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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

대순국(大舜國)의 태자와 공자들이 수학하던 아름다운 무애해각. 누군가의 음모로 인해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인 그곳에서 옥형선생(玉衡先生)의 손녀이자 대순국 최고의 재녀였던 옥종화는 목숨을 잃고 만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본 것은 무애해각이 아닌, 지금은 가세가 기울어진 지씨 가문의 저택이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모두가 그녀를 지씨 가문의 적장녀 지온 소저라고 부른다는 것! 숙부의 농간으로 인하여 혼약자를 빼앗겼다는 연유로 자진을 시도하고, 끝내 실성하고야 만 어리석은 계집. 친부모가 죽고 가산을 전부 숙부에게 빼앗기게 된 불쌍한 아가씨. 이러한 평판에 휩싸인 지온의 몸에 빙의한 것도 모자라, 알고 보니 세상 사람들은 무애해각이 불길에 휩싸였던 연유가 해구(海寇)의 침입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니? ‘아니야! 내 조부님을 활로 쏘아 죽이고 태자 전하를 시해한 이들은 해구가 아니었다!’ 천운으로 인해 지온으로 새롭게 태어나 복수를 다짐하는 옥종화! 그러나 그러려면 그 전에 이 지씨 가문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만 한다! 이전과 다르게 갑자기 기품 있고 재치 있게 구는 조카의 모습에 욕심 많은 숙부네 가족은 허둥지둥하고, 슬기로워 보이는 지온의 모습에 유씨 가문의 대공자 유신지는 끌리고야 마는데! 그리고 그런 지온에게서 그리워하던 여인의 모습을 겹쳐보는 북양왕가의 공자 루안. ‘왜 저 여자를 보면 그 여자가 생각이 나는 걸까?’ 원제: 天芳(천방)

윈지 ·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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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화. 강왕께서 부르십니다

361화. 강왕께서 부르십니다

루안이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본 설 상서는 화가 났다. 아무도 자신들을 쳐다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그는 목소리를 낮추어 질책했다.

“자네 지금 이 늙은이 앞에서 멍청한 척하는 겐가? 강왕이 어디 그런 인간인가? 자네는 조정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 잘 모르겠지만 몇 년 전에 조정에 얼마나 피바람이 불었는지…….”

그때를 떠올리면 그는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4년 전, 황제가 바뀌면서 조정은 한 번 싹 정리되었다. 조정의 모든 문무백관 중 어떤 이는 직위를 빼앗기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어떤 이는 하옥된 뒤 참수되었고 또 어떤 이는 얼떨결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루안이 한 번도 뵙지 못한 그 장인어른이 이렇게 죽지 않았던가?

‘이 녀석, 아직도 이 사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구나! 그래도 내가 나름 이 녀석의 상사로 몇 년을 지내어, 후배가 목숨을 잃는 꼴을 차마 보기 힘들어 이러는데 말이야. 그것만 아니면 내가 무엇 때문에 이리 신경을 쓰겠어?’

“자네…….”

설 상서가 몇 마디 하려고 입을 열었는데 누군가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설 상서의 눈에 보였다.

“설 상서, 루 통정.”

한 늙은 내관이 다가와 웃으며 그들에게 인사했다.

설 상서는 그가 강왕을 모시는 사람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긴장하며 웃음을 머금은 채 말했다.

“길 공공(吉公公)이시군. 폐하를 뵈러 오셨소?”

“아닙니다.”

길 내관은 손사래를 치더니 루안을 향해 약간 몸을 숙였다.

“소인은 전하의 명을 받들어 루 통정을 모시러 온 겁니다.”

설 상서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고 표정이 굳었다.

‘설마? 이렇게 빨리 복수를 한다고?’

루안은 오히려 침착하게 형부상서의 면전에서 은표 한 장을 꺼내 건네며 물었다.

“공공께서 좀 가르쳐 주십시오. 강왕 전하께서 무슨 일로 하관을 보자고 하시는 겁니까?”

길 내관은 은표를 거절하며 겸손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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