였다.

"푸후훗. 박 회장이 저쪽이라고 했다냥! 따라오라냥!"

테오가 서둘러 서쪽을 향해 달렸고, 영문을 모르는 일행들이 그런 테오를 뒤따랐다.

'박 회장, 도와달라냥!'

그렇게 중간에 한 번씩 테오는 세준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서북동남의 방향으로 이동했고.

도착한 곳은 유렌이 지도로 안내한 처음 그 장소였다. 돌아 돌아 원위치로 온 것.

그것도 모르고

'박 회장, 도와달라냥!'

다시 세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테오.

그때

휘잉.

운이 좋게도 바람이 위에서 아래로 불며 수염이 땅을 가리켰다. 지도는 확실했다. 다만, 땅속에 있다는 걸 표현하지 못했을 뿐.

"여기다냥!"

테오가 아래를 가리키며 외친 후

"냥!"

자신의 앞발로 땅을 꾹 눌렀다.

그러자

쿠구궁.

테오의 앞발에서 전달된 거대한 힘이 땅에 침투하며 땅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세준의 얼굴을 누르며 깨달은 테 부회장의 비기 꾹냥권이었다.

삐욧!

[테오 님, 저기 통로가 있어요!]

"역시 테오 님이에요!"

삐욧이와 유렌이 무너진 땅의 경계에 보이는 구멍을 보며 외쳤다.

"푸후훗. 역시 박 회장이다냥!"

테오가 세준을 찬양하며 리자엔의 비밀 아지트와 연결된 통로로 들어갔다.

***

"그 호구가 내가 신용이 없어서 큰돈은 못 빌려주겠다는 거야. 그래서 내가 그 호구에게 뭐라고 말했는지 알아?"

"아니요."

이번에 새로 데려온 접대부가 리자엔의 물음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술잔에 술을 가득 따랐다.

"날 못 믿겠으면 내 꼬리를 맡길 테니 돈을 빌려달라고 했지."

"네? 꼬리요? 저희는 꼬리가 잘려도 다시···."

"그래. 근데 녀석은 모르더라고. 크크큭."

그렇게 리자엔이 자신이 어떻게 큰돈을 벌었는지 설명하며 실컷 잘난 척을 할 때

쿠구궁.

땅이 울렸다.

"뭐야? 야. 가서 무슨 일인지 알아봐."

"네!"

리자엔이 비싼 돈을 주고 고용한 용병들에게 지시했다.

잠시 후

퍼버벅!

뭔가 폭신한 것으로 두들기는 소리가 들리더니

"푸후훗. 찾았다냥!"

노랑색 고양이가 들어왔다.

쁘흐흣.

이어서 종이 뭉치를 입에 문 눈처럼 하얀 새가 들어왔고

"테오 님, 저놈이 리자엔이에요!"

마지막으로 자신을 부자로 만들어 준 호구 유렌이 들어왔다.

"유렌?"

"그래! 이 나쁜 놈! 왜 나를 속였어?!"

유렌이 리자엔을 향해 소리를 꿱꿱 질렀다.

"그하하! 무슨 소리야? 속은 호구가 잘못이지, 왜 속인 나를 탓해."

리자엔이 유렌을 보며 이죽거렸다.

"이봐. 고양이, 너도 잘 생각해. 저놈한테 얼마나 받고 이러는지 모르지만, 그냥 저놈을 등치는 게 훨씬 많이 벌 거야."

그러면서 테오에게 유렌의 돈을 뺏으라고 유혹했다.

리자엔은 돈이 많고 목숨은 소중했기에 강한 용병들로만 고용했다. 그런데 저 고양이는 손쉽게 용병들을 처치했다.

'힘으로는 승산이 없어···.'

그래서 테오와 유렌 사이를 이간질 하려 했다.

하지만

"시끄럽다냥!"

그건 상당히 잘못된 선택이었다.

퍽!

테오는 재빨리 자신의 마음을 흔드는 리자엔을 바로 기절시켰다. 위험했다냥! 악마의 속삼임이었다냥!

그렇게 리자엔이 기절하자

삐욧!

[테오 님, 도장 찍었어요!]

삐욧이가 리자엔의 엄지손가락을 계약서에 꾹 찍었다.

그사이

"저···테오 님, 저 100대만···."

"푸후훗. 100억 탑코인 내놓으라냥!"

"네!"

유렌은 테오에게 돈을 주고

"이 나쁜 놈! 속인 네가 나쁘지, 내가 왜 나빠!"

퍽.퍽.

리자엔을 팼다. 조금씩 호구에서 벗어나는 기미가 보이는 유렌이었다.

"푸후훗. 이제 돈을 찾자냥!"

테오가 리자엔의 아지트를 돌아다니며 비밀 금고를 찾아 열었다.

하지만

"2조 1000억 탑코인 뿐이다냥!"

리자엔은 이미 2조 2000억 탑코인을 써버린 상태였다.

찰싹!

테오가 리자엔을 깨워 돈의 행방을 물었지만

"그하하! 노는 데 다 썼다. 덕분에 원 없이 놀았지."

노는 데 다 썼다며 이죽거리는 리자엔.

유렌이 빌려준 돈을 회수할 방법이 없어졌다.

그러나

"냐앙···."

잠시 고민하던 테오는 곧 돈 받을 방법을 찾아냈다. 늘 그렇듯이.

"푸후훗. 그거 좋아 보인다냥!"

테오가 갈색 보석으로 만든 리자엔의 이빨을 보며 활짝 웃었다. 적어도 30개는 되는 것 같았다.

푸후후. 박 회장이 좋아할 것 같다냥!

테오가 세준이 기뻐할 생각에 함박미소를 지었다.

375화. 푸후훗. 역시 난 냥심 있는 고양이다냥!

375화. 푸후훗. 역시 난 냥심 있는 고양이다냥!

"이···이걸 뽑겠다고?"

리자엔이 자신의 이빨을 탐욕스럽게 바라보는 테오를 보며 서둘러 자신의 입을 가렸다.

"푸후훗. 그렇다냥! 그거 가져가면 신이 박 회장에게 돈을 바친다냥!"

"신? 설마 대지의 보석 전설을 믿는 거냐? 그거 전부 뻥이잖아!"

테오가 자신의 이빨을 왜 뽑으려는지 깨달은 리자엔이 외쳤다.

'대지의 보석에 봉인된 신의 영혼을 풀어주면 신이 은혜를 갚는다.'

과거 그 설명을 보고 많은 이들이 대지의 보석에 봉인된 신의 영혼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누가 실패했다는 소문은 들려도 성공했다는 소문은 없었다. 그래서 전설이 됐다. 누구도 못 했으니까.

그런데···

"푸후훗. 뻥 아니다냥!"

퍽!

"커헉!"

자신 있게 외치는 테오의 목소리를 들으며 리자엔이 기절했다.

테오가 냥보로 순식간에 리자엔의 뒤로 이동해 뒤통수를 때린 것.

솜방망이를 두른 것 같은 테오의 앞발이지만, 그 위력은 전혀 폭신하지 않았다.

쿠웅!

크기 5m의 육중한 리자엔의 몸이 쓰러지며 땅이 울렸고

뽁.뽁.

테오가 마취(?)가 된 리자엔의 입을 벌려 대지의 보석을 뽑기 시작했다. 옆의 이빨에 걸쳐져 있어 빼는 건 쉬웠다.

냄새가 나서 그렇지.

"푸후훗. 박 회장 똥냄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냥!"

물론 세준의 똥냄새로 단련된 테오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수확한 보석 강냉이···아니 보석 이빨은 31개.

"푸후훗. 이거면 3조 1000억 탑코인이다냥!"

테오는 페블로스가 보상으로 1000억 탑코인 정도를 주고 갔으니, 다른 신들도 구해준 대가로 그 정도는 바칠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대지의 보석 하나당 1000억 탑코인으로 계산했다.

나중에 테오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할 신들의 미래가 심히 걱정됐다.

"유렌, 이거 가져가라냥!"

테오가 창고에 있는 돈 2조 1000억 탑코인을 유렌에게 줬다. 자신은 많이 챙겼으니, 돈은 유렌에게 양보했다

푸후훗. 역시 난 냥심 있는 고양이다냥!

테오가 자신의 냥심 있는 행동에 스스로 대견해할 때

"네?! 제가 이거 다 가져요? 절반은 테오 님 드릴게요. 5대5 잖아요."

유렌은 테오가 챙긴 보석 이빨의 가치를 모르는지, 선뜻 자신이 받은 돈의 절반을 테오에게 건넸다.

그리고

"푸후훗. 알겠다냥!"

테오는 주는 걸 냉정히 거절하는 묘정 없는 고양이가 아니었다.

덕분에 테오의 머릿속에 '돈은 유렌과 반띵, 나머지는 다 내꺼'라는 공식이 만들어졌다.

"유렌이 1억 탑코인 더 가져가라냥!"

그래도 냥심이 있기에 1억 탑코인 양보해 1조 499억 탑코인만 봇짐에 챙겼다.

"가자냥!"

그렇게 돈을 챙긴 테오가 앞장서서 밖으로 나가자

삐욧!

[네!]

"네!"

삐욧이와 유렌이 기절한 리자엔의 다리를 잡고 질질끌며 밖으로 나갔다.

'우헤헤. 리자엔, 어디 당해봐라. 나의 복수를! 뾰족한 돌이다!"

유렌이 일부러 아픈 길로 리자엔을 끌고 다니며 소심한 복수를 이어갔다.

***

"흥흥흥."

평소처럼 아침에 일어나 농장을 거닐던 세준.

"오. 배추꽃 피었네."

세준이 바람의 배추가 심어진 밭을 보며 말했다. 그 옆에는 무꽃과 오이꽃도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이따 채종해야지."

세준이 오늘의 오전 일과를 정했을 때

[탑에서 최초로 잘 발효된 오색콩 메주를 만드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요리 Lv. 9에 잘 발효된 오색콩 메주의 레시피가 등록됩니다.]

[요리 Lv. 9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메시지가 나타났다. 취사장 천장에 매달린 채 발효되고 있던 메주가 완성된 것.

"흐흐흐. 드디어 완성이다."

메시지를 확인한 세준이 바보처럼 헤실헤실 웃으며 서둘러 취사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잘 발효돼 황금빛을 띠는 영롱한 메주를 조심스럽게 손에 들어 옵션을 확인했다.

[잘 발효된 오색콩 메주]

탑에서 영양분을 충분히 흡수한 오색콩을 삶아 으깬 후 발효시켰습니다.

발효 과정에서 오색콩의 잠재 효과가 발현됐습니다.

