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화. 정표 (3)
밝게 해가 막 뜨자마자, 류청청은 일찌감치 침상에서 일어나 시간을 가늠해 보았다. 그리고 저번에 남궁성과 우연히 만났던 그 길에 가 그를 기다렸다. 남궁성은 매일 이 시간에 금화원으로 가 조씨에게 아침 문안인사를 드렸고, 단 한 번도 예외가 없었다.
잠시 후, 하얀 비단 옷을 입은 남궁성이 길모퉁이에서 나타났다. 그는 성큼성큼 큰 보폭으로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그가 점점 가까이 다가올수록 그의 얼굴이 더 잘 보였다. 잘생긴 얼굴은 좀 초췌했으며, 밤을 꼬박 새기라도 한 듯 눈 밑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깊이 숨을 들이마신 류청청이 커다란 나무 뒤에서 당당한 걸음으로 나와 남궁성을 불러 세웠다.
“남궁 공자, 잠시만 걸음을 멈춰 주세요!”
“류 소저?”
남궁성이 걸음을 멈추고 약간 놀란 눈으로 류청청을 쳐다봤다.
“그대가 어찌 이곳에 있소? 난…….”
그는 말을 하려다가 그만두고 복잡한 심정이 담긴 눈으로 류청청을 바라봤다.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에 걸려 입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남궁 공자, 제가 공자를 뵈러 온 건 공자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예요.”
류청청은 진심을 담아 말하면서 아주 당당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자앙의 염낭은 제가 선물한 게 아니에요!”
큰 재난이 눈앞까지 닥쳐왔음에도 그녀는 오히려 당당하게 남궁성을 쳐다봤다. 그녀의 깜빡이는 두 눈동자는 물처럼 아주 맑았다.
그 순간 남궁성은 그 자리에서 굳어 버리고 말았다. 그는 류청청이 이 일 때문에 일부러 자신을 찾아와 해명할 줄은 전혀 생각도 못했다. 순간 그는 속으로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자신은 어찌 그녀에게 한마디도 묻지 않고 마음이 흔들렸는가?
남궁성 자신 때문에 그녀가 이렇게 찾아와 해명하게 만들다니, 그래선 안 됐다.
그리 생각한 남궁성은 더욱더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재빨리 말했다.
“류 소저, 난 그대를 믿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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