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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화. 계략 속의 계략

169화. 계략 속의 계략

묵자는 서구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천천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원징을 바라보았다. 원징은 웃으면서 그녀를 돌아보았다.

“묵 형,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하십시오.”

묵자는 정말로 그에게 묻고 싶은 말이 있었다.

“서구가 말하길, 선랑이 망추루에 간 것은 당신이 계획한 거라고 했는데 당신과 선랑의 관계가……?”

“친구.”

대답은 두 글자뿐이었다.

묵자는 입을 삐죽거렸다.

‘옛 친구가 아주 많으시구먼. 청방파 노만에 예왕의 첩까지.’

금은 그 사람 역시 태반은 그도 아는 사이였다.

“선랑은 자신이 맡은 배역에 대해 알고 있었나요?”

곽 씨에게 희롱당한 후 돌아가 예왕에게 울며 자신이 당한 억울함을 말하는 역할 말이다.

“당연.”

또 두 글자였다.

“그 사람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았을 텐데 왜 군왕을 데리고 갔으며, 상황이 변한 것을 당신에게 말하지 않았을까요? 만약 우리에게 말해주었다면 오늘 곽 씨는 죽지 않았을 텐데요.”

묵자는 곽 씨에 대한 인상이 좋지는 않았지만, 아주 깊숙하게 법치사회의 영향을 받은지라 사적인 결투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은 과격한 행동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모든 게 계획대로 진행됐는데, 뭐가 변했다는 겁니까?”

원징의 두 눈은 마치 깊은 밤처럼 무거웠다.

묵자의 손이 떨리면서 암홍색의 탁자 위로 술이 튀었다.

“원징, 이 계획 속의 미인이 군주였단 겁니까?”

“선랑은 일개 첩실에 불과합니다. 예왕이 아무리 그녀를 총애한다고 해도, 그녀를 위해 강호 사람들의 미움을 사게 되는 일이라면 세 번은 생각한 후에 실행에 옮기겠지요. 무유연은 당연히 다릅니다. 군주라는 고귀한 신분에다가 아버지와 오빠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지요. 만약 곽 씨가 눈이 삐어서 감히 그녀의 앞에서 방자하게 굴다가 그의 생명이 끝나도 주변의 사람을 원망할 수도 없게 되겠지요.”

그렇다. 선랑은 그저 계획을 중개하는 역할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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