장복 시 힘, 체력, 민첩, 마력 스탯이 랜덤하게 상승합니다.

요리 Lv. 9의 효과로 재료의 효과가 5% 상승합니다.

특유의 냄새가 있지만, 깊은 맛을 낼 수 있습니다.

요리사 : 탑농부 박세준

유통 기한 : 5년

등급 : A

"오호! 장복 시 랜덤하게 스탯 상승이라."

이제 메주가 완성됐으니 장의 삼신기인 간장, 된장, 고추장을 만들 거다. 그러면 거의 매일 먹을 테니···

"흐흐흐. 좋군. 아주 좋아."

세준이 웃으며 미리 준비한 항아리에 메주를 가득 넣고, 소금물을 만들어 항아리에 부었다.

이걸로 된장과 간장은 완성이었다. 나중에 물을 빼고 남은 건 된장, 물은 간장이 된다.

고추장은 아직 고춧가루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아 나중에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작업이 끝나고

"이제 아침 해야지."

세준이 요리를 시작했다.

아침 메뉴는 어제 먹다 남은 감자수프에 찍어 먹을 모닝 빵. 어제 미리 반죽을 해놨기에 굽기만 하면 됐다.

"흥흥흥."

세준이 콧노래를 부르며 반죽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둥글게 만든 후 화로 안에 넣었다.

잠시 후.

빵이 구워지자, 빵의 구수한 냄새가 취사장 주변으로 솔솔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뺙!

[삼촌, 좋은 아침이요!]

꾸엥!

[아빠, 안녕히 주무셨다요!]

"세준이형, 좋은 아침!"

낑!낑!

[야! 배고파! 밥 내놔!]

맛있는 빵냄새를 맡으며 기분 좋게 잠에서 깬 일행들이 하나둘 취사장으로 모여들었다.

"잠깐만 기다려. 다 됐어."

세준이 모닝빵이 수북이 쌓인 접시를 테이블 중앙에 놓고, 감자수프가 담긴 그릇을 하나씩 각자의 앞에 놨다.

펜릴의 밥그릇에도 식힌 감자수프에 모닝빵을 잘게 찢어 넣은 후 줬다.

그리고

"이제 먹자."

세준의 말과 함께 먹는 일행들.

뺙!

[삼촌, 빵이 너무 부드러워요!]

흑토끼가 모닝빵을 쭉 찢어 버터 향이 모락모락 나는 빵을 입에 넣고는 흥분해서 외쳤고

꾸엥!꾸엥!

[아빠, 너무 맛있다요! 꾸엥이 꿀이 필요하다요!]

꾸엥이는 찍어 먹을 감자수프가 있었지만, 지조 있게 꿀만 찾았다. 역시 허니베어다웠다.

그리고

"역시 세준이형님! 형님 말대로 감자수프에 찍어 먹으니까, 진짜 부드럽고 맛있어!"

아작스는 세준이 알려준 대로 모닝빵을 감자수프에 찍어 먹고는 세준을 찬양했다.

마지막으로 펜릴은···

짭.짭.짭.

짖는 시간도 아까운지, 밥그릇에 얼굴을 처박고 쉴 새 없이 혀를 움직였다.

"이게 행복이지."

세준이 자신의 음식을 맛있게 먹는 일행들을 지켜보며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행복이 배를 채워줄 수는 없는 법.

"어?!"

접시에서 빠르게 사라지는 모닝빵을 보며 세준도 서둘러 식사를 시작했다.

흐흐흐. 행복하다.

배가 채워지니, 행복감이 2배였다.

그렇게 아침을 먹고

"얘들아, 잘 다녀와!"

흑토끼, 꾸엥이, 아작스를 배웅한 세준.

"일해야지."

오전 일과를 시작하려 할 때

[탑의 관리자가 크리셀라 할머니가 스텔라 이모의 음성 메시지 구슬을 사 갔다고 말합니다.]

에일린이 세준에게 돈을 보냈다.

"200억 탑코인?"

세준이 액수를 확인하고 의아해했다. 100억 탑코인 아니었나?

그때

[탑의 관리자가 크리셀라 할머니가 앞으로 음성 메시지 구슬의 내용을 듣지 않고 자신에게 넘기면 2배로 준다고 했다고 말합니다.]

에일린이 왜 1만 배가 아닌 2만 배가 됐는지 이유를 알려줬다.

음성 구슬 메시지에 녹음된 욕설 가득한 스텔라의 음성을 들은 크리셀라가 이런 조건을 건 것.

이 음성 메시지 구슬을 혹시 다른 용이 듣게 된다면···크리셀라는 딸의 혼삿길이 막혀 노처녀 용이 되게 할 수 없었다.

"그래? 잘됐네."

세준이 에일린의 말에 기뻐했다. 세준으로서는 원래 안 들을 생각이었기에 전혀 나쁜 조건이 아니었다.

덕분에 100억 탑코인의 추가 수익이 생긴 세준.

"흥흥흥."

신나게 콧노래를 부르며 밭으로 가서 배추, 무, 오이의 씨앗을 채종했다.

***

검은탑 66층.

마법사 협회 본부.

똑.똑.

의뢰 전담 부서 직원 오로스가 협회장실의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린 후 대기했다.

요즘 검은탑에 이상 현상이 많아지며 마법사 협회로 들어오는 탐사 의뢰 양이 대폭 증가하면서 이오나의 심기가 좋지 않았다.

"요즘은 잠도 잘 주무신다던데, 왜 그러신 거지?"

오로스가 의아해했다. 일의 양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예전에는 이오나가 이 정도로 화를 내지는 않았다.

그렇게 이오나가 요즘 왜 더 예민해졌을까를 고민할 때

"뀨-들어와요."

이오나의 대답이 들렸다.

'시작부터 분노의 뀨 1단계라니···.'

시작이 좋지 않았다. 누군가 자신보다 먼저 들어가서 이오나를 분노케 한 게 분명 했다. 운 좋은 놈!

'큰일이군.'

오로스가 자신의 손에 들린 의뢰서를 보며 어두운 얼굴이 됐다.

검은탑 53층에서 발견된 이상 현상. 그걸 마법사 협회의 협회장인 이오나가 직접 조사하러 와달라는 의뢰서였다.

가뜩이나 일도 많은데, 협회장을 부르다니···

이 의뢰서를 보는 순간 단숨에 분노의 뀨 3단계로 올라 '뀨-뀨-뀨-'거릴 이오나의 음성이 이미 들리는 것 같았다.

거기다 협회장을 부르기에는 많이 못 미치는 금액이었다.

'진짜 들어가기 싫다···.'

오로스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겁을 잔뜩 집어먹고 협회장실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뜨거운 공기가 오로스를 맞이했다. 분노한 이오나가 마법을 사용한 결과였다.

아마 협회장실 안에 걸린 수십 겹의 최상급 방어 마법이 아니었다면 이미 협회장실은 사라졌을 거다.

'더워.'

오로스는 줄줄 흐르는 땀을 연신 닦으며 오로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서류를 처리하는 이오나를 기다렸다.

잠시 후.

"뀨-무슨 일이죠?"

한 뭉치의 서류 작업을 끝낸 이오나가 고개를 들며 물었다. 얼굴을 한껏 구기고 있는 게 너무 무서웠다.

"혀···협회장님 앞으로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오로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뀨-뀨-지금 제 앞으로 의뢰가 들어왔다고 했나요?"

그래도 의뢰서는 확인하고 화낼 줄 알았는데···오로스가 생각보다 더 빨리 올라가는 이오나의 분노 게이지에 당황했다.

"네···네! 탑 53층에서 보낸 의뢰입니다!"

"뀻?! 탑 53층에서요? 어서 의뢰서를 가져오세요!"

53층이라는 말에 순식간에 활짝 펴지는 이오나의 얼굴.

"네?! 네!"

하지만 긴장하고 있는 오로스는 어느새 이오나의 분노가 사그라들었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

잠시 후.

"뀻뀻뀻. 저는 당장 출발할 테니. 그렇게 알아요!"

의뢰서를 읽은 이오나가 비행 마법을 사용해 창문을 나가며 외쳤다.

"네! 협회장님! 안녕히 오래오래 다녀오십시오!"

오로스가 이오나가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뭐지? 협회장님이 왜 화를 안 낸 거지?"

이오나가 보이지 않자, 오로스는 이오나가 화를 안 낸 이유를 생각했다. 하지만 마땅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사이

"뀻뀻뀻. 아직 테오 님이 탑 53층에 있어요! 서두르면 볼 수 있어요!"

테오에게 걸어 둔 추적 마법을 확인하며 이오나가 테오를 만나기 위해 빠르게 이동했다.

***

검은탑 53층.

"냥?!"

"테오 님, 왜 그러세요?"

상인 통로로 들어가려던 테오가 멈춰 서자, 유렌이 물었다.

"여기서 조금 쉬었다 가야겠다냥!"

테오가 상인 통로 입구에 앉아 쉬자, 삐욧이와 유렌도 그 곁에서 쉬기 시작했다.

그렇게 쉰 지 1시간 정도가 지났을 때

"뀻뀻뀻. 테오 님!"

이오나가 날아와 테오의 꼬리로 파고들었고

"냥?! 이오나, 내가 여기 있는지 어떻게 알고 왔냥?!"

"뀻뀻뀻. 전 다 알 수 있어요!"

테오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고, 이오나는 반대로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테오 님도 아는 것···."

삐욧!

[가만히 있어요!]

찰싹.

삐욧이가 서둘러 유렌의 입을 때렸다. 생후 반년도 안 된 삐욧이보다 눈치가 없는 유렌이었다.

376화. 삼촌은 결혼하지 마!

376화. 삼촌은 결혼하지 마!

"이오나, 근데 여기는 무슨 일이냥?"

테오가 자신의 꼬리를 감고,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이오나에게 물었다.

"뀻뀻뀻. 의뢰를 해결하러 왔어요."

"의뢰말이냥?"

"뀻뀻뀻. 네! 요즘 탑에서···."

테오가 묻지 않았지만, 이오나는 자신이 내려온 이유를 미주알고주알 신나게 설명했다.

마탑이나 마법사 협회의 마법사들이 봤다면 믿지 못할 장면이었다. 말만 시켜도 인상부터 쓰는 이오나였으니까.

"푸후훗. 나도 같이 가겠다냥!"

이오나의 설명을 다 들은 테오가 이오나를 따라나서기로 했다.

이오나의 설명 중 '붉은 안개'라는 단어가 나왔기 때문. 펜릴의 코어 조각이 분명하다냥!

세준이 찾는 펜릴의 코어 조각도 챙기고, 이오나랑 같이 있을 수 있으니 나쁠 게 없었다.

