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녀 회귀, 폭군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
전생에 육구청은 오직 사랑 하나만을 믿고 시집가, 미천한 출신인 남편의 앞길을 열어주기 위해 제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그 헌신의 끝에서 마주한 것은, 가장 믿었던 남편의 잔인한 배신이었다.
그녀가 그의 의식주를 챙기느라 밤낮으로 분주히 뛸 때, 그의 시선은 이미 다른 여자를 향해 있었고,
그녀가 그의 출세 길을 열어주려 애를 태울 때, 그는 다른 여자와 평생을 약속하고 있었다.
심지어 둘의 혼례를 치르는 당일, 그는 권력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제 아내인 그녀를 ‘물건’처럼 선물로 바치기까지 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이 지옥 같은 음모의 공범이 다름 아닌 그녀의 어머니와 적녀 언니였다는 사실이다.
목숨이 끊어지는 비참한 순간에야 그녀는 모든 것을 잃고 깨달았다.
어머니는 친모가 아니었고, 적녀 언니 역시 진짜 자매가 아니었으며, 제 온 마음을 바쳐 사랑했던 남편은 그저 짐승보다 못한 쓰레기였다는 것을.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는 거짓말처럼 신혼 첫날 밤으로 돌아와 있었다.
전생과 똑같이, 남편이 그녀를 현 구황자 묵소의 침소로 선물이라며 밀어 넣은 바로 그 밤으로.
이번에 육구청은 도망치거나 반항하는 대신, 제 손을 뻗어 묵소의 목덜미를 대담하게 끌어안았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이번 생에서는 제 배신자들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만들고, 원래 제 차지였어야 할 모든 권세를 되찾아 오리라 다짐하면서.
그런데…… 전생에 자신을 그저 ‘대역’으로만 취급하며 차갑게 굴었던 구황자가, 보면 볼수록 어딘가 이상하다?
육구청은 그의 눈앞에 서 있는 그의 진짜 백월광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자비로운 마음으로 상기시켜 주었다.
“대군께서 밤낮으로 그리워하시던 분은 저기 계시옵니다. 저 말고, 저분을 보셔요.”
그러자 묵소가 이를 부득 갈며 그녀를 거칠게 끌어당겼다.
“이 배은망덕한 것아. 내가 밤낮으로 그리워하며 애태우던 정인이 바로 내 눈앞에 서 있거늘, 내가 너 말고 대체 누굴 보란 말이냐?”
“……?”
잠깐, 애달픈 백월광이 따로 있는 게 아니었어? 전생이랑 이야기가 완전히 다르잖아!
묵소는 나직하게 웃으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누가 멋대로 다른 소리를 지껄이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