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4화
[외전 1] 멍청이
태상제가 승하한 후, 아직 어린 태자가 그 뒤를 이어 황제의 자리에 즉위했다. 나라가 흔들리는 것은 어찌 보면 자명한 일이었다.
북쪽은 북왕이 된 소명연이 버티고 있었기에 그나마 조용한 편이었지만, 남쪽은 다른 곳과는 달리 긴장된 분위기가 연일 이어졌다.
“네놈들, 당장 우리 앞으로 와 무릎을 꿇어라! 머리를 대!”
왜인의 모습을 한 수십 명의 사람들이 칼을 휘두르며, 도망칠 길이 없는 선원들에게 윽박을 질렀다.
선원들은 어쩔 수 없이 왜구의 배로 넘어가, 그들이 말하는 대로 머리를 내민 채 무릎을 꿇고 앉을 수밖에 없었다.
왜구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이가 선원들이 타고 있던 배를 가리키자, 한 분대의 왜구무리들이 저쪽 배로 넘어가 수색을 시작했다.
갑판에 숨어 있던 양후승이, 그의 옆에 앉아 있는 동료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 동료는 양후승의 눈짓을 보고는, 그에게 눈을 흘겼다. 그, 아니 그녀는 남장을 하고 있는 사생소였다.
양후승은 그녀가 자신의 눈짓을 못 알아본 것인가 걱정이 되었는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수령의 목은 내가 취할 거니까 건드리지······.”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 사생소는 이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왜구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녀의 허리춤을 휘감고 있던 채찍이, 왜구 우두머리 손의 검을 휘감았다.
사생소가 채찍을 든 손에 힘을 주자, 왜구 우두머리가 맥없이 검을 놓쳤다. 허공을 갈라 사생소의 손에 들어간 검이 번쩍이는 순간 왜구 우두머리의 몸에서 피가 솟구쳤다.
우두머리가 왁왁 비명을 내질렀다.
배 위에 남아있던 왜구들은 대장의 비명을 듣고 검을 뽑아들며 사생소에게 달려들었다.
왜구들에게 위협을 받아 무릎을 꿇고 앉아 있던 선원들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왜구들에게 달려들며 격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지원! 지원이 필요하다!”
왜구 우두머리가 사생소의 검을 이리저리 피하며, 저쪽 배로 넘어간 왜구무리들에게 돌아오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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