"뀻뀻뀻. 정말요?!"

테오가 같이 간다는 소리에 이오나가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다.

"푸후훗. 그렇다냥! 방향이 어느 쪽이냥?"

테오가 이오나에게 물으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삐욧이와 유렌도 자리에서 일어나 이동할 준비를 했다.

"뀻뀻뀻. 저쪽이요!"

이오나가 짧은 앞발가락으로 가야 할 방향을 가리켰다.

그 끝에는 과거 대지주 그리드가 지배했지만, 지금은 쇠락해 가는 도시, 보어시티가 있었다.

"푸후훗. 출발이다냥!"

테오와 이오나, 삐욧이, 유렌이 보어시티를 향해 출발했다.

***

검은탑 99층.

[마력이 담긴 땅에 민첩의 오이 씨앗을 심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

..

.

세준이 채종을 한 배추와 무의 씨앗를 다 심고, 오이 씨앗을 심고 있었다.

오늘은 뭔가 의욕이 돋아서

[에일린의 더 건강한 주먹 고기 조각을 섭취했습니다.]

[음식을 모두 먹어야 효과를 발휘합니다.]

[69조각 남았습니다.]

에일린의 주먹 고기로 점심을 때우며 쉬지 않고 일을 했다.

그렇게 세준이 오이를 심고 있을 때

낑!낑!

'야! 나 배고파! 밥 줘!'

슬링백 안에서 자다, 잠에서 깬 펜릴이 칭얼거렸다.

"알았어. 까망이도 밥 먹자."

세준이 펜릴이 편하게 먹을 수 있게 땅에 내려놓고, 밥그릇에 우유를 채운 후 군고구마 말랭이와 함께 줬다.

끼히힛.낑!

'히힛. 내가 잡고 있으니까, 못 도망가!'

우유 호수의 악몽 때문인지, 펜릴은 우유가 도망가지 못하게 밥그릇에 오른 앞발을 담가 우유를 붙잡고

짭.짭.짭.

군고구마 말랭이를 먹다가 중간에 한 번씩 우유로 목을 축였다.

"그럼 얌전히 먹고 있어."

세준이 열심히 먹는 펜릴에게 주의를 주고 다시 오이를 심었다.

잠시 후

[오이밭 5000평을 완성했습니다.]

[직업 특성으로 경험치 1만을 획득했습니다.]

오이를 다 심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흐흐흐. 보람차군."

세준이 메시지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을 때

"응? 까망이가 어디 갔지?"

깨끗이 비운 밥그릇만 남긴 채 펜릴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세준이 펜릴을 찾는 사이

오도독.

펜릴은 무밭에서 세준이 조금 전에 심은 무 씨앗을 파먹고 있었다. 오늘의 난 관대하지 않지!

그리고

끼히힛.낑?낑.낑!

'히힛. 내 코어 기운이 담겨서 그런가? 더 맛있네. 집사한테 코어를 더 먹여야겠어!"

세준에게 코어를 먹이고, 그 기운이 담긴 씨앗을 자신이 먹는 게 더 맛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야! 누가 씨앗 먹으래?!"

뒤늦게 펜릴을 발견한 세준이 서둘러 펜릴의 목덜미를 낚아채 슬링백에 넣었다.

하지만

"까망이, 이노무 자식 씨앗을 몇 개나 먹은 거야?"

이미 세준이 심은 무 씨앗을 200개나 파먹은 후였다.

낑.낑.

'나 이제 배불러. 잘래."

끼로롱.

세준에게 혼날 걸 알았는지, 펜릴이 코어 기운을 소화하기 위해 서둘러 잠들었다.

"그렇게 자면 내가···."

세준은 사고치고 자는 펜릴이 괘씸해 깨우려고 했지만, 곤히 자는 펜릴의 귀여운 모습을 보니 차마 깨울 수 없었다.

"그래. 탈만 안 나면 되지."

세준이 소화가 잘되게 펜릴의 뽈록 나온 배를 쓰다듬어 줬다.

잠시 후

꺼억.

펜릴이 시원하게 트림을 하며 몸의 크기가 조금 커졌다. 다행히 슬링백에는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까망이, 이 자식···."

펜릴의 성장에 마음의 여유가 조금 사라진 세준은 심술을 부리며 괜히 펜릴의 배를 콕콕 찔렀다. 누가 허락도 안 받고 강해지래?

끼잉···

펜릴이 몸을 뒤척이며 그런 세준의 손가락을 안았다.

"크흠. 이번만 봐주지."

손가락에 전해지는 부드러움과 따뜻함에 세준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

테오와 일행이 보어시티에 도착하자

"오! 이오나 님과 일행분들, 어서 오시죠."

대지주 그리드를 따르던 멧돼지들이 쫓겨난 이후 보어시티의 시장을 맡고 있는 미어캣 트레가 직접 나와 그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뀻뀻뀻. 트레 님, 의뢰 대상은 어디에 있죠?"

"저···일단 내성으로 가서 얘기를 드려도 될까요? 안에 식사를 준비해 뒀습니다."

"뀻뀻뀻. 그럼 그래요!"

이오나는 배고프지 않았지만,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불안한지 연신 고개를 쭉 빼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트레 때문.

'함정이네요.'

내성에서 누군가 함정을 파고 기다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

'뀻뀻뀻. 테오 님이랑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나니 나쁘지 않아요.'

이오나가 테오와 같이 하는 시간이 늘어난 것에 기뻐하며 트레를 따라 내성으로 이동했다.

내성으로 가는 길.

······

쇠락한 도시라지만, 너무 조용했다. 아무도 없는 것처럼.

그렇게 내성으로 들어가자

쿠구궁.

철문이 내려오며 내성문이 닫혔다.

"죄···죄송합니다. 저들이 이오나 님을 이곳으로 데려오지 않으면···."

"뀻뀻뀻. 괜찮아요. 중력의 힘이여···."

이오나가 자신에게 사죄하는 트레를 말리며 주문을 외우며 전투 준비를 시작했다.

"냥! 빨리 도장 찍어라냥!"

삐욧!

[여기다 똑바로 찍어!]

"넵!"

그사이 테오와 삐욧이는 트레를 윽박지르며 노예 계약서에 도장을 받고 있었고

"···또 저 때문인 건가요?"

유렌은 함정에 빠진 게 이번에도 자신의 불행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품에서 주섬주섬 돈을 꺼냈다.

그때

쿵.쿵.

내성쪽에서 거대한 붉은색 멧돼지가 나타났다. 과거 그리드의 부하로 있던 멧돼지 펙스였다.

"이오나,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 그리드 님의 원수!"

펙스는 원래 평생 숨어지내야 할 운명이었지만, 우연히 얻은 힘을 통해 그리드의 복수를 생각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과거 자신들의 도시였던 보어시티를 장악하고 도시 안에 사는 모두를 인질로 잡아 시장에게 이오나를 불러오게 했다.

옆에 떨거지들도 있었지만, 문제 될 건 없었다. 다 죽이면 되니까. 자신의 계획이면···

펙스가 이오나를 보며 자신 있게 씨익 웃을 때

"그래비티 컨트롤!"

이오나가 펙스에게 20배의 중력을 가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맞기 전까지는.

콰아앙!

"끄윽!"

펙스는 중력을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납작하게 처박혔다. 동시에 하늘을 찌르던 자신감도 순식간에 땅속에 처박혔다.

자신을 누르는 강력한 힘에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자신이 강해진다고 어떻게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격이 다른 존재였다.

눈에 중력을 버티지 못해 부러진 새하얀 팔뼈가 피부를 뚫고 나온 게 보였다. 그 구멍을 통해 빠져나오는 피도.

의식이 점점 흐려졌다.

그때

-더 강한 힘이 필요한가?

자신에게 힘을 줬던 속삭임이 들렸다.

***

"뀻뀻뀻. 끝이에요."

죽어가는 펙스를 보며 이오나가 마지막 공격을 하려 할 때

"그래···영혼을 바칠···힘을···줘···."

펙스가 이를 악물며 마지막 말을 뱉어냈다.

그리고

고오오오.

펙스의 대답과 동시에 붉은 안개가 흘러나와 펙스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헬파이어!"

엄청난 기운이 느껴지자, 이오나가 서둘러 펙스를 공격했다.

하지만 붉은 안개는 이오나의 공격을 막아내며 쓰러진 펙스를 강제로 일으켰다.

콰드득.

20배의 중력을 버텨내기에 연약했던 펙스의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그리고 붉은 안개가 펙스의 전신을 다 덮자, 펙스의 머리 옆에 붉은 안개로 만들어진 늑대 머리 하나가 나타났다.

-크크큭. 나는···용을 죽이기 위한 자. 어리석은 것들이여. 나의 먹이가 되어라.

늑대 머리가 포효하며 몸을 움직였다

"바람이여. 나의 명에 따라 폭풍을 만들어라. 토네이도."

이오나가 서둘러 주문을 외워 마법을 시전했다.

후우웅.

강력한 바람이 모이며 눈 깜짝할 새에 만들어진 회오리바람이 늑대 머리가 지배하는 펙스의 몸을 집어삼켰다.

하지만 모든 것을 갈아버릴 것 같은 회오리바람은 붉은 안개에 닿자 금세 그 기세를 잃었다.

"중력의 힘이여···."

이오나는 이어서 바로 다른 중력 마법을 준비했다.

붉은 안개가 헬파이어와 토네이도 마법은 무력화 시켰지만, 그래비티 컨트롤 마법은 무력화 시키지 못했기 때문.

"미니 블랙홀."

이오나가 마법을 사용하자 펙스의 뒷공간에 검은 구멍이 열리며 강한 흡입력으로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크크큭. 그런 걸로 날 죽일 수는 없다.

붉은 안개의 힘으로 흡입력을 버텨내는 펙스. 하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뀻뀻뀻. 어디까지 버티나 보죠. 중력의 힘이여. 나의 명에 따라 적을···."

이오나가 이번에는 미니 블랙홀을 펙스의 앞에 사용했고

-이익! 내가···이렇게···

결국 버티지 못한 펙스의 몸이 두 쪽으로 갈라져 블랙홀에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펙스의 몸에서 나온 검은 구슬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기 직전

"냥!"

황금빛 선 하나가 그어지며 검은 구슬이 사라졌다.

블랙홀에 빨려들어가지 않기 위해 재물을 태우며 일냥섬을 사용한 테오였다.

"푸후훗. 0.001%짜리다냥!"

테오가 자신의 손에 들린 검은색 구슬을 세준에게 주기 위해 봇짐에 넣었다.

잠시 후.

