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화. 꼬치구이
화정교 근처 필묵점(*筆墨店: 붓과 먹을 파는 가게).
한쪽 다리를 저는 주인장이 점포 안에 대고 소리쳤다.
“얘야, 나와 보거라!”
점포 안에서 누군가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나온 것은 키가 작고 여리여리한 체구의 부인이었다. 지온이 그녀를 보았다면 분명 기함했을 터였다.
점포 안에서 나온 부인은 지씨 가문의 대부인, 정씨였던 것이다.
대부인, 정씨가 물었다.
“오라버니, 무슨 일이에요?”
주인장은 다리 위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는 소녀 두 사람을 가리켰다.
“저기, 저기 좀 보거라. 네 딸이 아니냐? 내가 조방궁에 갔을 때 슬쩍 본 적이 있어.”
정씨가 주인장이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옆모습이긴 했지만 그래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어, 맞네요!”
그러자 주인장이 황급히 제 점포에서 일하는 일꾼을 불러, 그들이 무슨 일로 왔는지 알아보라며 보냈다.
이윽고 돌아온 일꾼이 말했다.
“아가씨께선 친척 동생과 꼬치구이를 먹으려고 오셨답니다.”
그제야 안도한 주인장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렇구먼.”
주인장이 종이를 재단하며 정씨에게 말했다.
“참 걱정할 일이 없는 딸이다. 조방궁에 가랬더니 군소리 없이 가고, 그곳에서 혼자서도 그리 잘 지내지 않느냐.”
제 오라비를 돕던 정씨가 웃음을 지었다.
“그러니까요. 막 집에 돌아왔을 땐 얼마나 골머리를 썩였는지…… 어르신 같은 분 아래서 어떻게 그런 딸이 나왔나 싶었는데, 다행히 그게 전부 거짓이었잖아요.”
“그리 비범한 재능의 은인(恩人)께서 낳은 딸이 부족할 리가 있겠느냐? 겨우 반년밖에 안 됐는데, 얼마나 대단한 일들을 했느냔 말이야!”
그러나 정씨의 입에선 한숨이 터졌다. 종이를 정리하던 그녀가 돌연 고개를 들더니 입을 열었다.
“오라버니, 전 왜 이리 불안한지 모르겠어요.”
“불안할 게 뭐가 있어?”
주인장은 희희낙락 웃었다.
“대장공주와 연을 맺었으니 앞으로 남은 것은 비단길일 텐데, 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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