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9화. 밤길을 재촉하다 (1)
반 시진 후, 왕태자궁 은위들이 뭍으로 올라왔다.
다들 추위에 얼굴이 파래졌고, 내공으로 몸을 보호할 수 있긴 해도 물밑의 한기는 너무 심해 모두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천월과 고상경의 그림자는 어디에서도 실마리조차 찾을 수 없었다.
남릉예는 마치 한겨울에 내린 서리 같은 서늘한 얼굴로 옥녀하만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왕자들, 귀공자들도 모두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눈빛에 비치는 감정들은 각자 다 달랐다. 취미 역시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애타게 물속만 바라보고 있었다.
“태자 오라버니,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난 겁니까? 초 낭자와 상경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니겠지요? 태자 오라버니, 이제 다른 사람을 물에 들여보내 주십시오. 두 사람을 꼭 찾아내야 합니다.”
취미가 걱정스런 눈망울로 남릉예의 소매자락을 당겼다. 그 순간, 남릉예는 갑자기 취미를 내려다보며 화를 냈다.
“고상경이 날 기만했다!”
“태자 오라버니!”
“내 진작 고상경이 내 동생에게 도리에 어긋난 마음을 품었단 걸 알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런 수법으로 내 동생을 데려간 거구나! 어찌 이럴 수가!”
순간 취미는 몸을 파르르 떨면서 황급히 부정했다.
“태자 오라버니! 상경은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닙니다. 누군가 몰래 음해한 것이 분명합니다. 상경은 바로 초 낭자를 구하기 위해…….”
“넌 이 몇 년간 고상경이 여인에게 잘해주는 걸 한 번이라도 본 적 있더냐. 여인에게 귓속말하는 걸 본 적은 있어?”
남릉예는 취미의 말을 끊어버렸고, 취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
그때, 돌연 남릉철이 입을 열었다.
“태자 형님 말씀도 영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닙니다. 고상경이 감히 태자 형님 의동생에게 손을 쓸 줄이야……. 하물며 아직 정식 혼례는 올리지 않았어도 엄연한 초 가주의 부인인데! 빼앗아선 안 되는 것 아닙니까?”
그러자 남릉탁도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 말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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