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화. 최고의 탐관 (4)
두 손을 모아 주문에게 인사를 건넨 그녀는 밀실의 문을 살며시 잡아당겼다. 그때, 아까 들렸던 귀신같은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왔다.
“난 원징(元瀓)이라고 하오. 묵 형의 얼굴을 정녕 볼 수 없겠소?”
사내의 힘없는 목소리에는 병색이 짙었다. 그는 고통 속에서 겨우 버티며 예의를 차리고 있었다.
이런 목소리 앞에서 마음을 모질게 먹기가 어려웠던 묵자는, 결국 매몰차게 거절하지 못했다.
묵자가 깊이 한숨을 내쉬며 겸손하게 말했다.
“이거야 원……. 안 될 건 없죠.”
말을 건 사내의 나이를 가늠할 수가 없으니, 그를 뭐라고 불러야 좋을지 난감했다. 나이가 많은 것 같았지만, 병세가 심각해 목소리에 힘이 없는 것 같기도 했다. 도령이라고 부르기엔 나이가 들어 보였고, 선생이라고 부르기엔 학벌을 알지 못하니 머뭇거려졌다. 그렇다고 어르신이라 부르자니, 중년 사내이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묵자는 조심스레 문을 닫고는 아직도 삐질삐질 땀을 흘리는 주문을 향해 말했다.
“주문 선생, 당신이 자꾸 술수를 부리니까 제가 이러는 거 아니에요? 사람이 한 번 정도는 실수로 속을 수 있지만, 두 번이나 속는 건 머저리죠. 성의 없이 장사하는 데다 사람을 꾀어 보려고 빙빙 돌려서 말하다니. 당신의 이런 방식은 도무지 제 마음에 들지 않아요.”
주문은 쓴웃음을 지을 뿐,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한 번의 부주의로 묵자를 놓치면 큰일이었다.
하지만 그의 속내는 불만스러움으로 들끓었다. 그는 묵자를 고작 한 번 속였을 뿐이고, 그 한 번마저 들통나지 않았던가. 심지어 이번에는 그가 겨우 판을 깔기 시작하자마자, 묵자가 욕심을 버리고 돌아섰다.
“묵 형, 앞으로 내가 당신한테 잔꾀를 부린다면, 내 아들이 똥구멍도 없이 태어날 거요.”
조금 전 묵자가 맹세 따위 믿지 않는다고 말하긴 했지만, 이 정도 맹세라면 효과가 있지 않겠는가? 주문이 앞으로 걸어가며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묵자는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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