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화. 실패 (2)
“아가씨께 옷을 주워 드리거라.”
병풍 뒤에 있던 조씨는 거들떠볼 가치도 없단 듯 분부했고, 곧바로 아낙 하나가 앞으로 와 바닥에 떨어진 옷가지들을 주워 소경평의 몸에 휙 던졌다.
소경평은 뻣뻣하게 굳은 몸으로 옷을 다 입은 후, 다른 건 생각하지도 않고 그대로 밖으로 뛰어나갔다. 당장 이 숨 막히는 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문을 나가기도 전에 그녀는 문 앞을 지키던 아낙에게 붙잡혀 도로 안으로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여형도 이성을 되찾고 자신의 옷가지들을 주워 입었다. 소경평을 바라보는 그의 눈은 몹시 냉랭했다. 그는 당장이라도 이 자리에서 그녀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곧이어 소식을 들은 소씨와 남궁진이 선평후 부부와 함께 다급히 이곳에 도착했다. 심지어 소경평의 계모 유씨도 불려 와서 그들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이 일은 정말이지 남세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조씨는 사람을 시켜, 연회석에 있는 손님들이 놀라지 않도록 조용히 소씨를 비롯한 사람들을 불러오라 명한 것이었다.
소씨와 남궁진이 도착하자, 조씨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주인마님인 조씨도 이런 상황을 마주한 건 처음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소씨의 얼굴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소씨는 날카로운 눈으로 여형을 보고 분노하며 성까지 냈다.
“여긴 우리 남궁부의 안뜰이거늘, 어찌 선평후 세자께서 이곳에 계신 게냐!”
그러자 다른 이들의 얼굴이 모두 일그러졌다.
“고모!”
소씨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소경평은 제 목숨을 구해 줄 최후의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것처럼 바닥을 구르며 기듯 허겁지겁 소씨에게 가 그녀의 옷자락을 부여잡았다.
“평이는 누군가에게 당한 거예요! 고모, 평이를 믿어 주세요!”
소경평의 어여쁜 얼굴 위로 눈물이 흘러내리자, 너무나 가엾어 보였다.
“누군가에게 당한 거라고? 그 누군가가 지금 나란 말이냐?”
그녀의 말을 들은 여형이 버럭 화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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