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3화. 장향각 (2)
잠시 후 백모소가 손바닥으로 현을 툭 치면서 누르자, 곡이 순식간에 끝이 났다. 그러나 아직도 여전히 심금을 울리는 그 노랫소리가 귓가에서 맴도는 것 같았다.
방 안은 순식간에 적막에 잠겼다. 한쪽에 있던 어린 여종도 멍한 얼굴로 백모소를 쳐다보며 존경이 가득 담긴 눈을 빛내고 있었다.
‘새로 오신 내 주인이 이렇게나 재능이 출중하시다니, 앞으로 주인만 따르면 나도 좋은 나날을 보낼 수 있을지도 몰라…….’
백모소는 제 옆에 있는 여 어멈을 차분하게 쳐다보며 허리를 곧게 폈다.
그녀가 방금 연주했던 곡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곡이었다. 그러니 누구라도 그 기예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었다.
이내 여 어멈이 짝짝짝 손뼉을 치며 말했다.
“훌륭하구나!”
백모소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러나 그녀의 미소는 또다시 굳어 버리고 말았다. 이어지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병창을 제법 잘하는구나. 원래는 네게 짧은 곡을 몇 가지 연습시킬 생각이었는데, 지금 보니 그럴 필요가 없겠어. 생긴 걸 보니 열일곱은 되었겠구나. 몇 년만 더 늙으면 퇴색해서 가치가 없을 테니, 오늘 밤부터 바로 명패를 올리거라!”
‘명패를 올리라니?’
상황이 이리되니 백모소는 계속 차분한 표정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창백해진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제 기예는 팔아도 몸은 팔지 않기로 약속했잖습니까!”
“내가 언제 너한테 그런 약속을 했단 말이냐?”
여 어멈이 옷자락을 툭툭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 장향각에는 기예를 팔되 몸은 팔지 않는 기녀는 없다! 여기서는 내가 주인이다. 그런데 누가 감히 내게 대든단 말이냐!”
그러자 백모소가 원한이 가득한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성을 냈다.
“날 가지고 놀았…….”
짝!
여 어멈이 오른손을 들어 힘껏 백모소의 뺨을 내리치자 명쾌한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Support your favorite authors and translators in webnov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