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화. 정표 (2)
정신이 들었을 무렵, 남궁성은 혼자서 화원을 걷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그는 정신을 가다듬으며 자기 자신을 타일렀다. 아무리 직접 본 게 확실해도, 염낭 하나로 모든 걸 설명할 수는 없었다. 역시 조자앙을 직접 찾아가 떠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결심이 서자마자 남궁성은 즉시 조자앙이 잠시 기거하는 정수각으로 갔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뜰 문을 들어서자마자 류청운이 분노하며 질문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조 공자! 아까 품에 지니고 있던 그 염낭은 대체 어디서 난 겁니까?”
그러자 조자앙이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류 공자, 속이지 않고 사실대로 말하겠습니다. 그 염낭은 바로 류 공자의 영매(*令妹: 남의 여동생을 높여 부르는 말)께서 친히 내게 증표로 준 겁니다.”
그 순간, 남궁성은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선 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 무슨 헛소리란 말입니까!”
류청운은 벌컥 성을 내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조자앙을 쏘아보았다.
“내 누이는 교양도 있고 사리에도 밝습니다! 그런 누이가 이렇게 사사로이 물건을 주고받다니, 절대로 그럴 리 없단 말입니다!”
그의 분노에 조자앙은 섬뜩했지만, 최대한 정신을 가다듬고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류 공자, 나와 영매는 정말 서로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우리 둘을 인정해 주십시오! 류 공자도 알다시피 영매는 평소 안뜰에 있지 않습니까. 그런 영매가 직접 내게 이 염낭을 주지 않았다면, 어찌 내 손에 이 염낭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건…….”
류청운은 순간 할 말이 없었다. 그건 류청운 또한 의문스럽게 생각했던 점이었다. 하지만 그는 절대로 자신의 누이가 규방규수로서의 규범(閨範)을 어겼을 리 없다고 믿었다.
이때, 갑자기 뜰 밖에 누군가의 인영이 류청운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순식간에 굳은 얼굴로 말을 토했다.
“성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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