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화. 뇌물을 보내다
8월이 되었다. 햇빛 아래는 고구마를 구울 수 있을 정도로 뜨거웠지만, 원징의 저택 뒤편은 달랐다. 저택 뒤편에서는 높은 하늘을 비롯한 탁 트인 경관이 보이는 데다, 나무도 우거지고 풀도 무성해서 그늘로 바람이 불면 꽤 시원했다. 그래서 원징의 상관들도 이곳에서는 아주 느긋하고 자유롭게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주인도 없는데 미인을 품에 안고 떠들어대는 관료들의 웃음소리가 여느 때처럼 원징의 귀에까지 들렸다.
‘이런 취식 방법이라면 재난이 된 토끼 개체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
원징의 검은 눈이 번쩍이자 원래 그의 얼굴에 희미하게 어려있던 거짓 웃음이 갑자기 퍽 재미있다는 듯한 진짜 웃음으로 변했다. 토끼를 구워 먹으라는 묵자의 제안은 정말로 아주 쓸모가 있었다.
“대인, 셋째 공자께서 명첩과 선물을 보내셨습니다.”
명년은 공손하게 초대장을 원징에게 건네며 몸을 비스듬히 내밀었다. 그리고 겨드랑이에 낀 나무 상자를 조심스럽게 돌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팔이 하나 부족하다 보니 그의 움직임은 보통 사람보다 훨씬 서툴러 보였다.
원징은 그가 똑바로 설 때까지 기다렸다가 돌의자에 앉아서 초대장을 읽기 시작했다.
명년은 매번 이럴 때마다 마음속으로 이 마음씨 착한 주인을 따르고 있다는 것이 아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작은 일처럼 보이지만, 그는 대인이 자신을 존중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명년은 막 이곳에 왔었을 때가 기억났다. 그때도 자신은 이렇게 느리게 움직였었는데, 원 대인은 이렇게 계속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래서 명년은 자신의 동작이 굼떠서 대인의 미움을 산 줄로만 여겼었다.
어느 날엔 명년이 팔에 물건을 제대로 끼우지 못해서 잘 내려놓지 못하니, 원징이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냐며 명년에게 물어보았다. 명년은 그제야 원징이 자신이 굼뜬 것을 싫어해서 그랬던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자신을 도와주려고 그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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