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8화. 해 뜰 날
한추화는 씁쓸한 마음을 뒤로하고 품에 있던 물건을 설융에게 건넸다.
설융이 깜짝 놀라 손을 휘저었다.
“한 아가씨, 이건…… 남녀 사이에…… 아니, 아니, 제 말은…….”
설융은 한참을 더듬거리며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속으론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설마 내게 사랑의 정표를 주시려는 건가?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 아가씨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진 않은데. 아가씨는 좋은 분이시니까.’
한추화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함을 열어 보였다. 안에는 은표가 들어있었다.
“학당을 여실 거라 들었습니다. 돈이 많이 들 테지요. 하지만 저는 여인이라, 선생과 협력할 수 없습니다. 대신 제가 그간 모은 돈과 장신구를 조금 판 돈을 모아 선생께 드리겠습니다. 학생들을 위한 마음으로 받아주세요.”
“아가씨―”
설융은 말을 잇지 못했다.
“사양하지 마세요. 제가 사내였으면 분명 선생과 함께했을 겁니다.”
설융이 머리를 긁적였다.
“아가씨, 사실 이미 국공야께 대답을 드리고 오는 길이었습니다. 족학에 남아 수업을 하기로요. 국공야께서 족학을 증축하여 빈곤한 아이들을 입학시켜주시기로 하셨습니다.”
“정말입니까?”
한추화의 눈이 반짝였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도 언제든 설 선생과 만날 수 있잖아…….’
“그럼, 외출하시는 겁니까?”
한추화가 함을 다시 거둬들였다.
‘백부님이 나선다면 내 돈은 쓸 필요 없겠군.’
“예. 친우들에게 알리려고요.”
한추화가 발걸음을 멈췄다.
“그럼 어서 가보세요.”
한추화가 조용히 뒤돌아서자, 설융은 순간 머리가 복잡해져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아가씨, 사실…… 저도 떠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무, 무슨 뜻인지 아시겠습니까?”
그러자 한추화가 멈칫했다. 이윽고 찬란하고 수줍은 꽃이 한추화의 얼굴에 피어났다.
그 꽃은 은은한 행복의 향기를 퍼트리고 있었다.
* * *
“채운(彩雲) 언니, 갑자기 왜 천천히 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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