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화. 한 쌍
다음 날 아침, 봄볕이 정왕부와 장군부가 자리 잡은 평안방(平安坊) 구석구석에 쏟아지고 나뭇가지 위 새들이 즐겁게 지저귀는 무렵이 되었다. 정왕비는 사람을 시켜 장군부에 전갈을 보냈다.
임 씨는 정왕비가 직접 방문하겠다는 전갈을 받고 의외라고 생각했다.
두 집안은 이웃이기는 하지만 사실 왕래는 잦지 않았다. 그런데 정왕비는 왜 갑자기 찾아오겠다는 걸까?
설마 어제 일에 대한 사례를 받겠다고 오는 건 아니겠지?
이런 생각이 떠올랐지만 임 씨는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왕비는 통 크고 시원시원한 사람이었으니 그럴 리가 없었다.
호기심이 생긴 임 씨는 정왕비를 맞이할 때 여느 때보다 친절하게 대했다.
정왕비는 갑자기 자신감이 솟았다.
임 부인의 태도를 보니 이 혼담은 반드시 성사될 것 같았다.
곱게 차려입은 시녀가 차를 올리고 물러가자 임 씨는 정왕비에게 차를 권했다.
“안 그래도 오늘 왕부에 가서 세자께 감사 인사를 드리려고 했습니다.”
“임 부인께선 어제 말이 놀라 날뛰었던 일을 말하는 거죠?”
만면에 미소를 띤 정왕비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 정도에 뭘 고마워해요. 누구라도 그런 상황이었으면 능력이 있는 한 도왔을 텐데요. 하물며 이웃 사이에 그런 작은 수고가 무슨 대수라고요.”
“세자께는 작은 수고였을지 몰라도 저희 장군부에는 큰 도움이었습니다.”
임 씨는 정중하게 예의를 갖추면서도 더욱 궁금해졌다.
어제 일 때문이 아니라면 정왕비가 찾아온 것은 무엇 때문이지? 정말 그냥 놀러 온 건 아니겠지?
두 사람은 다시 인사치레의 말들을 주고받았다. 그러다가 임 씨가 더 이상 호기심을 참을 수 없게 됐을 무렵, 정왕비는 마침내 이번 방문의 목적을 말했다.
“어제 삭이가 임 이소저를 데려다주는 걸 내가 우연히 보았습니다. 그런데 문득 두 아이가 아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삭이는 올해 스물, 둘째 따님은 열일곱으로 둘 다 혼인을 생각할 때가 되었으니, 두 아이를 한 쌍으로 맺어 주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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