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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

대순국(大舜國)의 태자와 공자들이 수학하던 아름다운 무애해각. 누군가의 음모로 인해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인 그곳에서 옥형선생(玉衡先生)의 손녀이자 대순국 최고의 재녀였던 옥종화는 목숨을 잃고 만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본 것은 무애해각이 아닌, 지금은 가세가 기울어진 지씨 가문의 저택이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모두가 그녀를 지씨 가문의 적장녀 지온 소저라고 부른다는 것! 숙부의 농간으로 인하여 혼약자를 빼앗겼다는 연유로 자진을 시도하고, 끝내 실성하고야 만 어리석은 계집. 친부모가 죽고 가산을 전부 숙부에게 빼앗기게 된 불쌍한 아가씨. 이러한 평판에 휩싸인 지온의 몸에 빙의한 것도 모자라, 알고 보니 세상 사람들은 무애해각이 불길에 휩싸였던 연유가 해구(海寇)의 침입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니? ‘아니야! 내 조부님을 활로 쏘아 죽이고 태자 전하를 시해한 이들은 해구가 아니었다!’ 천운으로 인해 지온으로 새롭게 태어나 복수를 다짐하는 옥종화! 그러나 그러려면 그 전에 이 지씨 가문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만 한다! 이전과 다르게 갑자기 기품 있고 재치 있게 구는 조카의 모습에 욕심 많은 숙부네 가족은 허둥지둥하고, 슬기로워 보이는 지온의 모습에 유씨 가문의 대공자 유신지는 끌리고야 마는데! 그리고 그런 지온에게서 그리워하던 여인의 모습을 겹쳐보는 북양왕가의 공자 루안. ‘왜 저 여자를 보면 그 여자가 생각이 나는 걸까?’ 원제: 天芳(천방)

윈지 ·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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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화. 깨우다

360화. 깨우다

강왕세자는 엎드려 약을 발랐다.

많은 사람이 주시하고 있었기에 강왕의 시위는 세자의 사정을 봐줄 수가 없었다. 곤장을 몇십 대 때리니 속바지가 피와 살에 달라붙어버려 떨어지지 않았다. 태의는 하는 수 없이 강왕세자의 환부를 약물로 천천히 씻어냈다.

물약이 어떤 성분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자극적이어서 한 번씩 바를 때마다 아주 찌릿찌릿했다.

약을 다 바르고 나니 강왕세자의 얼굴은 이미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러고 나서 점차 열이 올랐다.

강왕세자는 혼미한 가운데 계속해서 꿈을 꿨다.

그는 종실에서 한 세대의 첫 번째 아이로 태어났다. 강왕세자가 태어났을 때는 영종황제가 아직 재위 중이었는데 그는 손주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뻐하며 강왕부에 큰 상을 내렸다.

선대 태자가 태어나기 전까지 강왕세자는 종실에서 가장 사랑받는 아이였고 시시때때로 궁에 들어가 황제를 모셨다.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항상 누군가 그의 앞에 가져다주었다.

그는 한때 선대 황제가 자신을 양자로 들여 황자로 삼으려 한다는 사람들의 말이 사실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후에 선대 황제가 등극해 오랜 노력 끝에 마침내 자식을 낳았고 강왕세자는 그제야 자신이 결코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선대 태자야말로 모두가 고대하던 특별한 사람이었다.

선대 태자는 언제 울고 웃었는지 또 언제 침대에 오줌을 싸고 젖을 토했는지까지 전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강왕세자는 궁에 들어가도 더 이상 전처럼 관심을 받지 못했다.

갖고 있던 것을 갑자기 잃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전에 경험해본 적이 없는 사람은 모를 것이다.

강왕세자는 이렇게 평범한 황족의 자제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그는 적어도 강왕부에서 만큼은 첫 번째였다. 아버지의 첩들이 그에게 동생을 얼마나 많이 만들어주든 간에 그는 여전히 부왕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들이었다.

태자가 점차 성장해 감에 따라 그의 여섯째 동생도 같이 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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