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장. 언니는 운명에 순응하며 살지 몰라도, 난 아니야
진유는 여종에게 명하여 붉은 천을 사 오게 한 뒤, 연이어 며칠 동안 방안에 머물며 수를 놓았다. 베개에는 원앙을, 손수건에는 연꽃을 수놓으니 아름다운 봄의 경치 속에서 지저귀는 새소리와 향기로운 꽃향기가 바로 코앞에서 느껴질 듯했다.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이 정성을 들인 이 자수를 보면 그녀가 본인의 혼수를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넷째 이낭은 연지를 발라 입술을 붉게 물들이고, 뺨에 분을 발랐다. 집에 머물며 딱히 할 일이 없더라도 그녀는 언제나 곱게 단장을 했다.
이낭은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수를 놓고 있는 딸을 돌아보며 한숨을 쉬었다.
“유아야, 방 씨는 이제 농장에서 돌아올 수 없단다. 그러니 우리 모녀도 더 이상 방 씨의 기분이 상할까 봐 신경 쓸 필요가 없어. 그런데 유아 넌 왜 늘 그랬던 것처럼 진선의 환심을 사려 하니?”
여기까지 이야기한 넷째 이낭은 가볍게 웃으며 잘 다듬어진 손톱을 만지작거렸다.
“진선은 곧 시집가잖니. 작은 가문의 정실로 간다면 평생 대갓집의 첩실만도 못하게 살게 되는 거지!”
그 말에 진유는 수를 놓던 동작을 멈추고 눈앞의 여인을 바라보았다. 이토록 식견이 좁은 이 여인이 바로 그녀의 친어머니였다.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다시 자수를 놓기 시작했다.
“얘가 왜 이럴까. 유아야, 왜 말을 해도 대답하지 않니? 어렸을 때라면 혼쭐을 내었을 텐데, 지금은 다 커서 때리지도 못하겠구나. 방 씨가 부에 없으니 장애물도 사라진 셈이잖니. 진선이 시집가고 나면 나도 네 아버지와 상의해 봐야겠다. 유아 너도 시집을 가야지.”
넷째 이낭은 속이 시원하다는 듯 웃었다.
“이 어미 말을 들으렴. 고관대작 가문의 정실이 될 생각일랑은 말고, 부잣집의 첩으로 들어가. 그럼 부군에게 홀대를 받을지는 몰라도, 살림살이는 나쁘지 않을 거란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장신구와 연지를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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