의뢰를 마친 테오와 일행들은 트레가 서둘러 준비한 식사를 마치고

"뀻뀻뀻. 테오 님, 일 빨리 끝내고 갈게요."

"푸후훗. 알겠다냥!"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

늦은 오후.

꾸엥!

[아빠, 꾸엥이 왔다요!]

칡뿌리를 캔 꾸엥이가 농장으로 복귀했다.

꾸엥!

[아빠, 이거 먹는다요!]

"그래. 고마워. 꾸엥이도 같이 먹자."

세준이 꾸엥이와 푸른색 칡뿌리를 사이좋게 하나씩 먹었다.

[푸른 잠재력의 칡뿌리를 섭취했습니다.]

[모든 스탯 잠재력이 5 상승합니다.]

그렇게 칡뿌리를 먹자

꾸엥!

[아빠, 꾸엥이 특훈하러 간다요!]

꾸엥이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같이 가자."

세준도 꾸엥이를 따라 나섰다.

'흑토끼랑 조용히 얘기 좀 해봐야지.'

흑토끼는 탑 99층에 올라온 지 벌써 며칠이 지났지만, 다시 내려갈 생각을 안 했다.

그래서 무슨 일인지 물어볼 생각이었다.

꾸엥!꾸엥!

[알겠다요! 꾸엥이, 꽉 붙잡는다요!]

"응!"

꾸엥이의 말에 세준이 꾸엥이를 꽉 안았다. 아니면 떨어질 수 있다.

꾸엥!

[간다요!]

콰앙!

염력을 사용해 꾸엥이가 슈퍼맨처럼 날았다.

그리고

"으어어어···."

꾸엥이의 망토처럼 나풀거리는 세준.

잠시 후.

꾸엥!

[작은 형아는 저기서 특훈한다요!]

하늘에 뜬 상태로 꾸엥이가 지상을 가리켰다.

뺙악!

[구천-구백일!]

거기에는 블랙 미노타우루스를 등에 업고 10m씩 점핑 스쿼트를 하는 흑토끼가 보였다.

뺙악!

[일마-안!]

흑토끼가 마지막 점핑 스쿼트를 끝내고 쓰러졌다.

"흑토끼, 이제 집에 가야지."

세준이 특훈이 끝나길 기다렸다 흑토끼에게 다가가 말했다.

그러자

뺙!

[삼촌은 결혼하지 마!]

'이 자식이···'

대뜸 세준의 약을 올리는 흑토끼.

하지만

뺙!

[삼촌, 나 밤이 너무 무서워!]

다음 말을 들으니 이해가 됐다. 부전자전이구만. 괜찮아. 네 아빠도 그랬어.

377화. 가라! 흑토끼!

377화. 가라! 흑토끼!

"냥냥냥."

삐욧!삐욧!

꾸익!꾸익!

콧노래를 부르며 상인통로를 신나게 걷는 테오, 삐욧이, 유렌. 그들은 현재 탑 99층으로 가는 중이었다.

원래 이오나를 만나기 전에는 블랙리스트 7번째 줄에 있는 키바라는 소매치기를 찾아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박 회장이 보고 싶다냥!"

리더 테오의 말 한마디에 목적지가 변했다.

덕분에 이동 중 요르그문드 파편을 2번 만나고 강도 8번을 만나며 백색 코인 5개와 노예 150명을 얻는 쾌거를 이뤘다.

행운의 테오와 불행의 유렌. 둘의 시너지는 굉장했다.

그때

삐욧!

[테오 님, 갈림길이에요!]

그들의 앞에 나타난 갈림길.

"푸후훗. 유렌 앞장서라냥!"

테오가 노예 유인기 유렌을 앞에 세웠다.

"네! 돈도 준비할까요?"

"푸후훗. 당연하다냥!"

그렇게 셋이 요르문간드 파편에게 먹혔고.

잠시 후.

테오는 백색 코인 3개와 노예 20명을 얻으며 나타났다.

"푸후훗."

가는 길이 심심하지 않은 테오였다.

***

"흑토끼, 나만 믿어!"

세준이 자신 있게 외쳤다. 자신에게는 강한 하체의 무가 있었다.

하지만

뺙!

[삼촌, 강한 하체의 무로도 힘들어···]

이미 강한 하체의 무를 먹어본 흑토끼가 풀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긴···강한 하체의 무는 이미 토끼들에게 소문이 났으니, 흑토끼도 사용해 봤을 거다.

무엇보다 아빠토끼가 자신의 유전자를 이은 흑토끼에게 추천 안 해 줬을 리 없었다.

"그래? 그···그래도 걱정 마!"

세준은 살짝 당황했지만, 다시 자신 있게 말했다.

혼자서는 어렵지만···

집단 지성의 힘을 보여주지!

한국에 네니버가 있다면 나에게는 노예버가 있다.

"노예들아 하체에 좋은 음식을 보내 줘!"

그렇게 세준이 집단 지성들에게 도움을 요청 후 흑토끼를 위로하며 농장에 도착할 때쯤

[푸른탑의 노예가 하체에는 장어라며 팔딱팔딱 장어엑기스 10병을 보냅니다.]

파앗.

메시지와 함께 세준의 앞에 빛기둥이 떨어지며 10개의 작은 유리병이 나타났다.

[팔딱팔딱 장어엑기스]

팔딱팔딱 힘차게 뛰는 강철 장어 1000마리를 고아 만든 엑기스입니다.

섭취 시 하체 근육이 활성화돼 종족 번식 능력이 상승합니다.

맛이 엄청나게 비립니다.

제작자 : 푸른탑 탑농부 젤가

유통 기한 : 100년

등급 : B

"음···."

장어 1000마리 분의 비린 맛이라···

"흑토끼, 이거 먹어볼래? 흡."

세준이 숨을 멈추고

뽕.

뚜껑을 열어 흑토끼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뺙!뺙?!!

[으악! 이게 뭐야?!!]

흑토끼가 코를 막으며 비명을 질렀다. 이걸 그냥 먹는 건 어려울 것 같았다.

나중에 비린맛 좋아하는 테오한테 먹여 봐야지···

세준이 서둘러 유리병의 뚜껑을 닫고 장어엑기스를 아공간 창고에 넣을 때

[자색탑의 노예가 단점은 있지만, 하체 강화에 즉빵인 독초가 있다며 급사의 야관문 1kg을 보냅니다.]

메시지와 함께 빛기둥이 떨어지며 보라색 풀이 나타났다.

"급사의 야관문?"

이름부터 위험한데?

세준이 보라색 풀의 옵션을 확인했다.

[급사의 야관문]

자색탑 안에서 자란 독초로 독기를 충분히 흡수에 독기가 바짝 올랐습니다.

섭취 시 독에 중독되며 10분간 하체 근육이 강하게 활성화돼 종족 번식 능력이 대폭 상승하지만, 이후 급사합니다.

아주 쓴 맛이 납니다.

유통 기한 : 70일

등급 : C+

"누구 죽일 일 있나···."

아무래도 베로니카가 나에게 억하심정이 있는 것 같았다.

[자색탑의 노예가 그냥 생각나는 걸 보낸 거라며 오해는 말라고 말합니다.]

베로니카도 찔렸는지, 서둘러 메시지를 보냈다.

"일단 안 보이게 치워야지."

세준은 다른 애들이 먹지 못하게 이파리 하나 남기지 않고, 전부 아공간 창고로 옮겼다.

[녹색탑의 노예가 부하들에게 물어봤는데, 하체에는 용의 발톱이 좋다며 자신이 짤라 뒀던 발톱 5조각을 보냅니다.]

이어서 오필리아가 자신의 발톱을 보냈다.

하지만 발톱에 그런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근거 없는 헛소문이었다.

"와. 발톱이 얼굴 만하네. 흐흐흐. 이거로 나중에 낫이나 호미 만들어야지."

세준이 오필리아의 발톱을 얼굴에 대보며 말했다. 그래도 덕분에 농기구를 만들 튼튼한 재료가 생겼다.

그렇게 세준이 오필라아의 발톱을 아공간 창고에 넣자

[하얀탑의 노예가 할아버지한테 하체에 좋은 음식이 뭐냐고 물어봤는데, 해츨링은 몰라도 된다고 혼났다며 울상을 짓습니다.]

아작스의 메시지가 나타났다.

"미안하다."

내가 나중에 맛있는 거 만들어 줄게.

[하얀탑의 노예가 자신은 핫케이크를 먹고 싶다고 웃으며 말합니다.]

그래. 근데 울다 웃으면···아니다.

세준은 놀리고 싶었지만, 방금 울음을 멈춘 아작스를 다시 울게 할 수 없어 참았다.

그렇게 아작스를 달랜 후

"흠. 좋은 게 없네."

세준이 고민에 빠졌다. 오릭은 깜깜무소식이고, 다른 노예들이 보낸 것 중엔 괜찮은 게 없었다.

흑토끼를 빨리 돌려보내야 하는데···

"일단 보내준 걸로 보양식이라도 만들어 봐야지."

팔딱팔딱 장어엑기스.

급사의 야관문.

해독의 대파로 야관문의 독을 제거하고, 마늘과 삼양주로 장어엑기스의 비린 맛을 잡아주면 독과 비린내는 해결.

거거에 청양고추와 콩나물을 넣어 칼칼하고 시원한 맛으로 장어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여기에 강한 하체의 무랑 낙지를 넣어 보양 효과를 강화하면···

"완벽하군."

머릿속으로 요리 시물레이션을 돌려본 세준이 자신 있게 취사장으로 향했다.

그때

끼엑!

세준의 눈에 레아 로드를 빨빨거리며 지나가는 버섯개미들이 보였다.

'표고버섯 몇 개 넣어도 괜찮겠네.'

세준이 콩나물 장어 무국 레시피에 표고버섯을 추가했다.

"얘들아, 표고버섯 좀 줄래?"

버섯개미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자

끼엑!

버섯개미들이 동료들을 향해 외쳤고

끼엑!

끼엑!

위풍당당한 걸음으로 다가오는 버섯개미 5마리. 저 영약 있어요!

[영약 : 표고버섯을 수확했습니다.]

···

..

.

덕분에 세준은 줄을 선 버섯개미들의 등에서 영약으로 자란 표고버섯 5개를 수확했다.

"얘들아, 고마워."

세준이 버섯개미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수확한 표고버섯을 챙겨 취사장으로 들어가 저녁을 준비했다.

***

검은탑 4층.

"자. 살점포식자여. 마음껏 먹어 치워라."

탑 2층과 탑 3층의 변이된 방울토마토들을 이끌고 도착한 마이클이 말했다.

멸망의 힘을 받은 변이된 방울토마토는 '살점포식자'라는 흉흉한 이름을 갖게 됐다.

