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화. 자상하신 노부인
푸른 빛이 감도는 옥으로 된 여의(如意)라는 글자에는 상서로운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흰 돌로 만든 적수관음(滴水觀音)상은 자애로운 표정이었다. 부처님의 영대 앞에서 경을 전하는 그림도 한 폭 걸려있었다. 가화만사흥(家和萬事興)과 오복희왕(五福喜旺)이라는 대련(*對聯, 문이나 기둥에 써 붙이는 대구(對句, 짝을 맞춘 글귀))도 붙어 있었다.
이렇게 자애로운 집에 사는 사람은 나이 지긋하신 노부인이었다. 하지만 지금 묵자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들어 바라본 이 노부인의 얼굴은 요만큼도 자애롭지 않았고 눈초리도 매서웠다.
노부인 옆에는 소왕비가 앉아있었다. 이 고부 두 사람은 무슨 일을 하든 항상 의기투합하고 합이 잘 맞아서 보기 드물게 사이가 좋은 관계라고 할 만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그러했다.
“묵자야?”
노부인과 묵자의 시선이 딱 마주쳤다. 비록 묵자가 얼른 시선을 내리깔았지만, 노부인은 오히려 그 두려움 없는 시선 때문에 기분이 나빠졌다.
‘노비이면서 노비의 모습이 없다니.’
지난번 위씨 가문 여섯째의 일로 노부인은 이렇게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위씨 가문 여섯째의 시녀가 거짓말을 하는 것을 알면서도 묵자의 이름이 나쁘다는 핑계로 구수운에게 묵자를 벌하라는 암시를 주었다.
시녀가 거짓말을 하는 게 뭐 그리 대단하겠나. 이 원에서 진짜로 끝까지 잘못을 추궁한다면 결백한 사람은 분명 하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시녀 주제에 시녀의 자각이 없는 이런 사람이야말로 제일 문제를 일으킬 사람이었다.
묵자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꽤 예쁜 얼굴이었다. 그 똑똑함을 남자 주인에게 쏟았다면 분명 쉽게 달아날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소유가 일이 벌어지고도 이렇게 오랫동안 묵자와 각별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면, 노부인은 이 계집이 위씨 가문 여섯째와의 그 일을 빌미로 소유에게 잘 보이려 한다고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계집이 눈 뜨고는 봐줄 수도 없는 나쁜 심보를 품고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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