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4화. 사랑이 아닌 사람, 사랑이었던 사람
잠시 후, 집사가 소리쳤다.
“태의님께서 오셨습니다!”
소천자도 연이어 외쳤다.
“폐하! 태의님께서 오셨습니다!”
진옥은 이내 우상의 손을 놓고 밖을 바라보았다.
태의는 약상자를 들고 땀범벅이 된 채 헐레벌떡 달려와 꿇어앉았다.
“노신, 황제폐하를 뵙습니다!”
태의를 따라 들어온 집사도 털썩, 하고 땅에 주저앉았다.
진옥은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손짓했다.
“이미 늦었다. 우상께선 숨을 거두셨다.”
태의는 깜짝 놀라 고개를 쳐들었고, 집사는 멍한 눈으로 탁자에 쓰러진 우상을 보고 더듬더듬 그에게로 기어갔다.
“대인, 대인…….”
“짐도 황궁에서 왔는데 어찌 이리 늦게 온 것이냐?”
진옥의 물음에 태의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폐하께 아룁니다. 영강후 부인께서 곧 출산하시어 모든 태의가 영강후부에 가 있습니다.”
소천자도 연이어 설명을 덧붙였다.
“그 사실을 몰랐던 집사가 태의원에 갔다가 허탕을 치고 다시 영강후부로 돌아가느라 시간이 걸린 듯합니다.”
“노신 소식을 듣고 곧장 온 것이오나 이렇게 늦을 줄은 몰랐습니다.”
태의가 침통한 어조로 말했다.
진옥은 더 이상 말없이 태의에게 손을 내저었다.
이윽고 한쪽에선 집사의 처절한 통곡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때, 인기척을 듣고 우상 부인이 나타났다. 우상 부인은 진옥을 발견하고 인사를 올리려다 쓰러진 우상을 보고 손에 든 손수건을 떨어뜨렸다. 그녀는 그대로 집사를 밀치고 우상을 끌어안은 채 덜덜 떨리는 소리로 말했다.
“나리……, 왜 이러시는 거예요?”
우상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녀는 꼼짝도 하지 않는 우상을 몇 번이고 흔들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넋을 잃어버린 우상 부인을 보고, 영친왕비는 잠시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우상 부인, 우상께서 돌아가셨네. 부인도 몸조심하게나.”
“멀쩡하던 분이 갑자기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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