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5화. 온천
자객은 온몸이 무력해졌다.
“진제는요? 아까까지만 해도 같이 밥을 먹었는데 깨어나고 보니 그림자로 안 보이는군요. 훤친왕부의 호위무사라는 신분이면 몇 명 구해내는 건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자 심모가 자객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람을 구해내는 건 어렵지 않긴 하지. 근데 수안 공주의 손에서 사람을 구해내야 한다는 게 어려운 거지. 자네도 보지 않았는가. 조가 공자와 아는 사이일 뿐인데도 나까지 죽이려고 한 것을 말이야. 하물며 의주에 살고 있는 조가는 어떻겠나. 조가 사람들을 구한 뒤 고향을 떠나 살라고 해야 한단 말인가?”
기왕 구해줄 거면 끝까지 구해주고, 도와주려면 끝까지 도와줘야 한다는 거였다.
자객은 심모가 세상일을 겪을만큼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순진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의주가 수안 공주 자신의 영지라고 심모가 훤친왕세자비 신분이라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공격했는데 정말 조가가 그녀에게 죄를 지었다면 살길이 있겠냐 말이다.
수안 공주가 의주를 떠나지 않는 한 조가는 죽게 되어 있었다.
자객은 미간을 찌푸린 채 결연한 태도를 보이는 심모를 바라보았다. 그렇다고 기절시켜서 들쳐메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므로 최대한 심모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조가와 수안 공주의 일이 무슨 일 때문에 발생한 갈등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해결을 한단 말인가?
이곳에서 지체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자객은 미간을 찡그리고 잠시 고민하다 부하에게 분부하였다.
“세자비마마를 객잔으로 모셔 쉬게 하거라. 난 잠깐 나갔다 오겠다.”
자객이 뭘 하러 가는지 심모는 묻지 않았다. 서진의 자객이 뭘 하든 간섭할 수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다.
객잔을 잡아 쉬면서 기다리다 보니 어느덧 저녁 무렵이 되었다.
하늘가엔 저녁놀이 찬란했다. 커다란 놀이 하늘 가장자리를 활활 불태우는 모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Unterstützen Sie Ihre Lieblingsautoren und -übersetzer bei webnov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