케에엑!

마이클의 명령에 살점포식자들이 천천히 앞으로 이동하자 붉은색과 초록색의 물결이 움직였다.

마이클이 경험치 농장에 있던 모든 방울토마토를 데려왔기에 그 수는 엄청났다.

꿈틀.꿈틀.

몬스터도, 헌터도, 그들은 가리지 않고 입에 넣을 수 있는 거면 줄기로 집어서 자신의 입에 넣었다.

그렇게 살점포식자들이 먹이를 먹어치우자 마이클의 몸으로 붉은 안개들이 모여들었다.

"크큭. 힘이 넘치는군."

마이클이 생전 느껴보지 못한 고양감에 만족 웃었다.

그때

-이 정도 힘에 만족하다니, 용과 싸우기에는 아직 멀었다. 더 많은 살점포식자를 만들어 힘을 키워라.

"크큭. 알았다."

마이클이 속삭임의 의견에 동조하며 땅에 멸망의 힘을 주입하자

뿌드득.

뿌드득.

살점포식자들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아직은 어리지만, 며칠만 지나면 성체로 자라나 활동을 시작할 거다.

그렇게 탑 4층이 마이클에 의해 정리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준 님의 농장을 지켜라!"

세준의 포도농장을 지키는 용아병과 살점포식자들이 조우하게 되면서 마이클은 순식간에 모든 병력을 잃었다.

탑 4층의 수준에서나 살점포식자의 힘이 통했지, 용아병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거기다 살점 포식자아의 수적 우세도 블랙 스켈레톤들의 수에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제길!"

목숨의 위협을 받자, 마이클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지구로 도망쳤다.

그리고 그건 할파스에게 큰 도움을 줬다.

멸망의 외곽.

아무리 노력해도 지구에 로커스트를 보낼 수 없자, 거대 거머리를 지구에 보낸 할파스.

"역시 거머리들은 효율이 안 나와."

전보다 조금 더 붉게 물든 지구를 보며 할파스가 지루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이 손을 댔기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구가 완전히 멸망할 때까지는 지켜볼 생각이었다.

그때

"응?! 살점포식자?"

8번째 재앙이 탄생했다.

그리고 위치는 로커스트와 거대 거머리의 사이. 즉, 지금도 지구에 보낼 수 있다는 의미였다.

"크큭. 새로운 재앙이라니! 8번째 재앙이여. 가서 너의 힘을 보여줘라."

할파스가 지구로 살점포식자를 보냈다.

***

"좋아. 완성."

[탑에서 최초로 강한 하체의 팔딱 장어 뭇국을 만드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요리 Lv. 9에 강한 하체의 팔딱 장어 뭇국의 레시피가 등록됩니다.]

[요리 Lv. 9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세준의 외침과 함께 요리가 완성됐다.

"자. 흑토끼, 어서 먹어봐."

장어엑기스가 적어 딱 1인분만 만들었기에 세준이 서둘러 흑토끼를 불렀다. 다른 애들이 먹기 전에 먹여야 했다.

뺙!

[응!]

세준의 부름에 서둘러 달려오는 흑토끼.

그리고

후루룩.

빠르게 세준이 만든 보양식을 먹었다.

"어때?"

세준이 기대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뺙···뺙···

[강해지긴 했는데···좀 약한 거 같아···]

고개를 젓는 흑토끼. 역시 더 좋은 재료가 필요한 모양이었다.

"이제 오릭만 남았네."

오릭, 집단 지성의 힘을 보여줘!

세준이 마지막 희망 오릭의 메시지를 기다릴 때

[갈색탑의 노예가 켈켈켈, 그런 걸 좋아하시는지 몰랐다며 음흉하게 미소 지으며 고블린 하체 강화제 5병을 보냅니다.]

때마침 오릭의 메시지와 함께 붉은 액체가 담긴 유리병 5병이 나타났다.

아냐. 임마! 나 억울해!

세준이 오릭의 오해에 소리 높여 외쳤지만

[갈색탑의 노예가 켈켈켈, 다 안다며 고블린 장로에게 특별히 부탁해 어렵게 얻은 거니 자신의 노고를 알아달라고 합니다.]

오릭의 오해는 너무 깊었다.

"알긴···뭘 알아···."

세준이 억울한 목소리로 말하며 유리병을 확인했다.

[고블린 하체 강화제]

레드 고블린족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에 따라 하체에 좋은 것들을 배합해 만든 약입니다.

섭취 시 3시간 동안 하체 근육이 강하게 활성화돼 종족 번식 능력이 상승하지만, 중간에 멈출 수 없습니다.(충분한 체력이 없으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사용 제한 : 체력 3000 이상

제작자 : 레드 고블린족 장로 이타키

유통 기한 : 1년

등급 : B

"이 자식···."

분명 나 먹으라고 했으면서...내 체력 약한 거 알면서도 이런 걸 보낸 걸 보면···

'나 보내려고 했네.'

'켈켈켈'거리며 간사하게 웃을 때부터 알아봤다.

세준은 앞으로 오릭이 주는 건 두 번 세 번 확인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도 다행히 이건 흑토끼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흑토끼, 이거 어때?"

세준이 기운 없는 흑토끼에게 고블린 하체 강화제를 보여주자

뺙!!!

[삼촌, 고마워!!!]

흑토끼의 얼굴에 갑자기 자심감이 넘쳐흘렀다.

"좋아."

가라! 흑토끼!

세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뺙!

[삼촌, 나 갈게!]

흑토끼가 유리병을 챙겨 서둘러 집을 향해 달려갔다. 이제 밤이 무섭지 않은 흑토끼였다.

그리고

"냥?! 흑토끼 어디가냥?!"

뺙!

"푸후훗. 알겠다냥! 흑토끼, 힘내라냥! 박 회장, 내가 돌아왔다냥!"

세준에게 줄 선물을 잔뜩 챙긴 테오가 복귀했다.

378화. 크히히히. 성공이다.

378화. 크히히히. 성공이다.

미국 텍사스의 거대한 목장.

히이이잉.

넓은 평야에서 여유롭게 뛰놀던 말 한 마리가 풀을 뜯고 있었다.

말은 자신이 먹던 풀을 다 먹고, 다른 풀을 찾다 붉은 열매가 달린 한 뼘 크기의 풀을 먹기 위해 다가갔다.

그리고 풀에 입을 가져갈 때

케엑!

붉은 열매가 입을 벌리며 공격했다.

히이이잉!

생각지 못한 공격에 말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서둘러 도망쳤고, 살점포식자는 다시 입을 다물고 다음 사냥감을 기다렸다.

다행히 다음 사냥감은 금방 나타났다.

짹짹.

참새 한 마리가 열매처럼 생긴 살점포식자의 머리를 먹기 위해 다가왔고

케엑!

이번에는 살점포식자가 멋지게 사냥감을 낚아채 통째로 삼켰다.

잠시 후

뿌드득.

참새를 먹어 치운 살점포식자의 몸이 성장했다.

그렇게 텍사스 곳곳에서 살점포식자가 벌레, 쥐, 작은 새 등을 먹으며 빠르게 몸집을 키워갔다.

그리고

"크크큭. 효과가 좋군."

붉은 기운으로 물드는 지구를 지켜보며 할파스가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

"테오, 유렌 돈은 잘 받아줬어?"

세준이 자신의 얼굴에 달라붙은 테오를 떼어내 무릎에 착용하며 물었다.

"푸후훗. 그렇다냥! 나 테 부회장이 못 받는 돈은 이 세상에 없다냥! 이것 보라냥!"

세준의 물음에 부릉부릉 잘난 척 시동을 걸고 있던 테오가 기다렸다는 듯 봇짐에 앞발을 넣고 돈을 꺼냈다.

1조 400억 탑코인.

99억 탑코인은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펜릴의 코어 조각을 잡기 위해 장렬히 태웠다.

"푸후훗. 박 회장, 어떠냥?"

테오가 거만하게 웃으며 세준을 바라봤다. 푸후훗. 박 회장, 이래도 나한테 무릎 독점권을 안 줄 거냥?

"좋아. 무릎 독점권 한 달 연장."

테오의 예상대로 세준은 무릎 독점 한 달권을 테오에게 줬다. 푸후훗. 모든 게 내 계산대로 다냥!

"아직 더 있다냥!"

세준에게 무릎 독점권 한 달을 받은 테오가 이번에는 검은색 구슬을 꺼냈다.

"0.001%짜리 펜릴의 코어 조각이다냥! 이거 받고 두 달 더 달라냥!"

"에이. 이 정도로는···."

세준이 어림없다는 표정으로 펜릴의 코어 조각을 받았다.

그때

[10번째 탑으로 통하는 문의 조각을 획득했습니다.]

코어 조각에서 갈색의 주먹만 한 나무 조각 하나가 분리되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푸후훗. 푸후훗."

테오가 '이래도 연장 안 해줄 수 있겠냥?'이라는 우쭐한 표정으로 진짜 얄밉게 웃었지만

"쳇. 알았어. 무릎 독점 두 달 더 연장."

이건 인정.

세준은 해줄 수밖에 없었다. 정말 찾기 힘든 10번째 탑으로 통하는 문의 조각을 찾아왔으니까.

"테 부회장, 저녁은 먹었어?"

"푸후훗. 안 먹었다냥! 근데 밥 먹기 전에 하나 더 꺼낼 게 있다냥!"

테오가 호기롭게 외치며 리자엔의 보석 이빨 31개를 꺼냈다.

푸후훗. 박 회장, 사실 3단 콤보였다냥! 이 기세로 무릎 독점 석 달 더 연장하겠다냥!

한 달, 두 달, 석 달의 3단 콤보로 총 6개월의 무릎 독점권을 얻겠다는 테오의 원대한 계획.

"어?! 이거 대지의 보석이잖아?!"

세준이 보석 이빨의 정체를 알아보고 경악했다. 이게 다 몇 개야?

"푸후훗."

세준의 반응에 점점 올라가는 테오의 입꼬리.

모든 것이 테오의 계획대로 흘러가는 듯했지만

[손상된 대지의 보석]

멸망의 사도 1좌 신을 사냥하는 늑대 펜릴에게 육체가 먹혀 봉인된 대지 속성 신의 영혼이 담겨있습니다.

영혼을 담은 대지의 보석이 손상돼 신의 영혼이 땅의 힘을 흡수할 수 없습니다.

땅 속성 재능을 가진 농부 주변에 두면 손상된 대지의 보석이 다시 원래 모습으로 복구됩니다.(농부가 가진 땅 속성 재능의 수준이 높을수록 복구 속도가 빨라집니다.)

···

..

.

