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화. 벽오동 달빛
원징은 명년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정자를 나가 흥청망청 취기가 오른 나무 아래 놓인 술자리로 돌아갔다. 웃고 떠드는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원징의 그림자도 점점 더 기울었고, 펄럭이는 양쪽 옷소매에는 바람이 꽉 차올랐다. 그가 자리에 앉았을 때, 그는 게슴츠레해진 눈에 웃는 얼굴이 되어있었다. 이미 그의 온몸에서는 방탕한 기색이 흐르고 있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저의 집에는 딱히 내놓을 만한 물건이 없어서요, 좀 그럭저럭 봐주십시오.”
원징의 목소리는 마치 졸졸 경쾌하게 흐르는 계곡물 소리 같았다.
“정 대인, 원 대인의 집에 풍기는 이런 야생의 정취가 오묘하긴 해도 대인께서는 위풍당당한 태학박사가 사는 곳이 아무래도 너무 누추한 것 같다고 느끼지 않으십니까?”
반쯤 취한 관리가 원징 쪽을 힐끔 쳐다보더니 결국 산양 수염이 난 상관에게 이 말을 하고 말았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 연달아 맞장구를 쳤다.
원징이 연거푸 상급자들에게 불편하게 해드렸다며 사죄를 했다.
산양 수염은 알고 보니 이부상서(吏部尙書)로, 현재로 말하자면 인사 부처의 수장에 해당했다. 일단 듣기에는 맞는 말이지만 그의 눈길은 여전히 한 어여쁜 무희에게만 쏠리고 있었다. 이부상서는 생각도 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이 일은 내가 처리하도록 맡겨만 주게나. 원 대인은 황제께서 칭찬하는 실력 있는 인재이시고 이후로는 반드시 우리 대주국 대들보가 될 터인데, 어떻게 푸대접을 할 수 있겠습니까? 6품의 계급에 맞춰서 잘 정리하도록 해야지요. 하지만 이 야생의 정취는 한곳 정도는 남겨두어야 합니다. 아니면 이렇게 자유롭게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곳이 줄어들지 않겠습니까?”
사람들이 하하 크게 웃었다.
알겠다고 말하는 원징의 모습은 무척 즐거워 보였다.
“여러분의 관심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원 모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이 관사를 수리하는 일은 공부(工部)에도 알려야 하는 것이라서요. 원모의 직급은 미천한지라,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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