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8화. 협박
늦가을, 나뭇잎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시기.
농번기가 끝난 들판은 벌거숭이가 되었다.
어느 산간의 평지, 남안군왕과 소숭 등이 말을 타고 서 있었다.
바람에 그들이 옷이 펄럭이자 먼 산과 함께 한 폭의 그림이 된 것 같았다.
그들은 머나먼 성벽을 보고 있었다.
성벽에는 2, 30명의 백성이 매달려 있었다.
공성은 주로 화살을 사용했는데, 소운이 만든 연노차도 있어서 공성에 유리했다.
성이 아무리 공격하기 어렵고 방어하기 쉽다고 해도 다른 성 같았으면 벌써 점령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공성할 기회조차 없었다.
그들은 무고한 백성들의 생명을 헛되이 희생시킬 수 없었기에 그곳에 주둔하며 조용히 때만 기다리고 있었다.
대군은 여전히 포위망을 치고 있었고, 동향후는 왕야와 합류했다.
숭국공과 제왕은 백성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 잠시는 지켜 줄 수 있겠지만 이런 짓은 자기 머리 위에 날카로운 날을 세우는 것과 같았다.
이 날카로운 날을 잘만 활용하면 힘 하나 들이지 않고 제왕을 제거할 수 있을 터였다.
다만 한가함을 참지 못하는 남안군왕 등의 성격으로는 군영에서 지루하게 기다릴 수 없어서 차라리 나와서 바람이라도 쐬는 게 나았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가 적막을 깨뜨렸다.
한 남자가 말을 타고 달려오면서 외쳤다.
“큰 공자님, 부인께서 서신을 보내셨습니다.”
소숭은 오랫동안 서신을 받지 못했었다.
그러니 서신이란 말을 듣자 바로 군영으로 달려갔다.
대막사에 들어가자 막사를 지키던 병사들이 부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소숭은 어리둥절했다.
남안군왕 일행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건가?”
“불운군주께서 또 회임하셨답니다. 후야께서 지금 매우 기뻐하고 계십니다.”
“……!!”
남안군왕과 북녕후 세자 등은 아연실색했다.
소 형을 때리고 싶다는 충동을 억누를 수 없었다.
‘이런 게 어딨습니까? 따라잡을 기회는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Support your favorite authors and translators in webnov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