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화. 원수가 아니야 (2)
백우의 먹물처럼 검은 눈동자가 은하수처럼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가 중안을 바라보자, 그 시선에 담긴 의미를 읽어낸 듯 중안이 그와 눈을 마주쳤다.
“중안, 자네는 어찌 생각하는가?”
“본래 별생각이 없었는데, 석뢰가 저리 이야기하니…….”
중안이 품에서 꺼낸 부채를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우연이라기엔 다소 지나친 듯싶네?”
“나는 멍청한 게 아니라, 솔직한 거야.”
버럭버럭 반박하던 석뢰가 질문했다.
“책벌레 자식, 또 내가 알아듣지 못하게 말하지. 우연이라기엔 다소 지나치다는 게 무슨 뜻이야?”
“저 사람 힘없이 사람 등에 업혀 가는 걸 보니, 몸이 매우 허약한 게 분명해. 잠 씨의 겉옷을 두르고 얼굴까지 가리는 게, 무언가 숨기려는 게 틀림없네. 체구를 보아하니, 우리가 찾는 자와 몹시 비슷한 듯하군.”
백우가 예리한 두 눈에 한기를 내뿜었다.
“지금 양성을 가장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하는 자가 누구겠는가?”
“정말 그자라면, 묵 씨의 반응이 다소 이상해. 우리한테 그자의 얼굴을 들키지 않으려 하고, 심지어 육로를 통해 가라고 권하지 않았던가. 설마 우리가 저자를 위해 온 것을 아는 것일까? 그럴 리가! 배에서 조금의 단서도 흘린 적이 없는데…….”
중안은 의아해했다.
“우리도 추측하는데, 저자라고 못하겠는가?”
밀매업자, 그것도 극도로 교활하고 총명한 밀매업자였다. 백우가 생각했을 때는 저자가 자신들의 목적을 알아맞힌 것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 일로 온 마을이 떠들썩하지 않았던가. 양성 저잣거리에서도 다들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한 것처럼 이야기하더군.”
“저 사람이 그자라면 우리도 응당 배에 타야겠지. 그러나 배에 탄 뒤에 그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 그땐 어떡한단 말인가?”
진퇴양난에 빠진 중안은 손에 든 부채를 접었다 펼치기를 반복했다.
“자네들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가?”
멍청하고 솔직한 석뢰는 답답해서 쓰러질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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