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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1화. 패기

431화. 패기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안군왕이 한림원 입구에 서 있었다. 얼마나 서 있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의 시선도 같은 곳을 향하고 있었다.

“장 편수.”

소육랑이 담백하게 인사를 건네었다.

안군왕은 들켜버렸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시선을 거두어들이고는 소육랑을 바라보았다.

“소 수전.”

소육랑의 눈빛은 냉랭했지만, 얼굴은 담담했다.

“장 편수, 축하하오.”

안군왕이 의아한 눈빛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무엇을 말이오?”

“약혼말이오. 본관의 처제와 약혼하지 않았소. 폐하가 사혼했다고 들었소. 날도 다 정했다고 하던데. 나와 처제의 언니도 함께 갈 것이오. 축하하오.”

안군왕이 주먹을 꽉 쥐었다.

몰래 고교를 좀 쳐다봤다고 소육랑이 지금 이렇게 나를 비참하게 만드는가?

이 남자의 소유욕이 이리도 강하다니.

소육랑은 얼굴이 시퍼렇게 질린 안군왕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한림원으로 들어갔다.

그는 이틀간 휴가를 냈기에 탁자 위에 공무가 가득 쌓여있었다. 대충 훑어보니 오전이면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내일부터는 태자의 수업에 나가야 했다. 태자에게 문제를 내줘야 하지만 그것도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니 정시에 퇴근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공무를 다 처리하자, 양 시독이 예상치도 못한 새 일을 넘겨주었다.

선황의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는 찬사를 쓰는 일이었다. 한림원 한 학사가 양시독에게 맡긴 임무였으나 게으른 양 시독이 소육랑을 찾아와 떠넘겼다.

그러고 보니 양 시독은 한동안 소육랑을 괴롭히지 않았다. 우선 크게 다쳐 힘이 없었고, 두 번째는 소육랑과 장 태부가 한림원 입구에서 맞붙었기 때문이었다. 세 번째는 선평후가 친히 시골로 내려가 소육랑을 데려왔다는 소문을 들은 것이 이유였다.

비슷한 이유로 사람들 대부분은 소육랑을 괴롭히지 못했다. 그러나 일부는 뼛속 깊이 박힌 대단한 기질이 있는데 바로 상처가 나으면 아픔을 잊어버리는 것이었다.

양 시독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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