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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2화. 내치다

542화. 내치다

교소와 소명연, 그리고 지찬은 응접실에 둘러앉아 아무 대화도 나누지 않고 멍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죽어야 할 놈들은 죽었고 살아야 할 사람들은 전부 살았다. 그러니 우선 잠부터 자도록 하자. 이곳은 그렇게 방이 많지가 않아서 창고를 써야겠지만 그래도 며칠뿐이니 참도록 하고.”

소명연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소소와 함께 잠시 쉬도록 하지.”

지찬은 창고라고 이야기 했지만, 굉장히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웬만한 객실과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교소와 소명연은 그런 걸 일일이 따지는 성격이 아니었기에, 간단하게 몸을 씻고 마주보고 앉아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만 먹나요?”

교소가 얼마 먹지도 않고 젓가락을 내려놓는 것을 본 소명연이 걱정스러운 얼굴을 해보였다.

교소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배고프지도 않아서요.”

배가 고프지 않다기보단 식욕 자체가 없는 느낌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목숨을 잃은 뒤였다. 아직도 피 냄새가 공기 중에 섞여 나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기뻐하고 있는 것은 다음 황위를 잇게 된 예왕, 단 한 사람뿐일 것이었다.

소명연은 화려한 문양이 새겨진 젓가락을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강원조, 그와는 내 생각보다 훨씬 전부터 알고 있었던 모양이네요.”

“예, 과거 당신과의 혼인이 결정되기 전에 우연히 만났었지요.”

교소가 억지로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소명연이 손을 뻗어 교소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너무 그렇게 마음 쓰지 말아요. 강원조의 그런 최후는 사실 행복한 것일지도 몰라요. 그가 저지른 죄가 그리 가볍지 않았으니까. 본인도 그걸 알았기에, 자신의 운명에서 도망치지 않고 당당히 맞이한 거겠지요.”

“그 사람은 원래부터 그런 사람이었어요.”

그때 문 밖에서 아주의 목소리가 들렸다.

“장군, 예왕께서 찾으신다는 전갈이 왔습니다.”

“하아, 미안해요. 우선 가봐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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