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4화
장악(掌握): 제를 하는 석경
제는 노부인이 있는 바로 아래층에서 이루어졌다. 위층의 노부인은 안신향의 도움으로 점점 잠에 빠져들었다.
한편 석경은 무문에 내려오는 서적에 나온 그대로 하늘과 땅, 그리고 선조들에게 제를 올린 후, 엄숙한 얼굴로 보법을 밟기 시작했다. 이내 그의 보법에 따라 주변에 있던 음양의 기운이 그를 중심으로 휘돌아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땐 수의의 얼굴에 아무런 감정도 떠오르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점 그녀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고충을 활용하는 고술 전문가였지만, 무문의 심법 역시 배우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기에 음양의 기운이 변하는 것을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소용돌이는 점점 커졌다. 그리고 그 소용돌이 가운데 있는 석경은 손과 발을 자유로이 움직이며, 장원 전체의 음양의 기운을 휘돌리고 있었다. 그는 아주 조심스럽게 노부인에겐 이 변화가 미치지 않게 조절하고 있었다. 왜냐면 노부인 머릿속에 있는 ‘그것’을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석경은 밖에 놈을 잡기 위한 모든 그물을 준비해두곤, 녀석이 튀어나오기만을 기다렸다.
한 시진 후, 몽마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검은 기운이 노부인의 입과 코에서 스륵 빠져 나와 머릿속으로 침범해 들어가려는 순간, 주변에 있는 음양의 기운이 돌연 휘몰아치며 소리 없는 광풍을 만들어냈다.
몽마는 순식간에 사로잡혔다. 어떻게 해서든 도망을 치려 몽마가 발버둥을 치고 있었지만, 석경 역시 죽을힘을 다해 녀석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우웅-!
동시에 방 안 네 귀퉁이에 걸어 둔 팔괘경(八卦鏡)이 진동하며 소리를 냈다. 당희는 집중하여 석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곧이어 진동이 더욱 거세졌다.
쨍그랑!
무언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팔괘경 조각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자 대번에 얼굴색이 변한 당희가 석경을 쳐다보았다.
“크윽……!”
침음성을 낸 석경의 입가에 핏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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