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6장. 납매
소 노부인은 처음과 같이 담담한 표정으로 천천히 후부 안으로 들어갔다.
소가의 조상 중에는 원수(元帥)를 지낸 사람이 있는데, 그도 이렇게 대저택을 소유하고 있었다. 물론 그 저택에 그녀가 직접 가본 건 아니었다. 그저 아이들의 아버지가 그녀에게 원수부에 관한 이야기를 적잖이 들려줬던 걸 기억할 뿐이었다.
큰길로 들어선 소 노부인은 양옆으로 늘어선 커다란 나무들을 바라보았다. 멀리에는 물가에 지은 정자와 긴 회랑이 보였으며, 또한 시냇물 소리도 들려왔다.
‘근언 아버지, 후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나중에 가서 말해줄게요.’
남편은 후부에 와볼 수 없는 몸이지만, 소 노부인은 이렇게 후부에 들어와 있었다. 지하로 돌아가면 이번에는 그녀가 남편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줄 셈이었다.
소 노부인은 아주 유심히 주변의 풍경들을 살피며, 대청에서부터 후원에 이르기까지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후부 건설의 시작부터 완공까지 모두 소근언 혼자 책임졌기에 진운서 역시 이곳에 처음 와보게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소 노부인의 뒤를 따라 걸으며 함께 주변을 구경했다.
각각의 건물들은 도성의 다른 부들과 비슷하게 지어져 있었지만, 또 어딘가 다르기도 했다. 또한 정자와 누각, 꽃과 나무 등은 산수를 그린 수묵화를 연상시켰다.
부 안에는 식물과 화초가 유난히 많았는데, 품종으로 따지자면 사계절을 모두 즐길 수 있게 준비되어 있었다. 쉽게 말하면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 꽃을 감상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할머니! 이 물은 어째서 분홍색이에요?”
붉은색 난간 앞에 쪼그려 앉아서 주변을 바라보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한 소연교가 밖으로 뛰어나오며 물었다. 그녀는 물이 정말로 분홍색인 건지 아닌지, 한 손 가득히 담아 보고 싶었다.
소연교의 외침에 진운서도 그곳으로 다가갔다. 그 순간, 그녀는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서 미간을 찌푸린 채 깊은 생각에 잠겼다.
Unterstützen Sie Ihre Lieblingsautoren und -übersetzer bei webnov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