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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화. 운명 (1)

516화. 운명 (1)

육함은 앵두와 시녀들을 불러 방에 불을 밝히고 밥상을 차리라 지시했다. 그는 일단 의랑을 두아와 반씨에게 맡기고 스스로 밥상 앞에 가서 앉았다. 육함은 시중드는 시녀들을 내보내고 임근용이 건네주는 국그릇을 받으며 최대한 침착하게 말하려 노력하며 말했다.

“태명부에 있을 때 잠주(潜州) 쪽에서 또 민란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었소. 태명부에 있는 친구들과 같이 헤아려 보니 최근 몇 년 동안 약 이십여 개의 주에서 연이어 민란이 일어났는데, 작은 규모는 수 십 명, 중간 규모는 수 백 명, 큰 규모는 수 천 명에 달하더군. 곳곳에서 벌떼처럼 민란이 일어나고 있어서 벌써 살해를 당한 순검과 현위만 해도 50~60명이 넘소.”

임근용이 고개를 숙이고 밥을 한 수저 퍼서 입에 넣으며 말했다.

“세상이 어찌 되려고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육함이 한숨을 내쉬고 나지막이 말했다.

“무의부두를 지나쳐 오다가 원래 산 아래에 살았던 사람들 대부분이 산으로 도망쳐 들어갔다는 말을 들었소. 도적이 횡행해서 사람들은 짝을 지어서만 다니고 절대 혼자서는 길을 나서지 못한다고 하더군. 심지어 대낮에도 약탈을 한다고 하오! 무의부두 부근에 사는 한 가족은 곡식 창고가 다 털려서 한 톨도 남지 않았다고 하더군! 집은 다 타고 사람도 죽어서 온 집안 식구가 밖에 나앉아 구슬프게 울고 있는 걸 봤소.”

임근용이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평주 쪽도 머지않아 그렇게 될 거예요……. 무슨 수를 써서든 의랑이부터 먼저 피신시켜야 해요. 가족들도 설득해야 하고요.”

그녀는 더는 아마, 어쩌면과 같은 모호한 말들을 쓰지 않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육함이 흔들리는 촛불을 응시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마 다들 믿지 않을 거요. 내가 오늘 슬쩍 떠보았는데, 심지어 나랑 같이 다 보고 온 여섯째마저도 나한테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며 비웃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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