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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

대순국(大舜國)의 태자와 공자들이 수학하던 아름다운 무애해각. 누군가의 음모로 인해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인 그곳에서 옥형선생(玉衡先生)의 손녀이자 대순국 최고의 재녀였던 옥종화는 목숨을 잃고 만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본 것은 무애해각이 아닌, 지금은 가세가 기울어진 지씨 가문의 저택이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모두가 그녀를 지씨 가문의 적장녀 지온 소저라고 부른다는 것! 숙부의 농간으로 인하여 혼약자를 빼앗겼다는 연유로 자진을 시도하고, 끝내 실성하고야 만 어리석은 계집. 친부모가 죽고 가산을 전부 숙부에게 빼앗기게 된 불쌍한 아가씨. 이러한 평판에 휩싸인 지온의 몸에 빙의한 것도 모자라, 알고 보니 세상 사람들은 무애해각이 불길에 휩싸였던 연유가 해구(海寇)의 침입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니? ‘아니야! 내 조부님을 활로 쏘아 죽이고 태자 전하를 시해한 이들은 해구가 아니었다!’ 천운으로 인해 지온으로 새롭게 태어나 복수를 다짐하는 옥종화! 그러나 그러려면 그 전에 이 지씨 가문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만 한다! 이전과 다르게 갑자기 기품 있고 재치 있게 구는 조카의 모습에 욕심 많은 숙부네 가족은 허둥지둥하고, 슬기로워 보이는 지온의 모습에 유씨 가문의 대공자 유신지는 끌리고야 마는데! 그리고 그런 지온에게서 그리워하던 여인의 모습을 겹쳐보는 북양왕가의 공자 루안. ‘왜 저 여자를 보면 그 여자가 생각이 나는 걸까?’ 원제: 天芳(천방)

윈지 ·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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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화. 있어선 안 되는 사람

371화. 있어선 안 되는 사람

유신지는 역시 둘러대는 솜씨가 단연 일등이었다. 그는 곧바로 대답했다.

“내가 너무 흥분했군, 루안, 이해해 주게.”

루안은 흥 하고 콧방귀를 뀌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유신지는 코를 만지작거리고 무안해하며 입을 다물었다.

두 사람은 양쪽으로 떨어져 각각 입구를 지키고 섰다.

사람들은 두 사람이 싸우지 않자 매우 유감스러워했다.

‘유신지는 황제의 신임도 얻었고 뒷배경도 있는데 왜 이렇게 담이 작은 거야?’

다른 한편에서는 강왕세자가 강왕의 막사로 들어가고 있었다.

“아버지.”

강왕은 문객과 대국 중이라 고개도 들지 않고 느릿느릿 말했다.

“내일 있을 대제(*大祭: 대제사, 큰 제사)는 괜찮겠느냐?”

이것은 그가 다친 이후 처음으로 아버지가 관심을 보인 것이었다. 강왕세자는 그의 관심에 내심 놀랐다.

“예, 소자의 상처는 이제 괜찮습니다.”

하지만 강왕의 대답은 그의 예상과는 달랐다.

“내일 쓸데없는 일을 저질러 폐하를 난처하게 하지 마라.”

강왕세자의 얼굴에 띄워져 있던 미소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그러니까 부왕은 내 상처에 관해 물은 것이 아니고, 그저 내가 사고를 쳐서 여섯째의 체면을 상하게 할까 봐 걱정되어 물은 것이란 말인가?’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화를 억누르며 다시 웃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알고 있습니다.”

강왕이 고개를 끄덕이며 옆을 가리켰다.

“앉아라.”

강왕세자는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앉아서 그들이 바둑을 두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 * *

제전의 울음소리가 점점 잦아들었고 태후가 눈물을 훔치며 대장공주를 위로했다.

“내일도 제례가 있으니 너무 슬퍼하지 말게. 부마가 그리 자네를 아꼈는데 자네가 우느라 몸이 상하면 저승에서 슬퍼하시지 않겠나.”

대장공주가 빨개진 눈으로 말했다.

“알았어요. 올케도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그녀는 또 고개를 돌려 황후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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