대지의 보석에는 문제가 있었다. 리자엔이 이빨로 만들며 보석에 손상이 간 것.

"어허. 그건 안되지. 물건에 하자가 있잖아. 테 부회장, 선수끼리 어디서 장난질이야."

옵션을 확인한 세준이 건들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테오의 우쭐함을 꺾어 줄 수 있어 신이 났다.

후훗. 테 부회장, 마지막에 웃는 자가 이기는 거야. 그리고 마지막에 웃는 건 나 박 회장이지.

세준이 테오의 우쭐함을 꺾었다고 기뻐할 때

"냥? 테 부회장은 위대한 박 회장한테 장난 안 친다냥!"

세준의 말에 화들짝 놀란 테오가 서둘러 보석의 옵션을 확인했다.

그리고

"냥···박 회장, 미안하다냥···."

귀가 축 처진 채 침울한 목소리로 세준에게 사과했다. 내 3단콤보가 실패했다냥···

"아니. 그 정도로 미안해할 정도는 아냐. 내가 대지의 보석을 복구시킬 수 있으니까."

세준이 침울한 테오를 달래기 위해 츄르를 테오의 입에 가져가며 말했다.

세준에게는 꽤 강한 대지 속성 재능이 있었다.

신기 대지의 신 패트릭의 밀짚모자를 쓰고 있는 동안만 개화되는 재능 : 대지의 사랑을 받는 자.

밀짚모자를 쓸 때만 개화되는 재능이지만, 모자는 잘 때 빼고 계속 쓰고 있으니, 세준의 재능인 것과 마찬가지였다.

촵촵촵.

테오가 세준의 수제 참치 츄르를 맛있게 먹는 사이

"근데 이거 진짜 옆에만 둬도 복구되는 건가?"

설명에 확신이 없던 세준이 대지의 보석을 확인했다.

[손상된 대지의 보석 - 0.02% 복구 중]

대지의 보석들은 세준의 손에 들어온 순간부터 이미 복구 중이었다.

하지만

"이러면 거의 한 달은 걸리겠어."

대지의 보석 31개를 동시에 복구하니 속도가 너무 느렸다.

그래서 속도를 높이기 위해 30개는 아공간 창고에 넣고 한 개만 주머니에 넣었다.

후훗. 한 놈만 패기 작전이다.

세준이 대지의 보석 정리를 끝냈을 때

"푸후훗. 박 회장, 다 잘 풀렸으니까, 무릎 독점 석 달 연장해달라냥!"

좋은 게 좋은 거다냥! 츄르를 다 먹고 배부름에 기분이 좋아진 테오가 활짝 웃으며 외쳤다.

그리고

"알았어. 석 달 연장."

거절할 것 같았던 세준이 태오의 말을 흔쾌히 들어줬다.

크흠 .원래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는 거지. 절대 테오의 미소에 홀린 건 아냐.

"푸후훗. 박 회장, 배 쓰다듬어 달라냥!"

그런 세준을 향해 테오가 발라당 누워 배를 내밀었다.

슥.슥.

"흐흐흐."

내가 봐줬다.

"푸후훗."

3단 콤보 성공이다냥!

그렇게 세준과 테오가 같이 웃으며 행복하게 마무리됐다.

잠시 후

"이건 땅에 묻어야지."

세준이 테오가 가져온 0.001%짜리 펜릴의 코어 조각을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태양초밭에 묻었다.

"냐아앙···박 회장, 이제 자러 가자냥···졸리다냥···."

세준이 자러 가길 기다리고 있던 테오가 졸음 가득한 목소리로 칭얼거렸다.

"그래. 알았어."

세준이 테오를 데리고 침대로 향했다.

그리고

꿀꺽.

약쑥을 먹고 기절했다.

커어어.

고로롱.

끼로롱.

세준과 테오, 펜릴의 코 고는 소리와 함께 입탑 386일 차의 밤이 깊어져 갔다.

그렇게 모두가 잠든 밤.

[불싹이, 준비됐어?]

[네! 불꽃이 님, 저 준비됐어요!]

탑 79층에서는 불싹이가 검은탑의 두 번재 세계수가 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좋아! 그럼 간다!]

[네!]

불싹의 대답과 함께 불꽃이의 뿌리가 불싹이에게 주먹만 한 황금색 사과를 보냈다.

그러자 황금색 사과가 불싹이의 뿌리 안으로 스며들듯 흡수됐다.

그리고

[불꽃이 님, 몸이 뜨거워요!]

[조금만 참아! 곧 끝나!]

[네!]

불싹이의 뿌리를 시작으로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고, 나무 전체가 황금빛으로 변하자

파앗!

황금빛이 폭발하며 불싹이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

검은탑 관리자 구역.

수정구를 붙잡고 열심히 멸망의 힘을 찾던 에일린.

"크힉! 왜 안 나와!"

아무리 붙잡고 있어도 멸망의 힘이 탐지되지 않자, 에일린이 짜증을 내며 신경질적으로 수정구를 집어 던졌다.

수정구는 데구르르 구르다 벽에 부딪히며 멈췄다.

그때

우웅.

수정구가 진동했다.

"크힝? 찾았나?"

에일린이 기대감을 품고 수정구를 확인했다. 운 좋게 멸망의 힘이 찾아진 건지도 몰랐다.

하지만

[검은 거탑 성장 조건 중 하나를 초과 달성했습니다.]

"크잉?"

다른 메시지였다.

초과 달성이라고?

에일린이 서둘러 검은 거탑 조건을 확인하자

[검은 거탑 성장 조건(7/8)]

-탑농부(A) : 달성

-신품종 10종 이상 탄생시키기 : 초과 달성(23/10)

-경작지 1억 평 이상 경작하기 : 미달성

-세계수 키우기 : 초과 달성(포도리, 불싹이, ?)

-세계의 기운 1만 피스 이상 확보하기: 미달성

-신기 5개 이상 소유하기 : 달성

-위대한 업적 3개 달성하기 : 달성

-검은탑의 입구 120개로 늘리기 : 미달성

"불싹이?"

세계수가 하나 늘어나 있었다.

덕분에 검은 거탑 성장 조건 중 이제 하나만 채우면 됐지만, 에일린은 좋아할 수 없었다.

"크힝···세준이는 이렇게 잘하는데···."

나만 못 해. 요즘 세준의 활약에 비해 자신은 세준에게 큰 도움이 안 되고 있었다.

"크힝···."

우울해진 에일린.

'맞아. 세준이가 우울할 때 단 거 먹으라고 했어!'

곧 세준의 말을 기억해 내며 세준이 만들어 준 시원하고 달달한 수박주스를 마시며 타는 속을 달랬다.

그때

꿍.꿍.

작은 진동을 일으키며 위대한 갈색용 갈릭이 뒤뚱대며 검은탑 관리자 구역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어?! 갈릭 오빠!"

"훗. 에일린, 이래도 내가 나약한 용이야?!"

부모님에게 떼를 써 이곳에 온 350살 갈릭이 에일린을 보며 거만하게 말했다.

그때

꿍.꿍.

다시 들어오는 붉은색 해츨링 하나. 위대한 붉은용의 해츨링 550살 페리온이었다.

"뭐야? 갈릭, 벌써 왔어?"

"페리온 형, 조금 늦었네?"

"아. 자다가 편지를 늦게 봐서···."

그렇게 둘이 얘기를 나누는 사이

꿍.꿍.

"에일린, 안녕! 어?! 페리온 오빠랑 갈릭 오빠도 왔네?"

에일린 다음으로 어린 위대한 은색용의 해츨링 300살 실비아가 뒤뚱거리며 검은탑 관리자 구역 안으로 들어왔고

"어?! 얘들아, 안녕."

"안녕하세요."

이어서 위대한 푸른용의 해츨링 600살 하쿤과 위대한 자색용의 해츨링 400살 포비도 도착했다.

에일린의 광역 도발 편지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했다.

'크히히히. 성공이다.'

위대한 황금용의 해츨링 호쿠스가 안 오긴 했지만, 이 정도면 성공적이었다.

그렇게 에일린이 기뻐하는 사이

"에일린, 너···."

"막내 주제에···."

"우리가 나약하다고?!"

서로 인사를 끝내 해츨링들이 자신들을 나약하다고 도발한 괘씸한 막내를 혼내주기로 했다.

하지만

"헤헤헤. 언니, 오빠들 미안. 난 그냥 언니, 오빠들 보고 싶어서 그런 거야.

광역 도발을 시전했던 에일린은 어느새 고분고분한 착한 막내로 변해 있었다.

"대신 사과하는 의미로 이거 줄게. 이거 엄청 맛있어! 마력도 늘어난다."

에일린이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대접하며 세준의 농작물을 하나씩 영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 진짜 맛있어!"

"와! 조금이지만, 진짜 마력도 늘어나!"

"고구마라는 건 힘이 세져!"

맛 좋은 세준의 농작물은 당연히 해츨링들 사이에서 인기 폭발이었다.

그렇게 해츨링들이 세준의 농작물에 열광하는 사이

'에일린 녀석, 감히 막내 주제에 나한테 나약하다고 했겠다?!'

꿍.

엄마 손을 꽉 잡은 위대한 황금용의 해츨링 500살 호쿠스가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검은용의 터전에 도착했다.

하지만

"어?!"

도착하자마자 호쿠스는 급속히 자신감을 잃었다.

"으앙!! 빨리 고구마 사게 돈 줘!"

"땅콩 사 달라고!"

"옥수수! 옥수수!"

"빼액!"

그곳에는 용맹한 해츨링들이 세준의 농작물을 사겠다고 열심히 부모에게 떼를 쓰고 있었다.

379화. 그거 에일린도 할 수 있는데.

379화. 그거 에일린도 할 수 있는데.

황금탑 38층.

콰과광!

1초에도 수십 번씩 치는 번개로 인해 눈부신 하늘에 거대한 땅 하나가 하늘에 떠 있었다.

하늘에 떠 있는 땅의 주변은 불길한 검붉은색이었지만, 땅의 중앙부에는 큰 화단이 있었다.

화단 안에는 세준이 탄생시킨 신품종들과 그 외에도 다양한 작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에밀라의 화단이었다.

그리고 그 작물들에 물을 주는 빛에 휩싸인 인영. 창조신의 사도 에밀라 이베너스였다.

창조신의 사도로서 수천 년간 창조신의 뜻에 따라 이곳을 지킨 에밀라.

"얘들아, 이제 조금만 참으면 돼."

에밀라가 작물들을 타이르듯이 말했다.

멸망을 몰아내기 위해 창조신이 준비한 과업들이 드디어 하나둘 해결되고 있었다.

