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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

대순국(大舜國)의 태자와 공자들이 수학하던 아름다운 무애해각. 누군가의 음모로 인해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인 그곳에서 옥형선생(玉衡先生)의 손녀이자 대순국 최고의 재녀였던 옥종화는 목숨을 잃고 만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본 것은 무애해각이 아닌, 지금은 가세가 기울어진 지씨 가문의 저택이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모두가 그녀를 지씨 가문의 적장녀 지온 소저라고 부른다는 것! 숙부의 농간으로 인하여 혼약자를 빼앗겼다는 연유로 자진을 시도하고, 끝내 실성하고야 만 어리석은 계집. 친부모가 죽고 가산을 전부 숙부에게 빼앗기게 된 불쌍한 아가씨. 이러한 평판에 휩싸인 지온의 몸에 빙의한 것도 모자라, 알고 보니 세상 사람들은 무애해각이 불길에 휩싸였던 연유가 해구(海寇)의 침입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니? ‘아니야! 내 조부님을 활로 쏘아 죽이고 태자 전하를 시해한 이들은 해구가 아니었다!’ 천운으로 인해 지온으로 새롭게 태어나 복수를 다짐하는 옥종화! 그러나 그러려면 그 전에 이 지씨 가문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만 한다! 이전과 다르게 갑자기 기품 있고 재치 있게 구는 조카의 모습에 욕심 많은 숙부네 가족은 허둥지둥하고, 슬기로워 보이는 지온의 모습에 유씨 가문의 대공자 유신지는 끌리고야 마는데! 그리고 그런 지온에게서 그리워하던 여인의 모습을 겹쳐보는 북양왕가의 공자 루안. ‘왜 저 여자를 보면 그 여자가 생각이 나는 걸까?’ 원제: 天芳(천방)

윈지 ·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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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5 Chs

383화. 떠나기 전에

383화. 떠나기 전에

지온은 며칠 동안 집집마다 작별을 고했다.

지씨 가문, 외가인 한씨 가문, 정국공부, 태사부…… 그리고 조방궁.

장씨 부인이 물었다.

“정세가 정말 그리 험악하니? 너희들이 가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지온은 숨김없이 말했다.

“예. 지금 같이 다사다난한 시기에는 우리 집안도 몸을 낮추고 있어야 해요. 상황이 좋지 않으면 셋째 숙부께서도 벼슬을 그만두고 부잣집 노야로 사시는 게 좋을 거예요.”

장씨 부인이 품위를 갖추고 말했다.

“장이의 혼사도 미뤄야겠구나.”

지온이 말했다.

“둘째 오라버니는 아직 젊으니 혼인을 서두를 필요가 없어요. 천천히 2, 3년 정도 지켜보다 상황이 호전되면 다시 생각해봐도 괜찮을 거예요.”

한편, 그녀가 간 후 위씨 부인은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 혼란스러워했다.

“따지고 보면 저 계집애가 멀리 갔으니 내 기분이 좋아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왜 이렇게 마음이 허전하지?”

이노야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조카사위가 이렇게 가버리면 이제 나를 대신해서 문서를 베껴 줄 사람이 없어지겠구나.”

비록 자기 집과 지온의 사이가 좋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그의 친조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는 이 반년 동안 루안의 세력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 * *

한씨 가문에서는 서로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헤어지게 된 것을 진심으로 아쉬워했다.

지온은 두 외숙부에게 재차 당부했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태사부에 가서 유 대공자를 찾으세요. 그 사람은 우리 친구라 믿어도 좋아요.”

한 노부인도 진심으로 서운해했다.

“북양이 그리 먼데 앞으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지온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했다.

“외할머니, 건강 잘 챙기셔야해요. 온이가 꼭 다시 뵈러 올게요.”

“그래, 그래!”

한 노부인은 생각만 해도 걱정스러운지 또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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