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1화. 취라산에서의 유숙
양비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급히 숨기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견 대인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진상이 이리 밝혀졌는데도 그 분을 숨겨주시려는 것입니까?”
“숨기긴 누굴 숨긴다는 말이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는구나! 세상에 날씨를 알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리 말하는가!”
“있습니다.”
견세성이 단호한 음성으로 답했다.
“천문대가 있는 이유가 무엇이겠사옵니까?”
“천문대에 있는 자가 나에게 날씨의 변화를 귀띔 해주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대로 황상께 가서 보고 드리게.”
말을 마친 양비가 옆으로 고개를 획 돌리고 눈을 감아버렸다.
“마마, 정녕 스스로 장기판의 말이 되고자 하십니까?”
“닥치거라! 장기판의 말이라니……! 오라버니의 원한을 갚았으니, 이제 나는 죽어도 여한이 없는 몸이다.”
감정이 극에 치달은 양비는 갑자기 얼굴색이 급변하더니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심장을 부여잡았다.
“마마!”
견세성이 놀라 소리쳤다.
한 손으로 가슴을 움켜 쥔 양비가 그대로 바닥으로 꼬꾸라졌다.
* * *
양비가 눈앞에서 쓰러지자, 견세성이 곁을 지키고 있던 반해에게 다급히 소리쳤다.
“어서 태의를 불러주시오!”
제왕의 행차이니 태의가 함께하는 것은 당연했다.
다급한 견세성과 다르게 반해는 고민에 빠진 모양새였다.
양비와 태자 사이의 일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새어나가게 해서는 아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의 수를 더 이상 늘리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만일 지금 태의를 부른다면…….
머뭇거리는 반해의 모습에 견세성이 매섭게 소리쳤다.
“반 공공! 양비마마의 배후에 있는 자를 알아내기 전까진, 양비마마께 그 어떤 일도 생겨서는 아니 된단 말입니다!”
반해가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하겠습니다. 그 동안, 견 대인께서는 잠시 자리를 비켜주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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