물론 이제 조금 해결되기 시작했을 뿐. 과업을 완성시키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지금까지보다 몇 배는 힘든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박세준은 어떻게 창조신님이 남긴 과업을 해결하는 거지?"

에밀라가 이해할 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에밀라는 창조신의 과업을 짊어지기에는 너무 약한 세준이 불쌍해 신발을 주며 응원했고, 이후 목숨도 살려줬다.

목숨을 살려준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에밀라가 있는 층에 세준이 있었기 때문.

에밀라는 세준에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에밀라에게 세준은 너무 약해 내일 죽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존재였다.

거기다 그 격은···말해 봐야 입만 아프다.

그래서 당연히 다른 용들과 탑농부들이 창조신의 안배를 완성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에밀라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빨리, 전혀 다르게 나왔다.

아홉 탑의 정상화.

아홉 용들의 협력.

탑농부들과 용들의 협력.

신들의 신성력 회복시키기.

탑농부들간의 협력과 교류.

탑을 거탑으로 성장시키기.

10번째 탑의 시련 돌파하기.

아홉 용에게 걸린 망각의 저주 풀기 등.

멸망과 싸울 힘을 키우기 위해 창조신이 남긴 10개의 과업들. 하나하나가 말도 안 되게 어려운 과업들이었다.

물론 창조신도 혼자서 이 모든 과업을 해결하라고 만든 게 아니다.

하지만 어느새 세준 혼자서 다른 용들과 탑농부들의 멱살을 잡고 강제로 캐리하고 있었다.

"아무튼 덕분에 멸망이 깨어나기 전에 창조신님의 과업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졌어."

에밀라의 기쁨에 반응하듯 뿜어내는 빛이 더 밝아졌다.

하지만

"이런 벌써 쫓아왔네."

곧 자신을 찾아낸 멸망의 사도를 느끼며 서둘러 창조신의 신전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

너무 세잖아.

호쿠스가 다른 해츨링들의 용맹함에 당황할 때

"호쿠스 오빠, 어서 와."

새로운 고객을 발견한 에일린이 호쿠스를 반갑게 맞이했다.

'맞아! 난 다른 해츨링들을 보러 온 게 아냐. 버릇없는 막내에게 나 호쿠스 율이 얼마나 강한 용인지 알려주러 온 거라고.'

덕분에 호쿠스는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를 떠올릴 수 있었다.

나는 분노했다.

나는 아주 분노했어!

"에일린, 너 나한테 나약하···."

호쿠스가 편지를 읽었을 때의 감정을 되새기며 에일린에게 화를 내려 할 때

"호쿠스 오빠, 편지에 나약하다고 써서 미안. 그냥 모두를 보고 싶어서···대신 사과의 의미로 이거 줄게."

에일린이 세준의 농작물을 한 아름 안겨주자

"어···흠.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래도 앞으로는 조심해."

분노의 감정은 살얼음 녹듯 순식간에 사라졌다.

"응. 빨리 먹어봐. 엄청 맛있어!"

"쿠쿠쿠. 그래?"

그리고 달콤한 세준의 농작물을 맛본 호쿠스는···

"엄마-! 이거 다 사줘! 안 사주면 계속 울 거야! 빼액!"

다른 해츨링 부모들과 인사 중이던 엄마를 불러 세준의 농작물을 사달라고 졸랐다.

다른 해츨링들이 용맹한 게 아니었다. 세준의 농작물을 더 먹고 싶은 마음이 해츨링들을 용맹하게 만들었다.

잠시 후

"에일린, 여기 돈. 나 땅콩 많이 줘."

"난 수박 3통."

"난 감자 한 포대 줘!"

"언니 오빠들, 고마워."

에일린이 해츨링들이 용맹하게 쟁취한 돈을 받고 세준의 농작물을 팔았다.

에일린이 신난 얼굴로 해츨링들을 세준의 농작물 고객으로 만들고 있을 때

"안톤, 이제 에일린 괜찮은 거야?"

"그러게. 그···심장이 아팠었잖아.

다른 해츨링 부모들이 무표정으로 에일린을 지켜보는 안톤에게 물었다.

"이제 다 나았어."

고저없는 차가운 목소리로 남 얘기하듯 대답하는 안톤.

"그···그래? 다행이네. 정말 축하해."

"축하한다."

용들은 그런 안톤에게 형식적인 축하의 말을 전한 뒤

"붉은탑은 어때?"

"화염콩이라는 걸 심은 이후 요즘 많이 좋아졌어."

"푸른탑은?"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서로의 안부를 묻기 시작했고, 대화 주제는 자연스럽게 자식에 관한 것으로 변했다.

"우리 포비가 벌써 A급 독을 삼키더라고···."

"우리 페리온은 요즘 헬파이어 마법을··.·"

"우리 하쿤은 물의 정수를···."

"우리 호쿠스는 벌써 뇌전을···."

곧 자식 자랑으로 이어졌다.

서로 자기 자식이 잘났다고 자랑하는 부모 용들. 덕분에 분위기는 금세 살아났다. 아니. 너무 뜨거워서 문제였다.

안톤은 에일린을 지켜보며 묵묵히 그들의 대화를 듣기만 했다.

그렇게 부모 용들이 열심히 자식 자랑을 하고 있을 때

"얘들아, 이것 봐라! 나 이제 폴리모프할 수 있어!"

동생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하쿤이 폴리모프 마법을 사용해 청발의 미남으로 변했다.

"하하하. 어때?"

하쿤은 웃으며 자신을 대단하게 바라볼 동생들을 기대했지만

"그거 에일린도 할 수 있는데. 폴리모프!"

가장 막내인 에일린이 폴리모프 마법을 사용해 버리며 동생들의 모든 시선이 에일린에게 집중됐다.

"어?!"

"에일린은 우리보다 동생인데···."

"엄마가 700살은 돼야 쓸 수 있다고 했는데···."

덕분에 아직 폴리모프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어린 해츨링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아빠-!

"엄마는 거짓말쟁이!"

"나도 폴리모프!!!"

호쿠스, 포비, 갈릭, 실비아가 부모를 찾아가 자신도 폴리모프 마법을 사용하게 해달라고 또 빽빽거렸다.

그러나 해츨링들보다 더 충격을 받은 건 부모 용들이었다.

보통 해츨링들이 폴리모프를 익힐 수 있는 나이는 700~900살 정도다.

700살은 돼야지 폴리모프 마법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마력이 모이기 때문.

600살에 폴리모프 마법을 사용한 하쿤은 굉장한 천재 축에 속했다.

그런데 200살에 폴리모프라니?!

거기다 에일린은 얼마 전까지도 심장 때문에 마력이 거의 없던 용이었다.

"뭐야?! 안톤, 솔직히 말해. 에일린한테 뭐 먹였어?! 아니. 나한테만 조용히 말해!"

"안톤, 너의 육아 비법을 알려줘!"

"안톤, 너만 알지 말고, 우리도 알려줘!"

부모 용들이 안톤을 둘러싸고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난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우리 에일린 혼자 큰 거지."

안톤은 조금 전과 같은 차가운 표정과 목소리로 말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대답을 끝낸 안톤의 일자로 굳게 닫혀 있던 입술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살짝 올라갔다.

아무리 냉정한 척했지만, 안톤도 어쩔 수 없는 아빠였다.

그때

"아줌마, 아저씨들! 이거 많이 먹으면 언니, 오빠들도 에일린처럼 폴리모프 할 수 있어요! 한 개에 100만 탑코인이요!"

에일린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부모 용들에게 영약급 방울토마토를 홍보했다.

"엄마! 저거 사줘! 호쿠스도 폴리모프 할 거야-!!!"

"아빠, 저거 안 사주면 앞으로 실비아랑 놀 생각하지맛."

해츨링들의 용맹한 포효에 부모 용들은 영약급 방울토마토 100억 탑코인 어치씩 사 갔다.

그리고 이후 영약급 방울토마토는 해츨링을 키우기 위한 필수 마력 보충제가 됐다.

'크히히히. 이따가 세준이 일어나면 얘기해줘야지."

세준에게 자랑할 게 생긴 에일린이 환하게 웃었다.

***

검은탑 99층.

입탑 387일 차 아침.

"읏차."

세준이 눈을 뜨자

[탑의 관리자가 이제 일어났냐며 반가워합니다.]

세준이 일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에일린이 부리나케 말을 걸었다.

[탑의 관리자가 그대가 자는 사이에 엄청난 일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자신이 다른 용족의 언니 오빠들을 전부 그대의 고객으로 만들었다고 자랑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이제부터 그 과정을 처음부터 얘기할 테니 집중해서 잘 들으라고 신이 난 목소리로 말합니다.]

에일린은 자신이 어떻게 해츨링들을 오게 했고, 세준의 농작물을 사게 했는지에 대한 썰을 쭉 풀기 시작했고

"와! 진짜 대단하네!"

"오! 어떻게 거기서 그런 생각을 했어? 진짜 대단한데?!"

"와! 진짜?! 에일린은 분명 천재 용이 분명해!"

세준은 중간중간 영혼 담긴 리액션을 하며 에일린이 마지막까지 신나게 얘기할 수 있게 도왔다.

그렇게 에일린의 얘기를 듣고 밖으로 나오자

[주인님!]

따뜻한 해를 받으며 쉬고 있던 불꽃이가 세준을 부르며 세준의 어깨 위로 점프했다.

"불꽃아! 잘 지냈어?!"

[네!]

요즘 보이지 않아 걱정이 많았는데, 전보다 더욱 생명력 넘치는 이파리를 보니 잘 지낸 것 같았다.

세준은 불꽃이와 얘기를 나누며 농장을 거닐었다.

"근데···요즘 포도가 잘 안 열리네. 포도리가 세계수라 바빠서 그런가?"

포도리의 옆을 지나가던 세준은 무심결에 궁금했던 걸 불꽃이에게 물었다.

[헤헷. 그럴 리가요. 아마 내일 정도면 포도가 열릴걸요.]

"그렇게 빨리?"

[그럼요.]

제가 반드시 그렇게 만들 거니까요.

불꽃이의 대답에 부르르 떨리는 포도리의 가지.

그것 보지 못 한 세준은 불꽃이와 얘기를 나누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아침을 먹고, 아침에 봐둔 황금빛으로 물든 논으로 이동했다. 이 논은 세준이 씨앗 상점에서 처음 얻은 볍씨를 심은 곳이었다.

"좋아. 수확해 볼까."

세준이 낫을 들고 잘 영근 벼들을 베기 시작했다.

서걱.

[황금빛 벼 5619톨을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신선함의 낫에 깃든 냉기 효과로 수확한 농작물의 유통기한이 5일 늘어납니다.]

