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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화. 마차가 모자르다

518화. 마차가 모자르다

임근용은 최대한 빨리 시녀들과 밥을 먹고 의랑도 배불리 먹인 뒤 만두와 떡 등을 한 보따리 쌌다. 그러고 나서 낮은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말했다.

“잠시 후에 정당에 모일 거야. 만약 우리와 함께 가고 싶으면 날 따라와. 가고 싶지 않다면 여기 남아 각자 가족들을 찾아가도 상관없고 너희를 탓하지도 않을 거야. 성 안에 남아 있어도 괜찮을 것 같으면 여기 남아도 돼. 그게 아닐 것 같으면 우리와 함께 고택으로 가자. 어쨌든 목숨을 건지는 게 제일 우선이니까.”

반씨가 눈을 깜빡이며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임근용은 그녀의 마음을 눈치채고 작은 은 동전이 가득 찬 주머니 하나를 그녀의 손에 쥐여 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넌 가서 네 남편이랑 아이들을 찾아. 혹시라도 운 좋게 다들 무사하면, 나중에 언제든 다시 돌아와도 돼.”

반씨는 미련 가득한 얼굴로 의랑의 이마에 뽀뽀를 한 뒤 뒤돌아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 이어서 또 몇 명의 하급 시녀들이 소리 없이 떠났다.

춘아가 다급하게 말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데 왜 벌써부터 이러세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죽이 황급히 안으로 뛰어 들어오며 말했다.

“이소부인, 이소야께서 빨리 사공자를 모시고 정당으로 오라고 하셨어요. 비적들이 쳐들어왔는데, 관아 쪽에서 불길이 하늘로 치솟고 있대요. 길모퉁이에 있는 군순포 건물에도 불이 나서 곧 옆집으로 옮겨 붙을 것 같다나 봐요. 이번은 지난번이랑은 다른 것 같아요. 상황이 절망적이라 집에서도 마차를 준비하고 있어요.”

임근용은 피풍으로 의랑을 감싼 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천호랑이를 손에 쥐여 주고 웃으며 말했다.

“의랑아 얌전히 있어. 우리 밖에 나가서 놀자.”

의랑도 어렴풋이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눈치챈 듯했지만, 그래도 그녀의 품에 안겨 천호랑이를 꼭 쥐고 얌전히 있었다. 두아가 손을 뻗어 의랑을 데려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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