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novel

398화. 빙낭 (1)

398화. 빙낭 (1)

오래전 받았던 예단이 어찌 어머니의 손에 있단 말인가? 여광서의 가슴이 덜컥 소리를 내며 내려앉았고,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광서야, 정말 대단하구나.”

노부인의 말에는 여광서를 향한 실망감이 짙게 배어 있었다.

그녀의 말에 여광서는 마치 심장이 무언가에 찔린 듯 고통을 느꼈다.

하지만 한편으론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다. 자신이 뭘 그렇게 잘못했는가, 하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건 분명 그의 어머니가 자신을 너무나 몰아세우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이미 어른이었다. 잘못을 하고 어머니 앞에서 잔뜩 주눅 들어야 할 어린 소년이 아닌 것이다. 적어도 그는 여가를 위해서 물심양면으로 일하고 있었건만, 그런 그가 수마를 첩으로 들인다는 게, 뭐 그리 잘못된 일이란 말인가?

‘어머니는 그런 일에 적응하기엔 너무나 연로하신 모양이지.’

“여가의 가풍이 무엇이더냐? 청렴, 결백 아니더냐. 그러니 수마를 이 집에 들일 수는 없다. 더욱이 여가의 피를 이은 아이가 수마의 배에서 태어나는 것을 두고 볼 수도 없어! 용 어멈, 낙태를 위한 탕을 준비해 빙낭에게 보내게!”

여광서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어머니, 빙낭의 출신이 마음에 들지 않으실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배에 있는 아이가 무슨 잘못이 있단 말입니까?”

여광서는 그의 어머니를 잘 이해하고 있다 생각해왔다. 그녀는 겉모습은 굉장히 단호하고 냉정해 보일지언정, 마음씨는 여린 사람이었다. 그렇게 생각한 여광서가 그대로 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어머니를 설득해보려 애썼다.

“어머니, 아이는 아무 죄가 없습니다. 어른들이 잘못 행동했다고 한들, 태어날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그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태양빛 한 번 보지 못하고 죽는 것을 그냥 보고 계실 생각이십니까? 그 아이도 다른 아이들처럼 작은 팔, 다리, 그리고 웃고 우는 감정을 가진 아이입니다!”

Locked Chapter

Support your favorite authors and translators in webnov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