[경험치 39만 3330을 획득했습니다.]

를 사용한 덕분에 수확량이 엄청났고

[레벨업 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1을 획득했습니다.]

[힘이 10 상승합니다.]

세준이 80레벨이 됐다.

그리고

[직업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직업 퀘스트 : 농사를 도울 동료 1만을 모아라.]

보상 : 81레벨 개방, 10억 탑코인, 모든 스탯 +100

역시 이번에도 세준의 레벨업을 막을 직업 퀘스트가 나타났다.

"아. 경험치 다 날아가겠네."

아직 많이 남은 황금벼들을 보며 탄식하는 세준.

하지만

[현재 13만 1921의 농사를 도울 동료가 있습니다.]

[직업 퀘스트를 압도적인 결과로 달성했습니다.]

[보상이 100% 증가합니다.]

[직업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81레벨이 개방됩니다.]

[직업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20억 탑코인을 획득습니다.]

[직업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모든 스탯 200을 상승합니다.]

이번에는 세준의 소작농들 덕분에 쉽게 직업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었다.

"오! 오늘은 폭렙의 날이구나!"

세준이 폭풍 같은 낫질로 벼를 베기 시작했고,세준은 벼를 수확하며 레벨업을 4번 더 해 84레벨이 됐다.

"흐흐흐."

세준이 수확한 벼를 보며 쌀밥 먹을 생각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380화. 세계수의 임무가 뭐야?!

380화. 세계수의 임무가 뭐야?!

검은탑 4층.

"막아라!"

달그락!

"골품제 타도!!!"

세준의 첫 번째 괭이 필립의 외침에 스켈레톤들이 다가오는 살점포식자를 보며 외쳤다.

마이클이 이끌고 왔던 살점포식자들은 전부 처치했지만, 살점포식자의 머리 안에는 씨앗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그리고 살점포식자가 죽자, 그 씨앗들이 땅에 심어졌고 전보다 수십 배는 많아진 살점포식자들이 나타났다.

용아병과 스켈레톤들이 온 힘을 다해 살점포식자들을 막아냈지만, 죽이면 죽일수록 늘어나는 살점포식자였다.

결국 그들은 점점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포도농장이 살점포식자의 공격에 휩쓸려 나가기 직전

"저······ 안녕하십니까! 테오 박 님이 보내신 노예···."

테오의 신규 노예들이 하나둘 도착했다.

아빠토끼가 자신의 농장에는 노예를 그만 보내라고 하자, 테오는 신규 노예들을 탑 4층으로 보내고 있었다.

덕분에 포도농장에 테오의 신규 노예들이 계속 유입되며 전선이 팽팽하게 유지됐다.

***

검은탑 99층.

"······."

"박 회장, 그거 뭐냥? 맛있는 냄새 난다냥!"

불꽃이가 준 이파리로 코를 막고 요리하는 세준을 향해 테오가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흐흐흐. 테 부회장, 맛있는 냄새나?"

"푸후훗. 그렇다냥! 군침이 도는 냄새다냥!"

후훗. 역시 테오는 좋아할 줄 았았지.

젤가에게 부탁해 조금 전 도착한 장어엑기스로 장어 츄르를 만들고 있는 세준이 테오의 반응에 만족하며 웃었다.

테오 덕분에 퀘스트도 완료하고, 좋은 보상도 받았기에 보답을 생각하는 중 장어 츄르를 떠올린 것.

거기다 테오가 좋아하는 생선구이도 생선 종류별로 구웠다.

잠시 후

"꾸엥아, 밥 먹자!"

저녁 준비를 끝낸 세준이 꾸엥이를 불렀다.

오늘 메뉴는 쌀밥. 반찬은 집반찬과 생선구이였다.

그리고 테오의 앞에 장어 츄르를 놨다.

"냥! 냥수성찬이다냥! 박 회장, 고맙다냥!"

장어 츄르와 여러 종류의 생선구이에 흥분한 테오가 세준에게 감사를 전하고 식사를 시작했다.

테오는 세준에게 왜 갑자기 잘해주냐고 묻지는 않았다. 푸후훗. 내가 또 뭔가 잘한 게 분명하다냥! 난 원래 그런 고양이다냥!

그렇게 당당하게 냥수성찬을 받는 테오.

그때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맛있는 냄새다요!]

끼히힛.낑.

'히힛. 오늘은 냄새가 좋군."

꾸엥이와 펜릴이 테오의 냥수성찬에 관심을 보였다. 특히 비린낸 폴폴 풍기는 장어 츄르에.

장어 츄르의 강한 비린내 때문인지, 다른 음식에는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푸후훗. 나눠 주겠다냥!"

동생들의 시선에 큰형님의 위세를 보여주고 싶은 테오가 꾸엥이와 펜릴의 밥그릇에 장어 츄르를 조금씩 올려줬다.

그리고

촵촵촵.

꾸엥!

[진짜 맛있다요!]

낑!!!

'존맛이야!!!'

흥분해서 장어 츄르를 먹는 테오, 꾸엥이, 펜릴. 꾸엥이와 펜릴은 밥과 함께 먹었다.

'그렇게 맛있나?'

셋이 먹는 모습을 보니 세준도 장어 츄르의 맛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장어 츄르를 담은 유리병에서 조금 떠서 혀를 뎄다.

"응?!"

혀에서 감칠맛과 고소함이 휘몰아쳤다. 여기다 밥만 더 하면···

"장어덮밥?"

장어 없는 장어덮밥이었다. 아니. 정확히 얘기하면 장어살만 없는 장어덮밥이다.

무려 장어 1000마리로 만든 장어엑기스를 넣었으니까.

세준의 손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테오가 먹을 용도로 만들었기에 간을 좀 맞출 필요가 있었다. 간장을 추가하고, 반숙 계란 후라이 2개에···

"흐흐흐. 쓰릅."

세준이 입에 고인 침을 닦으며 재료들을 넣고 쓱싹쓱싹 밥을 비비자

[탑에서 최초로 장어엑기스 비빔밥을 만드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요리 Lv. 9에 장어엑기스 비빔밥의 레시피가 등록됩니다.]

[요리 Lv. 9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요리가 완성됐다.

어느새 냥수성찬은 세준의 진수성찬으로 변했다. 후훗. 역시 선의는 항상 옳군.

꿀꺽.

맛있겠다.

갈색으로 물든 채 윤기를 빛내는 밥알들을 보자 절로 군침이 삼켜졌다.

먹어볼까.

세준이 밥을 한 숟가락 가득 퍼서 입에 넣으려 할 때

"···?"

꾸엥.

[아빠, 꾸엥이도 계란 후라이 넣고 비벼 먹고 싶다요!]

낑.

'야! 너만 왜 더 넣고 먹어!'

자신의 밥그릇을 세준에게 내미는 꾸엥이와 펜릴.

덕분에 세준은 둘의 밥도 비벼준 후에야 밥을 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장어 1000마리의 엑기스로 비빈 밥을 다 먹자

"으. 느끼해."

올라오는 진한 느끼함. 상큼한 게 필요했다.

세준이 몸을 일으켜 아공간 창고에서 꾸엥이가 개발한 세 번 꾹 참고 맛있어진 파인애플을 꺼내

"얘들아, 먹어."

꾸엥이와 펜릴이 먹기 좋게 잘라준 후 파인애플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파인애플의 상콤함이 입안의 느끼함을 깨끗하게 씻어냈다.

"아. 시원해."

파인애플을 먹으며 세준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고 있을 때

"푸후훗. 박 회장, 잘 먹었다냥! 이제 배 쓰다듬어 달라냥!"

장어 츄르에 생선구이까지 먹은 테오가 세준의 무릎 위로 올라와 발라당 누웠다. 많이 먹어서인지 꽤 묵직했다.

세준이 그런 테오의 배를 쓰다듬고 있자

꾸엥!

[아빠, 꾸엥이도 쓰다듬 받고 싶다요!]

낑!

'내 배도!'

파인애플을 다 먹은 꾸엥이와 펜릴이 세준에게 다가왔다.

"알았어. 손님들 누우세요."

세준의 말에 가지런히 눕는 꾸엥이와 펜릴.

잠시 후.

고로롱.

꾸로롱.

끼로롱.

세준의 쓰다듬을 받은 테오, 꾸엥이, 펜릴이 대(大)자로 누워 잠들었고

"가서 자야지."

세준도 셋을 들고 침대로 가서 약쑥을 먹고 함께 잠들었다.

***

황금탑 앞.

"내가 먼저 왔잖아!"

"무슨 소리야?! 여긴 어제부터 내가 점 찍어둔 포인트라고!"

"난 일주일 전부터야!"

아홉 용족 중 위대한 황금용을 제외한 나머지 여덟 용족들이 서로 자리싸움을 하고 있었다.

이유는 붉은 안개 때문.

요즘 용들이 탑코인을 벌기 위해 탑 주변의 붉은 안개를 전부 소멸시키며 안전하게 사냥할 공간이 점점 없어졌다.

용들은 붉은 안개를 사냥하기 위해 멸망에 더 가까이 가야 했지만, 그건 굉장히 위험했다.

그래서 용들은 아홉 용족 중 유일하게 붉은 안개를 사냥을 하지 않는 황금탑 주변으로 몰렸다.

그렇게 용들이 자리싸움을 하고 있을 때 붉은 안개가 어느덧 그들을 감쌌다.

그리고

-스스로 사냥당하러 나오다니, 고맙구나 용들이여.

붉은 안개는 멸망의 사도 7좌 산을 부수는 바위 쿠루거로 변했다.

"어?!"

서로 싸우던 용들이 멸망의 사도를 발견하고는 눈빛이 변했다.

투지 가득한 눈빛.

붉은 안개를 사냥하며 공격성을 키운 그들은 예전처럼 멸망의 사도를 보면 겁부터 먹는 겁쟁이 용들이 아니었다.

우리가 싸울 필요가 없어졌는데?

대량 탑코인 발생!

그러게, 다른 애들 오기 전에 우리가 잡자!

n분의 1 ㅇㅋ?

ㅇㅋ.

서로 눈빛 교환을 끝낸 용들이 조심스럽게 멸망의 사도들을 포위했다.

-응?

쿠루거는 자신을 보고 도망갈 줄 알았던 용들이 반대로 자신을 포위하자

-봉인···

서둘러 봉인을 해제하려 했지만

"쏴!"

콰아아아!

용들이 브레스 폭격으로 선빵을 날렸다. 그리고 방심의 대가는 죽음.

"와! 탑코인이다!"

"이게 다 얼마야?!"

수장이 아닌 용들이 멸망의 사도를 상대로 거둔 첫 번째 승리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