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4장. 저를 용서해주실 수 있나요?
진운서는 한참 동안 사당 안에 머물다가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막 문을 닫았을 때 갑자기 멀지 않은 곳에서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날 막지 마시오. 아, 너는 서아 아니냐?”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린 진운서가 곧 한 사내를 발견했다. 아버지와 비슷한 연배에 누런 무명옷을 입은 사내는 괭이 하나가 들어있는 광주리를 어깨에 메고 있었다.
그녀는 그 사내가 누구인지, 혹은 어디서 온 친척인지 알지 못했다.
“저는…….”
진운서는 그렇게 말하며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사내는 그녀를 보자마자 바로 웃음을 터뜨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12년이 지났구나. 그 작던 꼬마가 어엿한 소저가 되었어!”
말을 마친 사내는 미간을 찌푸리며 몹시 안타까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네 숙모는 집안을 망칠 여편네란다. 성질이 고약해서 할 말 못 할 말을 가릴 줄 몰라.”
여기까지 들은 진운서는 그제야 그가 누구인지 깨달았다. 바로 숙부 진대산이었다.
다만 그는 그렇게 화려하게 꾸민 부인과 같이 사는 사람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소박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내가 한바탕 혼쭐을 내고, 모든 금 장신구를 다 뺏었다. 내일 전당포에 가서 그것들을 팔아넘긴 다음 그 여편네의 콧대를 납작하게 해줄 것이야!”
꾸밈없이 시원시원하게 말하는 그는 전형적인 농사꾼으로 보였다.
이내 진운서가 늦게나마 예의 바르게 인사를 올렸다.
“대산 숙부.”
12년 만에 조카를 보게 된 진대산은 몹시 기뻐서 얼른 대답했다.
“서아야, 네 아버지는? 어찌 안 보이시니? 우리 집에 가면 땅속에 묻어둔 술독이 있단다. 얼른 꺼내서 거나하게 마셔야 하는데!”
“아버지께선 강남의 문인들을 만나러 가셔서, 며칠 후에나 오실 거예요.”
“하긴, 형님은 책을 많이 읽은 분이라 나 같은 무식한 놈이랑은 다르지.”
그렇게 말하며 갑자기 씁쓸한 표정을 짓던 진대산이 다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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