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0화. 반드시 너여야만 해 (1)
잠시 후, 서쪽에서 천월, 능련, 이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오래도록 적막했던 총병부의 생기를 피워내고 있었다.
묵국은 그 정다운 소리를 들으며 침상 가장자리에 앉아 투덜거렸다.
“아랫사람 노릇도 쉬운 일이 아니네!”
그러다 묵국은 고요히 누운 용경을 돌아보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주자! 이번엔 힘들게 마님을 모셔왔으니 절대로 다시는 밀쳐낼 생각하지 마십시오! 소인은 두 번 다시 이 끔찍한 일을 겪고 싶지 않습니다.”
묵국은 손을 내밀었다가 잠시 멈칫하며, 묵람을 돌아보았다.
“묵람, 내 만약 주자를 꼬집어 깨운 뒤, 마님이 떠나셨다고 말하면 어떻게 될까? 편찮으신 줄도 모르고 막 찾으러 가시지 않을까?”
“어떻게 되긴? 공자의 최측근인 네가 죽음으로 사죄하겠지.”
묵국은 잽싸게 손을 거두고 일어나 침상과 멀리 떨어진 곳에 섰다.
“그럼 그냥 저리 주무시게 내버려 두자.”
“마님께서 주자께 피 냄새가 난다고 하셨잖아. 깨끗이 씻겨드려.”
묵람은 바로 쌩 돌아섰다.
나가려던 묵국은 즉각 멈춰서 발끈했다.
“왜 네가 아니고 내가 씻겨드려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난 주자의 최측근이 아니라서.”
묵람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건성으로 대꾸했지만, 묵국도 달리 반박할 말이 없어 그저 순순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 * *
그 시각, 천월이 머무는 방에선 능련과 이설이 천월의 지친 몸을 씻겨 주었다. 다 씻고 천월도 이제 더는 버티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천월은 며칠 전 용풍을 살리느라 영술을 쓰고, 오늘 또 영술을 써 용경을 구했다. 두 사내 모두 죽음의 문턱에서 천월로 인해 겨우 목숨을 건졌다.
그 두 차례의 여파로 천월의 체내 영술은 이미 바닥이 났다. 능련의 말대로, 천월이 여태 쓰러지지 않은 것만 해도 기적같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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