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0화. 선택지
진강은 불길이 여러 갈래로 타오르는 것을 보며 남진 강산의 미래를 생각했다. 곧 이 강산도 이 불꽃처럼 타오를 것 같이 느껴졌다. 정효양의 말처럼 300년을 이어온 이 강산도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세워야 할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그러나 남진 강산 외에도 그의 마음 한구석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것은 과연 사랑하는 그녀와 한평생을 함께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었다.
어젯밤 그는 자신의 욕심이 더 커져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전엔 그저 사방화와 함께 구천으로 가면 그만이라 생각했지만, 이젠 그녀와 머리가 하얗게 셀 때까지 오래오래 함께 늙어가고 싶었다.
정효양은 문득 내내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기던 진강의 등 뒤로 갑작스레 흘러넘치는 무거운 기운을 감지했다. 그 기운은 실로 천하를 다 압도할 만큼 사람의 숨을 턱, 막히게 만들었다.
“강 소왕야, 지금 무슨 생각하시는 겁니까?”
정효양이 의아한 눈으로 묻자, 진강은 순식간에 그 무겁던 기운을 지운 채 천천히 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정효양은 그의 눈을 마주한 순간 더 깜짝 놀랐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소왕야를……, 이리…….”
정효양은 지금 진강을 형용할 말을 찾아 헤매다가, 진강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을 거란 생각에 머리를 긁적이며 진강을 바라보았다.
진강 역시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알 필요 없다.”
정효양은 기가 찼지만, 꾹 눌러 참고 다시 그에게 말을 붙였다.
“우리가 딱히 친분은 없지만, 그때 만났던 것만으로도 큰 인연이라 할 수 있지 않습니까? 말씀해보십시오,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래요, 형양 정씨 둘째 공자님. 그대는 개를 길들이고, 사람을 다치게 하고, 꽃을 뺏는 것 말고 뭘 더 하실 수 있습니까?”
진강의 장난스런 반응에 정효양이 발끈하며 눈을 부릅떴다.
“강 소왕야! 전 지금 진지하게 말씀 드리는 겁니다! 제대로 거래를 하십시오, 대체 사람을 이렇게 얕잡아보실 수 있는 겁니까?”
Unterstützen Sie Ihre Lieblingsautoren und -übersetzer bei webnov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