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0화. 공포
‘사람을 상처 입힐만한 물건이 없었다?’
강십일의 단호한 말에 태상제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는 분명 화살을 보았다. 그 화살은 그의 뺨을 스치고 지나가 태후의 머리에 꽂혔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 화살에서 느껴지던 한기가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 화살은 불꽃놀이가 끝난 직후 마치 공기 속에 녹아들 듯 사라졌다. 태상제는 그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그 광경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도대체 그건 어떤 종류의 화살이란 말인가? 그리고 그런 화살을 쏜 범인은 누구란 말인가?’
하지만 누구도 그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는 없었다. 태황태후를 그렇게 만든 것이 화살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태상제 밖에 없었고, 그 일이 벌어진 직후 그를 차가운 눈빛으로 노려보던 이가 있었다는 것을 아는 이도 태상제 뿐이었다.
사람들의 눈에 태황태후를 죽인 화살은 보이지 않았고, 그렇기에 그녀를 죽인 범인이라는 것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모양이었다.
태황태후의 죽음은 대외적으로는 오랜 시간 차가운 겨울 공기에 노출되어 병에 걸려 그리된 것으로 발표되어 있었다.
따로 소집된 태의들은 그녀의 뒤통수에 남은 상처를 발견하긴 했지만 금린위들이 흉기의 존재를 확인하지 못했기에 그녀의 죽음이 타살이라고 확언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물론 태황태후가 원소절 당일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는 것을 궁 밖으로 알릴 수는 없었다. 애초에 확실한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섣불리 그런 말을 꺼냈다가는, 괜히 사람들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일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태황태후의 장례는 종인부와 예부에서 도맡아 성대하게 치러질 예정이었다.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시간만이 흘러가고 있었다.
태상제가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몸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던 그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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