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3화. 고발
대문을 나서자 매서운 칼바람이 그녀들을 훑고 지나갔다.
아만이 우산을 펼쳐들며 말했다.
“아씨, 미끄러우니 조심하십시오.”
차라리 함박눈처럼 길에 두껍게 쌓인 눈은 그나마 괜찮다. 그런데 이런 얇고 가는 눈발은 초를 문지른 것처럼 청석을 더없이 미끄럽게 만들었다. 조심하지 않는다면 주욱 미끄러질게 분명했다.
강서는 겉옷을 여미며 걸음을 옮겼다.
해당거를 나오니 사방이 가로막는 벽 없이 훤히 뚫려있어 칼바람이 더욱 기승을 부렸다.
텅 비어있는 길들은 개미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고요했다.
아만은 한손으로 우산을 들고 한손으로 강서를 부축했다.
한참을 걷다보니 저 멀리 사람 그림자 하나가 보였다.
시력이 좋은 아만이 먼저 사람을 발견하고 강서에게 작게 알렸다.
강서도 그 사람을 보았다. 거리가 너무 멀어 얼굴은 확인하기 힘들었지만, 옷차림으로 보아 평범한 하인은 아닌 것 같아보였다.
하인이 정원에 나타난 것 자체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거리가 좀 더 가까워지자 젊은 사내의 청수한 외모가 눈에 들어왔다.
강서는 순간적으로 사내의 신분을 깨달았다.
‘이 자가 바로 두 숙부겠군.’
강서는 정체를 알았지만 아는 체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아직 정식으로 인사를 나누기도 전에 화원에서 우연히 마주친 걸로 아는 체 하기도 껄끄러웠던 것이다. 게다가 두 당고모에게 있던 호감이 풍 씨의 계획을 알게 된 순간 모두 날아가 버린 탓도 있었다.
그녀의 새어머니와 외숙부가 된다는데 호감이 남아 있을 리가 없었다.
강서는 두 숙부가 화원에서 우연히 낯선 여인과 맞닥뜨리면 스스로 피할 거라 생각했다. 허나, 그녀의 추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강서가 나타난 순간부터 그의 시선은 계속 강서를 향하고 있었다.
사실 두계동(竇啟桐)은 시선을 피하는 것을 깜박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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