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화. 걱정
묵자가 조용히 그쪽을 슬쩍 살피니, 바람에 흩날리는 대나무잎 사이로 살짝 뚱뚱한 뒷모습이 보였다. 엉덩이를 씰룩거리고 걷는 것이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여자로 보였다.
또 다른 한 명의 모습은 조금 움츠린 모습이었다. 그 악독한 목소리의 여인이 멍청하다고 했는데, 그렇게 멍청해 보이진 않았다. 최소한 대나무숲에 들어가서 다른 사람의 이목을 피해야 하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 여자가 앞에서 걷자 묵자가 그 뒤를 따랐다. 묵자는 직접 두 눈으로 그 여자가 묵지거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천천히 자신의 거처인 작은 집으로 돌아갔다.
달이 떠올랐다. 묵자는 침상에 누워 눈을 감았지만, 여전히 창호지의 창문에 비친 대나무 잎의 그림자가 보였고, 그녀의 귓가에서는 끊임없이 대나무에 부는 바람 소리가 들렸다.
묵자는 자연스레 대나무의 막무가내식 횡포를 떠올렸다. 군자로 칭송받는 대나무는 사실 아주 무서운 독점욕을 가지고 있다. 뿌리를 내린 곳에는 한치의 풀도 자라질 못한다.
‘분명 공존할 수 있는데 왜 다른 식물들을 다 죽이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구수운은 일부다처제를 끔찍하게 여기지만, 그 오만한 성격으로도 꾹 참고 견디고 있다. 상대가 착실하게만 있어 주면 남편의 총애를 받아도 그녀는 보고도 못 본 체할 터였다. 이렇게까지 참고 있는데 저쪽은 왜 굳이 말썽을 피우려고 하는 걸까?
‘금사는 야심은 있지만, 인내심은 부족하구나.’
어쩌면 소영이 세 번째 정실부인을 들이는 바람에 자신에게 순번이 돌아오지 않으니 급해진 모양이다. 하지만 여인이 사내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은 연연하는 사람이 지게 되는 법이다.
‘금사가 지금 2연승을 달리고 있지만, 과연 3연승도 가능할까?’
묵자는 점점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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