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6화. 운
육함은 한동안 찬바람을 맞으며 홀로 어둠 속에 서 있었지만 누구도 그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는 속으로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고 더 기다려 봤자 아무 의미도 없을 것 같으니 차라리 다른 곳으로 가서 운을 시험해 보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육함은 결단을 내리고 일행들에게 돌아갔다. 그를 애타게 기다리던 주견복과 일행은 돌아오는 그의 표정을 보고 낙담했다.
모닥불 옆에 팔짱을 끼고 쪼그리고 앉아 잡담을 나누던 피난민이 한 마디 했다.
“아까 몇몇 관군 어르신들도 가서 문을 열어 달라 했었는데, 콧방귀도 안 뀌었습니다. 그러니 기대하지 마십시오.”
육함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는 육건신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는지, 아직 살아있긴 한지 물은 뒤 말했다.
“다른 데로 가서 운을 시험해 보자.”
일행은 힘없이 노새 마차를 몰고 찬바람을 맞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향을 한 대 피울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뒤에서 누군가가 다급하게 쫓아오더니 목소리를 낮추며 소리쳤다.
“거기 육씨 가문 어르신 잠깐 멈춰 보십시오.”
그들을 부른 건 열여섯에서 열일곱쯤 되어 보이는 어린 하인이었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육 이소야, 어쩜 이리 발이 빠르십니까! 소인이 쫓아오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우리 집 주인 어르신께서 돌아오시랍니다.”
육함은 뛸 듯이 기뻐했다. 그는 어둠 속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발견한 것처럼 놀랍고도 기뻐 즉시 사람들을 시켜 노새 마차의 방향을 돌렸다. 그 하인이 재빨리 말했다.
“그쪽 말고, 이쪽으로 오세요.”
그가 길을 안내하며 수다스럽게 말했다.
“원래는 규칙을 어기면 안 됩니다. 밖에서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서요…….우리 이소야께서 부탁하러 오신 분이 육 이소야라는 걸 아시고, 댁에서 늘 선행을 베풀었다는 걸 생각해 특별히 대노야께 부탁을 드렸습니다. 그래서 소인한테 뒤쫓아 가서 다른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게 데려오라 하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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