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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

대순국(大舜國)의 태자와 공자들이 수학하던 아름다운 무애해각. 누군가의 음모로 인해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인 그곳에서 옥형선생(玉衡先生)의 손녀이자 대순국 최고의 재녀였던 옥종화는 목숨을 잃고 만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본 것은 무애해각이 아닌, 지금은 가세가 기울어진 지씨 가문의 저택이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모두가 그녀를 지씨 가문의 적장녀 지온 소저라고 부른다는 것! 숙부의 농간으로 인하여 혼약자를 빼앗겼다는 연유로 자진을 시도하고, 끝내 실성하고야 만 어리석은 계집. 친부모가 죽고 가산을 전부 숙부에게 빼앗기게 된 불쌍한 아가씨. 이러한 평판에 휩싸인 지온의 몸에 빙의한 것도 모자라, 알고 보니 세상 사람들은 무애해각이 불길에 휩싸였던 연유가 해구(海寇)의 침입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니? ‘아니야! 내 조부님을 활로 쏘아 죽이고 태자 전하를 시해한 이들은 해구가 아니었다!’ 천운으로 인해 지온으로 새롭게 태어나 복수를 다짐하는 옥종화! 그러나 그러려면 그 전에 이 지씨 가문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만 한다! 이전과 다르게 갑자기 기품 있고 재치 있게 구는 조카의 모습에 욕심 많은 숙부네 가족은 허둥지둥하고, 슬기로워 보이는 지온의 모습에 유씨 가문의 대공자 유신지는 끌리고야 마는데! 그리고 그런 지온에게서 그리워하던 여인의 모습을 겹쳐보는 북양왕가의 공자 루안. ‘왜 저 여자를 보면 그 여자가 생각이 나는 걸까?’ 원제: 天芳(천방)

윈지 ·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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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화. 추측

219화. 추측

과거사를 떠올린 슬픔으로 격양된 감정으로 시작했던 그녀의 이야기는 뒤로 갈수록 모두의 마음을 흔들었다.

북양태비는 연기조차 하지 않았다. 멀쩡히 살아있는 자식을 보지도 못하고 지내며 걱정했던 심정이 그녀의 목소리에 절절하게 녹아있었다. 비통에 찬 노모의 모습은 바라만 보아도 눈물을 줄기줄기 뽑아낼 정도였다.

그때까지 무정한 얼굴로 서 있던 루안도 그녀의 이야기에 표정이 일그러지듯 흔들렸다. 이윽고 매무새를 정리한 그가 북양태비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소자가 불효하였습니다.”

그 와중에 다시 힘들게 관모를 쓴 풍 어사는, 신료의 마음을 얻으려고 모자가 연기를 한다며 질책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목소리를 내려던 찰나, 동료가 그의 옷을 슬쩍 잡아당겼다.

무슨 일인가 싶어 의아했던 그가 눈빛으로 동료에게 물었다.

‘왜 말리는가? 이번에야말로 저 자식을 무조건 잡아넣자고 하지 않았나?’

그러자 입을 삐뚜름히 올린 동료가 한쪽을 향해 눈짓했다.

동료의 시선을 따라 눈을 돌린 풍 어사의 눈으로 두 모자를 바라보는 황제의 모습이 들어왔다.

황제는 이미 마음이 흔들린 기색이었다.

그 모습에 기세를 몰아보려던 풍 어사가 흠칫 몸을 굳혔다.

‘설마…… 폐하께선 저 모자(母子)에게 자신을 투영하신 겐가.’

최근 그는 강왕세자와 은근한 불화를 겪고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강왕비는 형제의 관계를 두고 마음을 쓰는 ‘노모’가 아니었다.

풍 어사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고민하고 있을 때 여강이 앞으로 나섰다.

“폐하, 논의해야 할 조정의 대사(大事)가 아직 많이 남았사옵니다. 북양 루씨 가문의 일은 급하지 않사오니 다음에 다시 논의하심이 어떻겠는지요.”

풍 어사는 여강의 말을 듣자마자 당장 입을 열어 저지하고 싶었다.

언뜻 들으면 두루뭉술하여 제 입장을 확실하게 표현하지 않은 듯 들리는 여강의 말은, 이번 일을 그대로 ‘가문의 일’로 치부하고 있었다.

그저 가문의 일일 뿐인 문제라면 추후에 논의할 까닭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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