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장. 싸늘한 바람이 부는 황궁
상궁이 고개를 숙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마마, 대주와 화친을 맺을 거란 생각은 초방전에서도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을 정도로 아주 깊이 감춰두셨잖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사황자 전하께서 이 일을 알고 먼저 손을 썼을까요?”
이것이 바로 이 문제의 핵심이었다. 그 간 큰 궁녀는 바로 사황자의 밀정이었다.
‘그렇다면 초방전에 또 다른 밀정이 있는 건 아닐까?’
이런저런 고민으로 황후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다. 그녀가 곧 눈동자를 형형하게 빛내며 오른손으로 매섭게 탁자를 내리쳤다.
탁, 탁!
둔탁한 소리가 연달아 울리자, 탁자에 놓인 잔 밖으로 찻물이 쏟아졌다.
“진운서가 공주전에 몰래 들어갔을 때, 유리가 그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한 게 분명하다. 그렇담 그 아이 짓이겠구나!”
초름경과 가까워진 진운서가 이 일을 도모했음이 틀림없었다. 그 두 사람은 아직 혼인하지도 않은 미혼남녀면서, 그렇고 그런 사이인 듯했다.
이내 황후가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유리 그 바보 같은 것! 그렇게 좋아하던 벗이 진작부터 친 오라버니를 해치려는 속셈으로 자신에게 접근한 줄도 모르겠지!”
그녀는 말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화가 치밀었다. 탁자를 내리칠 때마다 손목에 찬 박달나무로 만들어진 구슬 팔찌가 모서리에 부딪히면서 연신 쾅쾅 소리를 냈다.
‘못난 것! 쓸모없는 것! 자신이 이용당했단 걸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니!’
상궁은 계속해서 황후의 화를 가라앉히려 말을 건넸다.
“마마, 대공주마마께선 워낙 순수하셔서 계략 같은 건 전혀 알지 못하시잖습니까. 이번 일로 인해 공주마마께서 교훈을 얻게 되신다면 오히려 좋은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말을 마친 상궁이 조심스레 차 한 잔을 건넸다.
“본궁이 이런 걸 마실 마음이 있겠느냐!”
화가 난 황후가 곧장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황제는 그녀를 만나주려 하지 않았으며, 아들 북아에게는 금족령이 내려졌으니 만날 방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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