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장대비
경성 근교의 관도에서, 흰 망토를 두른 청년이 말고삐를 잡고 빠르게 달렸다.
청년을 태운 말이 앞으로 나아가자, 길 양쪽의 무성한 꽃과 나무도 덩달아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꽃이 자욱하게 깔린 주변의 경치는 너무나도 아름다웠으나,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일지라도 그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모퉁이에 이르자 그는 갑자기 말 등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허리춤에 찬 장검을 한 곳을 향해 휘둘렀다.
히히힝-!
놀란 백마가 길게 울음소리를 내는 동시에 검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쨍-!
이윽고 나무 옆에서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흰 망토를 입은 청년의 까맣고 맑은, 흑요석 같은 눈동자가 상대를 바라보았다. 청년의 촉촉한 눈동자는 마치 높은 산에서 흘러내린 물로 적셔진 것처럼 빛나고 있었다.
청년은 갑자기 나타난 검은 옷의 남자를 보며 물었다.
“선생은 뉘시길래, 성문에서부터 계속 저를 따라오시는 겁니까?”
검은 옷의 남자가 장검을 거두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오해하셨습니다. 저는 단지 가던 길을 갈 뿐, 우연히 마주친 것입니다.”
흰 망토를 걸친 젊은이의 눈이, 검을 거두는 남자의 손 쪽으로 향했다. 청년은 얇은 입술을 오므리고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
“금린위?”
검은 옷의 남자는 조금 놀라고 말았다. 그는 청년의 차분한 얼굴을 보고는, 거짓말을 했다가는 탄로가 날 것 같다는 생각에 웃으며 말했다.
“장군, 정말 눈썰미가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제 신분을 아셨는지요?”
“검을 쥔 자세를 보고 알았습니다.”
소명연이 차분한 눈으로 남자의 허리춤에 꽂힌 장검을 보더니 말했다.
“선생이 가진 것은 검이지만, 검을 뽑는 각도와 위치로 봤을 때 가장 적합한 무기는 수춘도(繡春刀)지요.”
소명연이 말을 마치고, 검은 옷의 남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제 저를 따라온 이유를 말해주시겠습니까?”
검은 옷의 남자가 가볍게 웃는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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