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화. 추측
과거사를 떠올린 슬픔으로 격양된 감정으로 시작했던 그녀의 이야기는 뒤로 갈수록 모두의 마음을 흔들었다.
북양태비는 연기조차 하지 않았다. 멀쩡히 살아있는 자식을 보지도 못하고 지내며 걱정했던 심정이 그녀의 목소리에 절절하게 녹아있었다. 비통에 찬 노모의 모습은 바라만 보아도 눈물을 줄기줄기 뽑아낼 정도였다.
그때까지 무정한 얼굴로 서 있던 루안도 그녀의 이야기에 표정이 일그러지듯 흔들렸다. 이윽고 매무새를 정리한 그가 북양태비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소자가 불효하였습니다.”
그 와중에 다시 힘들게 관모를 쓴 풍 어사는, 신료의 마음을 얻으려고 모자가 연기를 한다며 질책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목소리를 내려던 찰나, 동료가 그의 옷을 슬쩍 잡아당겼다.
무슨 일인가 싶어 의아했던 그가 눈빛으로 동료에게 물었다.
‘왜 말리는가? 이번에야말로 저 자식을 무조건 잡아넣자고 하지 않았나?’
그러자 입을 삐뚜름히 올린 동료가 한쪽을 향해 눈짓했다.
동료의 시선을 따라 눈을 돌린 풍 어사의 눈으로 두 모자를 바라보는 황제의 모습이 들어왔다.
황제는 이미 마음이 흔들린 기색이었다.
그 모습에 기세를 몰아보려던 풍 어사가 흠칫 몸을 굳혔다.
‘설마…… 폐하께선 저 모자(母子)에게 자신을 투영하신 겐가.’
최근 그는 강왕세자와 은근한 불화를 겪고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강왕비는 형제의 관계를 두고 마음을 쓰는 ‘노모’가 아니었다.
풍 어사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고민하고 있을 때 여강이 앞으로 나섰다.
“폐하, 논의해야 할 조정의 대사(大事)가 아직 많이 남았사옵니다. 북양 루씨 가문의 일은 급하지 않사오니 다음에 다시 논의하심이 어떻겠는지요.”
풍 어사는 여강의 말을 듣자마자 당장 입을 열어 저지하고 싶었다.
언뜻 들으면 두루뭉술하여 제 입장을 확실하게 표현하지 않은 듯 들리는 여강의 말은, 이번 일을 그대로 ‘가문의 일’로 치부하고 있었다.
그저 가문의 일일 뿐인 문제라면 추후에 논의할 까닭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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