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9장. 금은보화 때문이 아니라
생각이 여기까지 미친 진형은 자기도 모르게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곧 책장을 넘기던 손을 멈추고 의자에서 일어나 서재의 문을 나섰다. 그리고 곧장 장방(賬房)을 향해 걸어갔다.
서아가 장부를 볼 줄 알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는 직접 진부의 장부를 챙겨본 적이 없었다. 모든 일은 그간 딸이 혼자서 처리했다.
하지만 그는 총명한 사람이라, 아무리 장부가 복잡하게 쓰여있다고 해도 알아볼 수 있었다.
지금 그는 요 몇 년 동안 진부가 모아둔 돈이 얼마나 늘었는지 확인하러 가고 있었다.
상대가 십리홍장을 준비할 것이니, 혼수를 보내는 쪽도 결코 소홀해서는 안 되었다.
* * *
그 시각, 진운서는 막 편원의 정문으로 들어가는 중이었다. 그녀는 곧 멀리서부터 활짝 열린 방문을 발견했다. 안을 들여다보니 진서우는 손에 붓을 쥐고 뭔가를 열심히 따라 쓰는 중이었다.
그의 표정이 너무 진지했기에 진운서는 자기도 모르게 발걸음을 늦추고 방문 안으로 들어갔다. 진서우는 아직도 누이가 왔단 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 순간 진운서는 똑똑히 보았다. 서우가 모사하고 있는 것은 대제에서 가장 흔한 글씨체인 강정체(*剛正體: 청렴하고 곧은 성품이 드러난 글씨체)였다.
그런데 내용은 왜 병서와 흡사할까?
이상한 일이었다. 그녀는 대가들의 글씨본을 샅샅이 뒤져봤지만, 그런 글씨체를 가진 대가 중에 병법을 깊이 연구한 사람은 없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었다.
글씨본을 유심히 보니 인장이 찍힌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했다. 그러니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된 게 분명했다.
“누이.”
바닥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발견한 진서우가 고개를 들어 진운서를 발견하고 입을 벌리고 환하게 웃었다.
“제가 돌아온 후에 아버지께서 제게 잘 따라 써보라며 글씨본 한 권을 주셨어요. 아버지가 만족할 때까지 금족령을 철회하지 않으실 거라네요.”
진운서는 순간 이 글씨본이 아버지가 직접 쓰신 것임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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