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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

대순국(大舜國)의 태자와 공자들이 수학하던 아름다운 무애해각. 누군가의 음모로 인해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인 그곳에서 옥형선생(玉衡先生)의 손녀이자 대순국 최고의 재녀였던 옥종화는 목숨을 잃고 만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본 것은 무애해각이 아닌, 지금은 가세가 기울어진 지씨 가문의 저택이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모두가 그녀를 지씨 가문의 적장녀 지온 소저라고 부른다는 것! 숙부의 농간으로 인하여 혼약자를 빼앗겼다는 연유로 자진을 시도하고, 끝내 실성하고야 만 어리석은 계집. 친부모가 죽고 가산을 전부 숙부에게 빼앗기게 된 불쌍한 아가씨. 이러한 평판에 휩싸인 지온의 몸에 빙의한 것도 모자라, 알고 보니 세상 사람들은 무애해각이 불길에 휩싸였던 연유가 해구(海寇)의 침입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니? ‘아니야! 내 조부님을 활로 쏘아 죽이고 태자 전하를 시해한 이들은 해구가 아니었다!’ 천운으로 인해 지온으로 새롭게 태어나 복수를 다짐하는 옥종화! 그러나 그러려면 그 전에 이 지씨 가문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만 한다! 이전과 다르게 갑자기 기품 있고 재치 있게 구는 조카의 모습에 욕심 많은 숙부네 가족은 허둥지둥하고, 슬기로워 보이는 지온의 모습에 유씨 가문의 대공자 유신지는 끌리고야 마는데! 그리고 그런 지온에게서 그리워하던 여인의 모습을 겹쳐보는 북양왕가의 공자 루안. ‘왜 저 여자를 보면 그 여자가 생각이 나는 걸까?’ 원제: 天芳(천방)

윈지 ·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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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5 Chs

384화. 떠나지 못하다

384화. 떠나지 못하다

‘뭐야, 또 나를 놀린 거였잖아!’

유신지는 화가 나서 눈을 흘겼다.

유 노태사는 하하 하고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한참을 웃던 그가 정색하며 말했다.

“이 할애비는 몇 년 동안 외지를 돌아다니며 세상의 참혹한 일들을 많이 봤단다. 농부가 땅을 잃어 유랑민이 되고, 장사꾼이 세금을 내지 못해 사업이 거덜나고, 집안이 망하고, 자식과 부인을 파는 비극들이 있었지.

이 몇 년 동안 각지의 반군이 얼마나 많아졌느냐? 대순은 오래전에 만신창이가 되었다. 선황께서 살아 계셨을 때까지는 그래도 수습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사람도 없어졌으니 분명 다시 전복시키려는 세력이 나타날 게야.”

이건 너무 무서운 말이라 유신지가 자기도 모르게 소리쳤다.

“할아버지!”

그는 사방을 둘러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남들이 들으면 어쩌려고 이런 말씀을 하세요?”

유 노태사가 부채를 부치며 말했다.

“나이도 어린 녀석이 오히려 노인네보다 담이 작구나.”

유신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은 그저 가족들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걱정하는 것뿐이지 않은가?

다행히 유 노태사는 더는 말을 얹지 않고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아무튼, 네가 잘 알아서 해라. 자고로 백성은 귀하고, 군주는 가볍다 했으니 두 패륜아가 집안 재산을 두고 다투는 일 따위에 네가 최선을 다할 필요는 없다. 백성들의 일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걸 명심하거라.”

유신지는 마음이 복잡해서 한참 후에 대답했다.

“예.”

* * *

루안이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은 여강이었다.

두 사람은 과자가게에서 만났는데 얼굴을 보자마자 여강이 물었다.

“강왕은 자네가 일부러 놓아준 건가?”

루안이 태연한 표정으로 그에게 차를 따라주었다.

“아닙니다.”

루안이 잠시 말을 멈추었다 덧붙였다.

“하지만 강왕세자는 제가 놓아주었습니다.”

여강이 고개를 끄덕이고 감정을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그럼 됐네.”

루안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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